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님지고 달님안고', 마음이 짠해 오는 연극 한편REVIEW/Theater 2011. 2. 11. 03:01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의 거리는 멀고(아득하고), 그 환영적인, 잡히지 않는 실재의 세계를 더듬어가는 연극이다. 서사로 바뀌기보다 덩어리로 바뀐다. 그래서 몸의 표현성이 살아나고, 현재의 시간에 갇히지 않는다. 소위 아련하게 감각들을 조여온다.
눈이 먼 아이와 같이 연극에서 눈은 하나의 중요한 기호로 작용한다. 눈은 현실을 보느냐 안 보느냐의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 역할 박성연은 연기를 정말 잘한다. 천진한 아이의 목소리 톤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지녔다. 최근 영화의 흥행 등으로 이 작품의 출연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오달수보다는 오히려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건 그녀이다.
도깨비들은 순진무구한 존재들로 앙상블을 이루고, 도깨비만 내레이터 같은 미래를 담지하는 육체로 기능한다.
도깨비들과 아이의 만남 장면에서, 아이가 기억이란 것을 설명하는 것은 참 인상 깊은 장면이다. 아이에 의한 아버지의 죽음과 재생 그 매개는 곧 기억이다.
도깨비는 기억이 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힘이 있으니 기억을 불러 온다.
기억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고 비교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달의 사이클에 맞춰 생활하는 도깨비들에게서 “(달이) 못 깨어나면 어쩐다.”하는 달님을 변덕스런 존재로 놓고 생각하는, 이들 도깨비의 생각들을 보면 그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자연은 신화적으로 존재하고 자연을 지배하거나 하는 개념이 이곳엔 아직 없다. 용어들도 달님이란 용어와 같이 우리말들로 참 친근하고 익숙하다.
“어데 오나 어데 오나” 그 먼 길의 시간성이 묻어온다. 삶의 길이 형체로 잡힌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득하다. 시간에 대한 환유 차원의 은유에 가깝다. 이 시간과 극의 덩어리는 육체적인 것이다.
참 기억에 남는 짠한 연극 한 편이 탄생한 듯하다
[공연 개요]
공연명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
공연기간 2011년 2월 10일(목) - 2월 27일(일)
공연시간 월수목금 8시 l 토 3시, 7시 l 일 3시 *월요일 공연 있음 l 화요일 공연 없음
공연장소 대학로문화공간[이다.] 2관
작 동이향
연출 성기웅
출연 오달수, 정재성, 김은희, 박성연, 이호원, 김진태, 이소희, 김석기
무대디자인 부새롬
조명디자인 최보윤
소품디자인 서지영, 김다정
의상디자인 김미나
분장디자인 이 룸
음악 박윤영, 박진현
음향 윤민철
움직임 이소영
공연가격 전석 25,000원
관람등급 고등학교 이상 관람 가능
예매처 인터파크 1544-1555
제작 극단 신기루만화경, ㈜[이다.]엔터테인먼트
후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http://club.cyworld.com/singiru2000 www.e-eda.com
[극작 : 극작가 동이향 이력]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숲을 이룬다>, <기찻길 옆 오막살> 극작
2011 남산예술센터 상주작가 활동 중
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YAF(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선정
2009 남산예술센터 신진 연출가전 <당신의 잠> 극작․연출
2009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사업(NArt) 연극부문 최우수 선정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극작․연출
2009 2인극 페스티벌 <오해>(최명희 작) 연출
2007 국립극장 창작공모 <해님지고 달님안고> 가작 당선
[연출 : 극작가/연출가_성기웅 이력]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
<삼등병>,<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깃븐우리절믄날> 극본․연출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구성․연출
<조선형사 홍윤식>(김재엽 연출) 극본
<과학하는마음>3부작(히라타 오리자 작) 번역․연출
<서울노트>(박광정 번안․연출),<잠 못드는 밤은 없다>(박근형 연출) 번역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김한내 연출) 번역
[황노인役 : 오달수 이력]
연극 l 오구/ 남자충동/ 인류 최초의 키스/ 흉가에 볕들어라/ 해일/ 먼데이 5PM 外
영화 l 올드보이/ 마지막 늑대/ 친절한 금자씨/ 박쥐/ 달콤한 인생/ 페스티발/ 방자전/ 조선명탐정 外
수상 l 제15회 춘사 영화 대상 남우조연상
제6회 부산 연평상 남우조연상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반응형'REVIEW > Thea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view 하이너 괴벨스의 음악극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0) 2011.04.02 「도라지」리뷰 : 역사주의에 함몰되지 않는 역동성의 미학 (0) 2011.03.11 「특급호텔」리뷰, 절연된 시간의 봉인을 풀 때 (0) 2011.03.11 [2010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트래디셔널 교겐』, 의미심장한 일본의 우화 (0) 2010.10.14 2009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 ‘둥둥 낙랑 둥’ (0)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