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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오셀로의 식탁>: 절합된 텍스트들로부터 폭력
    REVIEW/Theater 2018. 2. 6. 12:06

    연극 <오셀로의 식탁>[사진 제공=극단/소극장 산울림](이하 상동)

    <오셀로의 식탁>은 몇 개의 차용과 번역의 과정이 그 가운데 자리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인물(의 이름)들과 (어렴풋한) 관계망을 가져오고, 이를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파병의 전쟁 경험의 두 세대를 설정하며 국내 상황으로 바꾸고, 해롤드 핀터의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후반부를 구성해서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끝맺지 않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과 남성 화자가 상정하는 분위기를 부조리에 대입해서 핀터식 부조리극을 동시대적 알레고리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말과 함께 음식을 한다는 것과 먹는다는 두 행위로 채워지는 무대는, 요리를 남성의 적극적인 역량(경제 행위)과 권위의 가치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데스데모나(김해나)의 아버지 브라반시오(이상일)에서 오셀로(오성택)으로 위임되는 요리, 그리고 두 남자의 요리를 먹는 데스데모나의 모습을 통해 수동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동적 위계를 상정하게 된다. 데스데모나는 아버지의 요리 대신 오셀로의 요리를 스스로 택하고 공지함으로써 그의 주거 공간 자체가 전환되게 된다.

    이는 아버지 세대의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것이기도 한데, 실제 브라반시오는 그 뒤로 블랙아웃 된다. 하지만 이는 명시된 전쟁과 같은 부분에 대한 시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전쟁은 원작에 대한 공유의 지점과 함께 폭력성을 잠재한 존재들의 계보를 그리기 위한 일종의 맥거핀 정도로 자리하고, 한편으로 현실 자체에 대한 시각 자체를 비트는 부조리극이라는 장르적 형태로 소급된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 로데리고(최우성)와 이야고(최홍준)가 데스데모나를 허벅지께를 만지며 성추행하는 장면들은, 실제의 폭력으로 다가오는데, 이는 극에서 (언어로써)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러한 장면은 오셀로가 연 파티가, 오셀로 앞에서 평상시에 데스데모나와 친근한 관계를 보이던 카시오(신현진)의 살해(를 위한 목적으)로 종합됨으로써 사실 더 큰 충격으로 흡수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이후의 사건이 이전의 행위와 어떤 필연적 연관관계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장면에 대한 해명은 극 안에서 분명히 필요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장면의 삽입을 이해할 수는 없다. 사실상 파티에서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는 모티브 안에서, 이는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에서, 가린 눈의 두 여성, 데스데모나와 카시오의 동생인 룰루(신지이)와 관객의 청각을 증폭하고, 시각을 청각으로 옮기며 그 둘이 헤매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으면서 오셀로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ㅇ 공연명 : <오셀로의 식탁>

    ㅇ 공연 일시: 2018.01.17.(수)~01.28.(일) 평일8PM / 주말 3PM

    ㅇ 공연 장소: 소극장 산울림

    ㅇ 원작: 셰익스피어 <오셀로>

    ㅇ 각색: 오성택

    ㅇ 연출: 김원익

    ㅇ 출연: 박종희, 신명은, 이상일, 신현진, 신지이, 최우성, 오성택

    ▲ 2018 산울림 고전극장 포스터>[제공=극단/소극장 산울림](

    ※ 2018 산울림 고전극장(“셰익스피어, 산울림 무대 위 젊은 연극인을 만나다.”)의 일환으로, 다섯 작품 중 첫 번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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