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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페스티벌 장]「방문기 X」 리뷰 : 현실 바깥 죽음 너머를 방문하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16. 16:09
▲ 「방문기 X」 2010년 공연 모습 [사진 제공=재단법인서울문화재단]
두 차례의 관객 이동이 있고 총 세 개의 막을 이룬다. 관객들은 커다란 원뿔 모형의 구조물을 굴리는 배우에 의해 옆쪽 관객석으로 이동해야 한다.
무대에는 의자들을 비롯한 잡동사니를 뭉쳐 놓았는가 하면 침대 등이 관객석을 가로질러 떠간다. 방문기는 죽음 너머의 삶을 그린다. 곧 죽음 자체에 주목하는 것(죽음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보다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는 어떤 한 지점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죽음을 거쳐 간다.
전체적으로 방문기는 극 내부에서도 언급되지만 작위성을 띤다. 흐릿한 자막과 만화에서의 내레이션 언어가 언어 자체를 결여로 만들고 모호하게 들리는 불투명한 기표들을 생산한다. 언어는 단단하게 맺음 되지 않고 끝머리를 묘하게 떨어뜨리거나 말미를 남긴다.
언어(상징계)의 구멍을 드러내며 그것을 해체하는 가운데 언어들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며 이를 해석하고자 하는 욕구는 혼란스런 관객의 상태를 만든다.
▲ 「방문기 X」 2010년 공연 모습 [사진 제공=재단법인서울문화재단]
단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의 뇌를 이야기하며 그 대척점에서 늙고 쇠약한 신체를 표상하며 죽음을 보여준다. 죽음은 슬프고도 무겁다. 대지에 닿아 있고 이 대지에서 다시 썩어 사라지는 것이다. 단지 정신만이 무게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대지는 삶과 죽음의 반복이고 신체는 그 교차 지점에 있다. 방문기에서 죽음의 신체는 바깥의 마치 메피스토펠레스와도 같이 보이는 악마의 희롱에 매우 취약하다. 죽음은 짧고 다시 죽음 너머 이승과 같은 세계로 변이되며 막이 전환된다. 조명은 나선형 모형으로 앞쪽으로 퍼져가며 신체와 겹쳐 환영적인 느낌을 준다.
그 전까지 침대가 위로 이동하며 잠의, 무의식의 결에 흘러드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면, 3막에서는 포장마차와 같은 공간 자체가 통째로 이동한다. 그리고 배우가 나신으로 출현한다. 옷은 일상을 상징하고 소모되는 심상으로서 삶에 닿아 있다. 나신은 낙원의 심상과 겹쳐진다.
▲ 「방문기 X」 2010년 공연 모습 [사진 제공=재단법인서울문화재단]
하지만 죽음 너머 신체가 출현할 때 아니 그 이전부터 죽음 앞에 나타난 환영적 존재는 의미(기의) 없는 과잉 기표로, 죽음을 떠안지 않는 존재들은 그 자체로 나타나며 파악과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 죽음의 상징, 대지가 없는 시간이 또한 없는 이곳에서 공중에 떠다니는 사물들이 무중력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인다.마지막 나신의 춤은 누워 있는 신체(곧 죽음에서 깨어나지 않은 신체)를 앞에 두고 이뤄지며 조명의 빛을 입고 퇴폐적이고 향락적으로 비친다. 이 세계에서 단지 느낄 수 있는 뇌(정신)에 이 신체는 너무 감각적이다. 파악되지 않는, 내지는 파악될 것이 없는 이 신체는 어쩌면 이 신체를 매개하지 않는 정신을 넘어서 있는 것( 실은 신체를 매개할 수 없는 정신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공연 개요]
일시 : 2011.11.11(금)~2011.11.13(일) 금 8시 / 토,일 4시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러닝타임 : 60분
관람연령 : 고등학생 이상
스태프 : 작, 연출 - 강화정 / 조명디자인 - 김철희 / 무대디자인 - 유영봉 / 의상, 분장디자인 - 성영심 /
사운드디자인 - 서홍식 / 영상디자인 - 서경석 / 프로듀서 - 배정자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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