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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란 안무,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 ‘이 시대의 신화가 발화하는 법’REVIEW/Dance 2022. 12. 26. 14:13
여성의 어떤 특별한 감각이라는 것을 지칭할 수 있을까. 서영란 안무가의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이하 〈신화 짓기〉)는 그러한 감각을 고대의 배제되었다고 하는 여신 신화와의 너른 연결을 통해 확장하려 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에 남아 있던 어떤 감각 또는 꿈에 나온 신체의 다른 표현형과 같은 것이 어떻게 기존 신체와 연결되는지를 서술하고자 하는데, 이는 일종의 전의식적 발화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누군가의 말은 다른 누군가의 신체가 닿는 보족 또는 지지 행위를 통해 몸의 경로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내용적인 차원과 맞물리지 않으면서, 비가시적인 차원에서 몸의 연대, 여성 간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다른 메타포를 낳는데, 이는 그 여분의 존재들이 특정 존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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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극작, 〈클래스〉: 메타-문학, 그리고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 혹은 경로REVIEW/Theater 2022. 11. 16. 12:44
연극 〈클래스〉는 학생 B(정새별 배우)와 교수 A(이주영 배우) 사이에서 진행되는 극작 수업에서 고조되는 갈등의 양상을 좇아간다. A는 시종일관 B의 희곡에 대해 지적하지만, 마지막에는 B의 희곡에 참여하는 배우가 되며 자신의 개입을 멈춘다. 동시에 A의 교수이기도 했던 원로교수와 그와 역시 사제 간이었다가 고인이 된 B의 친구의 이야기가 수면에 오르고, 이에 대한 A의 방어는 희곡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희곡을 쓰는 작가의 태도에 대한 지적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에 대한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함, 친구의 결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로 기입함은 B가 A를 찾은 진짜 이유이기도 할 것이지만, 〈클래스〉는 원로 교수와 친구 간에 있었던 교류와 창작에서 사실 친구의 창작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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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키타카,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두 다른 SF는 어떻게 현실을 재현하는가.REVIEW/Theater 2022. 11. 16. 01:54
창작집단 키타카는 서울미래연극제에서 올린 ‘일단 SF’는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와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 두 작업을 묶은 제목으로, 공연 시작에서 이 둘을 묶어 연극으로 가는 입구를 노정하는 차원으로서의 소개 멘트를 덧붙였다. 이 둘을 “일단” SF라고 지칭한다면,’ 두 공연을 뒷받침하는 어떤 토대를 찾는 건 또는 그러한 토대의 차이를 구성하는 건 키타카의 세계관에서 정의하는 SF가 될 것이다.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황나영 작, 이하 〈프리미엄〉)는 기후 위기로 인해 벌이 멸종한 이후, 드론 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세계에서 인간 벌이 돼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서진과수원”에 취직한 흙수저 은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은하는 과수원 사장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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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 현시하거나 발생하는 몸의 기원들REVIEW/Dance 2022. 11. 16. 00:33
〈원형하는 몸: round1〉(이하 〈원형하는 몸〉)은 크게 두 개의 무대로 구분되며, 이는 시작을 연 차진엽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연장된다. 차진엽 안무가가 미디어 아트의 자장 아래 천변만화의 무늬가 되는 첫 번째 부분과 물과 얼음의 재료를 노출하며 이를 가지고 유희하는 퍼포머들 간의 몸짓이 강조되는 두 번째 부분 이후, 느린 호흡으로 들어오는 차진엽과 함께 무대 역시 잠잠해지고 이윽고 그림자-물결에 조금씩 잠겨 드는 신체들, 그리고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면서 누인 신체들이 하늘과 맞닿고 다시 천장이 닫히면서 극이 닫힌다. 두 개의 거울이 수직의 각도로 맞물린 부채꼴 형상의 무대는 신체를 일정 부분 특별하게 또 많은 부분 심드렁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특별히 차진엽의 무대에서 그를 4의 배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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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희 안무, 〈뿌리집〉: 일상의 어떤 감각-이미지들REVIEW/Dance 2022. 11. 15. 23:49
〈뿌리집〉(송송희 안무/연출)에서 몸은 비교적 명확한 재현의 양태를 띤다. 움직임은 몸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데 가깝다. 도시의 어떤 부분들 안에 있는 몸, 또는 일상 안에 있는 몸은 그 바깥의 배경과의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 있음을 반증한다. 가령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다랗게 선 몸들은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있고, 상대방에 의해 밀려 상반신은 좌우로 오간다. 이는 어떤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보통의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심미적인 차원은 그것이 어떤 형태적인 차원에서의 구불거림이나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지체됨 없이 점·선·면의 기본적인 차원으로 수렴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순간의 파동과 함께 직선을 축적하여 입체적인 면으로 확장되며 반복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일 것이다. 〈뿌리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