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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포먼스 「영혼매춘」 리뷰 : ‘영혼의 목소리, 영혼의 기제/장치’
    REVIEW/Performance 2011. 9. 27. 06:00


    [문래예술공장 MAP선정작] 서현석의 장소특정 퍼포먼스 「영혼매춘」

    「영혼매춘」(직접 이 퍼포먼스를 겪고 나면 매춘이라는 직접적/실재적인 말보다 오히려 영혼의 구원/영혼에의 구원으로서 영혼결혼식이라는 제목이 조금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은 귀신이란 존재(그에 대한 인식)를 수면으로 끌어 올린다. 이 영혼을 감각하는 기제로, 목소리는 신체와 분리됨으로써 그 실재의 감각을 체현한다.

    가까이 밀착해 텅 빈, 사실상 과거의 결혼의 흔적들이 재현되고 있는, 피아노를 누군가 켜고 있고, 그것이 전조(轉調)되고 불협화음을 형성하는 가운데, 조성을 구성하지 않는 냉랭한 구성 속에서, 결혼식장에서, 영혼/귀신의 시선에 따라 재편된 이곳에서, 밀착된 누군가가 내 옆에 속삭이는데, 이는 관계 맺음이 아니라 내 내면을 구성하는 목소리다.

    또한 보이지 않는 신체, 가까이 있지만 딱딱하게 어깨에 기댄 아무 신체적 교융(交融) 없는 그저 타인/남으로서 관계를 구성하는데, 이 목소리는 현재/현실을 구성하는 기제이므로 이 영혼을 따르는 수밖에는 없다. 그 보이지 않는 영혼, (이 영혼에게는 보이지만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와 같은 신체로부터 분리된 목소리, 신체를 타고 나오는 게 아니라 속삭이듯 가늘게/연약하게 스며드는 목소리는 귀를 막는 행위로 이어지고, 다시 목소리는 없고 신체만이 있는,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는 지경에서 이 알 수 없는, 전혀 뜻밖인 신체 접촉, 그렇지만 이미 친숙한 듯 접촉되고 있는 신체에서 돌연 사라지는 존재/영혼은 잃어버림/부재의 감각을 가속화한다.

    부재하는 것으로서 존재는 잠시 그 부재를 잊고 존재하며 다시 부재하게 된다. 영혼은 존재했음/존재함이 아니라 존재했었을 수도 있음/지금은 부재함으로 치환되는데, 그래서 이 부재는 그 흔적을 쫓아가는 것으로, 흔적을 더듬어가는 것으로써 다만 부재할 뿐이며 그 틈에 영혼은 있다.

    귀를 막고 가는, 그리고 이 모든 실재의 풍경을 극으로 삽입시키는 가운데, 이 신체가 존재하는 것임을, 동시에 어떤 영혼의 실재 부분으로 구성될 수 없음을(이 신체와 영혼의 간극을) 인지하며 나는 걸어간다. 그 누구와 팔짱을 끼며.

    TV 안에 재생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그 영혼의 실재이며 또한 영혼의 재생인데, 심령 비디오처럼 아무도 없는 모텔 방에서 선풍기를 통한 영혼의 휘날림을 상정하면서 그 영혼은 실제(바람)와 영상으로만 보이는 영혼으로 분리되어 있고, 그래서 영혼임을 증명한다.

    신체와 목소리는 이렇게 분리되어 있고(그 분리로써), 영혼의 부재/실재를 가동시키며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가운데 나는 그 부재의 실재를 느낀다.

    귀 마개를 잠시 떼고 나는 다시 누군가의 음성, 처음 만나 사실 결혼한 존재의 음성을 다시 듣고, 지나온 자취를 다시 이 영화관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씌우고 그녀를 상상한다.

    마치 존재했었던 것처럼 목소리를 내어줬지만, 신체를 접촉했지만, 신체 전체를 결코 그 거리상으로도 또 심리적인 거리상으로도 내어주지 않았던 그녀의 온전한 모습을 구성하며 결혼했던 그녀와의 이별, 그녀의 부재, 왠지 모를 절망감, 빛에 휩싸여 빛나는 모텔 방 속 그녀의 존재를 과거와 연결시키며 보면서 찾고 있다. 기억하면서 다시 기억하고 있다.

    귀신/영혼은 이제 나의 어떤 사연으로 구성되었다(현재)/구성되었었던 것도 같다(과거)/구성된 것이라고만은 결코 볼 수 없다. 이 퍼포먼스는 구성의 요소들을 편제시켜 놓지만, 이것들의 종합은 결말의 시점과 요소들의 종합/구성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내 몸/신체에 남은 기억들의 잔존 요소들의 깨어남/감각 그리고 사적 기억으로써 종합된다.

    일부 감각(청각)을 차단함으로써 또한 공간은 (무대로서) 펼쳐져 있는 게 아니라 몸을 따라 또한 환영을 따라 변화되고 또 잊히는 것이므로(시각은 급박한데, 몸은 오히려 공간에서 부유한다. 이 둘 간의 간극이 인다) 곧 이 모든 상황/공간은 낯설고, 또 낯설게 감싸고 있는데(이것이 하나의 영혼이라면 영혼이다. 이 낯섦은 또한 전근대적 의식과 모종의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 뭔가 나를 보는 시선, 감싸는 시선), 현재는 공간의 어떤 압력으로 온다. 또한 청각 경험을 막아 내면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곧 목소리를 찾게 만든다, 이러한 낯섦의 청각 경험은 시각/공간 경험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손을 잡히고, 팔짱을 끼이고, 달아나는 신체를 바라보고/쫓고, 누운 침대에 어찌할 바 모르게 몸을 어색하게 놓고 있고 이 모든 경험/감각이 꽤 야冶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반면 이는 다시 내 신체로 전이되고 있음을 느낀다. 철저하게.

    [사진 제공=문래예술공장]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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