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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넝쿨, 이은경 <Hard Duo> : '제4의 벽'을 열어젖혔을 때REVIEW/Dance 2013. 5. 3. 14:40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밝넝쿨, 이은경 <Hard Duo> 지난 4월 30일 열린 공연 장면 ⓒ 이운식 [사진 제공=LIG아트홀]
밝넝쿨과 이은경은 제4의 벽을 열어젖힌다. 관객에게 자신들의 춤이 현재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모종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 춤은 재현되고 있음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사유가 부가되는데 ‘이 춤은 재현된 무엇을 드러낸다’라는 것이다.
패션쇼의 형식을 차용한 몸짓들과 의도적인 춤판의 열어젖힘의 만남은 이제 현실 코드의 전유와 지금 여기의 현시 사이에서 춤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단순한 코드의 조합, 곧 패션쇼의 분위기를 달구는 소진되는 반복의 음악, 그리고 그에 부가되는 몸짓은 음악의 지루함, 그리고 몸짓의 소진, 곧 춤의 지루해질 수 있음의 가능성으로까지 치닫는다.
물론 재미있다. 다만 이것이 패션쇼를 본뜬 그래서 최대한의 재미를 추구하는 일종의 도발로서 그 자체에 대한 새로움임을 인정할 때의 순간에만. 이는 물론 의도적이다. LIG아트홀 개관 축하 공연이라는 맥락이 이와 결부된다.
▲ 밝넝쿨, 이은경 <Hard Duo> ⓒ 이운식 [사진 제공=LIG아트홀]
밝넝쿨 안무가가 예술과 삶의 친숙한 만남을 시도해 왔다는 점에서(가령 2010년 LIG 아트홀 레지던스로 선보인 텐 빌리지 프로젝트는 각 나라 당 10개 지역을 돌며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는 프로젝트였다), 이은경이 단순한 재현의 구문 대신 논단스나 춤에 대한 메타적인 탐문 성격의 실험을 해왔다는 점에서(2012 한팩 솔로이스트 등) 이 둘의 뻔뻔하고 자유롭게 놀아보기의 콘셉트는 꺼져 가는(?) 춤의 생명력을 최소한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또 패션쇼라는 진부함의 몸짓 자체에 대한 과잉적 전유를 통해서 펼쳐진다.
둘은 중간에 자신들을 소개한 이후 서로의 이름을 바꿔 소개하는데(부르는데) 이는 메타적인 자기 참조인 동시에 일종의 유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자 타자를 향한 불가능한 손 내밀기일 수 있다.
사실 이들의 분절된 몸짓들은 벤야민이 이야기한 일종의 ‘전시가치’에 해당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보여주기의 성격이 그에 해당된다. 이는 항상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고 있음 자체를 느끼면서 동시에 잉여의 구문으로 다가오게 된다.
중간에 물을 나눠주는 트랜스 분장의 남자 무용수의 등장은 이 무대가 이벤트 형식을 차용했음을 이야기해준다. 마지막에는 앞선 음악들을 짧게 리믹스 형식으로 틀며 앞의 움직임들을 기억 타입의 그것들로 변용하려 시도한다.
간혹 무용수들이 관객들을 직접 마주할 때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이는 (호응을 주로 하는) 관객들 대부분 자신의 동료이거나 선후배 사이인 까닭에 사적 연대의식이 발동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만약 진짜 그 막을 열어젖혔다면 무대는 이후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일종의 재현적 몸짓들을 가져온 것은 단지 패션쇼 자체에 대한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춤 자체에 대한 실질적 움직임의 생성(의 고안을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까. 이러한 패러디는 무엇으로 향하는가? 또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작품 이후에 남는 의문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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