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금형 신제품 시연회> 장면
기계를 자동 기계 내지 섹스 머신으로 만드는 것은 정금형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서 무표정한 표정이다. 정금형의 초기 작품들에서 시작된 인형들은 생명이 없음에서부터 시작되어 정금형에 의해 생명을 입는 양상에 가까웠다. 기계에 쓰이는 것은 인형의 얼굴로 이는 사람의 연장선상에서 만난다. 반면 자동 기계(machine)의 생명력은 이제 기계의 동력 장치에서 기인한다. 그 속에서 얼굴이라는 것의 중심(끈)을 잃지 않고 있고, 기계와 정금형의 신체는 교접한다.
▲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금형 신제품 시연회> 장면
사물이 기계가 되는 것은 그 동력 장치를 가동하는 은근한 정금형의 손길 이후의 것인데, 사물과의 섹스를 시도하는 데는 그 이전에 둘만의 은근한 시간이 상정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주어진 것인데 이 내밀한 시간은 음악 따위의 배경 효과가 사용되지 않는다. 사물을 발견하고 매우 성스럽게(여기에는 일단 사물에 매우 침착하게 접근하고 그 전에 양말을 벗는 등 의식적인 행위가 그녀의 일상에 놓이게 된다) 오르가즘에 이르는 섹스를 치르는 것인데, 둘의 교감, 그 내밀한 교접은 침묵을 통해 매우 은밀하게 접근될 수밖에 없다.
▲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금형 신제품 시연회> 장면
헬스 기계는 섹스 파트너로 헬스의 체력 소진·증강은 섹스의 소진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매우 내밀한 정금형으로부터 유래하는 시간이 있으며 이는 현재를 벗어나 신비로운 시간에 접어들게 한다. 이 섹스에 침묵함은 에로스적 흥분과 도취에 젖어드는 것을 벗어나는 것, 둘만의 은밀한 시간의 공기에 동조하는 것, 궁극적으로 사물이라는 죽음으로부터 삶을 구원해 내는 그래서 그 섹스의 끝은 다시 죽음을 맞는 타나토스적 결과를 향한 것임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