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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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의 범위: 픽션들〉: 연극의 발생REVIEW/Theater 2022. 1. 6. 11:38
무대 중앙에는 하나의 빈 의자가 놓인다. 〈오차의 범위: 픽션들〉은 두 명의 배우와 세 개의 의자를 가지고 하는 연극이다. 비정형적으로 놓인 의자들 사이에서 빈 중심으로 한참 놓여 있던 의자에 이지혜 배우가 앉고 이를 마주 보고 앉은 최순진 배우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주변(부)의 이야기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명확하게 만들면서 비로소 초점화된다. 〈오차의 범위: 픽션들〉은 연기-무대-이야기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다. 최초의 화자인 김연재와 이휘웅에게 들은 이야기는, 명시되지 않는 누군가에게 들은 것으로 옮겨진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그 이야기의 당사자를 떠나 그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의 번역과 변질, 전용과 같은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남은, 유의미한, 그리고 납득 가능한 의미가 구성될 수 있느냐의 부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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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리뷰] 분주함과 쓸쓸함 :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것들을 말하다.REVIEW/Theater 2011. 6. 10. 03:06
말할 수 없음, 곧 답답한 구조의 현실, 여기서는 한 마디의 말도 더할 수 없다. 이것은 코드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이 안에 실존을 내세우는 것은 꽉 짜인 현실의 이 시스템이 단지 없어지는 것, 곧 그것이 없어질 수 없음을 전제하는, 판타지를 영위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는 없다. 곧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코드 시스템을 상징하는 주방 안, 그리고 현대 문명의 분업화된 세계, 바삐 돌아가는 일-기계 존재들이 자리하는 세계의 은유적 형국을 띠는 이 주방 안에서 그것을 전복하는 힘은 단 하나의 순간, 곧 이곳을 떠나는 절차를 가져가는 것 외에는 없다. “뭘 더 원해!(?)”, 힘 빠진 초자아, 팔루스를 상실한 아버지의 모습, 이곳의 주인 마랑고는 “뭘 더 원해?”를 탄식처럼 반복해서 내뱉는다. 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