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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한팩 라이징스타] 최수진 <Out of mind>: '남아 있는 그리고 낯선 감정들'
    REVIEW/Dance 2013. 4. 8. 00:30

    내면의 실존적 표출


    ▲ 최수진 <Out of mind>, 지난 3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쇼케이스 장면


    ‘내면의 단상들을 미추를 떠나 처절하고도 극한의 상태에서 표출한다’, 이와 같은 표현주의적인 측면이 무대 전반을 지배한다. 여기에는 실질적인 관계 맺음보다는 추상적인 정동(affect)의 신체들이 구가하는 혼돈에 싸인 갈등이 자리한다. 중간 중간 커다란 오브제들의 활용을 통해 이미지가 주는 무대의 재편을 가져가는 측면이 있고 최수진의 춤은 그 중에서도 두드러졌다.


    사실 최수진은 뛰어난 무용수로서 촉망받는 존재라는 점은 안무에 있어서는 오히려 군무라는 춤-공동체의 영역에서 조화롭게 뒤섞여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 두드러짐에 무조건적인 점수만을 줄 수 없는 점이 강하다.


    cf. 격렬함에서 벗어나는 순간들


    일단 진정성에 가닿으려는 분투적인 움직임들에서 인상적인 것은 생소화 효과가 발생할 때이다. 


    가령 내면의 억압된 무의식의 분출적인 움직임들이 집단적으로 뭉뚱그려져 나타날 때 뻗는 팔 움직임에 멈춘 듯 드러나는 얼굴의 순간, 다 같이 움직일 때 집단에 묻힌다는 점에서 무화되는 광경, 또는 한 명씩 같은 도작을 무대 상수에서 하수 쪽으로 먼저 치고 갈 때 과거의 자취가 현재에 중첩됨을 보여줄 때와 같은 거리두기에서 오는 순간들이다.


    맹목적인 감정의 서사



    무의식 그리고 갑자기 출현한 의식을 그 얼굴과 결부되는 상징적 현실의 세계는 무도회로 연출된다. 최수진은 작은 체구로서 같은 춤을 쳐도 가볍고 또 유연한 느낌을 선사한다.


    남자들 간 갈등의 후경에 더해 무대 앞쪽에서 최수진은 A2 정도 크기의 종이 뭉치들을 무대 상수에서 하수로 차례대로 뿌리고 간다. 다시 무대 뒤쪽에는 커지고 작아지는 ‘그림자놀이’가 행해진다. 블라인드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고 천을 얼굴에 뒤집어 쓴 여자가 나타난다. 무의식과 의식의 연결 지점을 만드는 일종의 정신의학자와 환자와의 관계도가 만들어진다. 눈가림은 맹목(맹목)을 뜻하고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의존의 관계를 형성함을 의미한다.


    이는 일종의 시련당한 남자의 허상과도 같아 보이는데 이런 이별의 상념과 도무지 잊을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애도가 극 전반을 지배하는 거대 서사이자 모티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아를 낯설게 비추는 오브제



    블라인드에는 이들의 움직임이 그림자의 작은 잔상으로 비쳐지는데 이러한 산포(산포)된 주체는 앞선 맹목의 주체, 정위 지을 수 없는 어둠의 주체, 그리고 곧 입자와도 같은 분산된 주체로 이어지며 도무지 스스로를 다잡을 수 없는 주체, 그리고 춤 이외의 것으로 그 이미지를 현상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한다.


    이 천으로 선글라스를 쓰고 바닥에서 수영하며, 물이 있다 생각하는 무지함을 드러내며, 그야말로 바닥에서 허덕이는 남자는 맹목적 여자의 모습에 상응하는 모습으로 유사한 쌍을 이룬다. 곧 사랑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허상들의 쌍인 상대적인 관계로 벌려 놓는다.


    최수진은 천으로 그 남자를 끌어당겨 앞서 연결된 관계의 직접적인 흐름을 잇는데 이는 허상을 믿는 남녀라는 은유 측면의 기제를 보여주는 것에서, 천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실제 두 남녀의 관계라는 환유 측면의 해석을 덧대는 것이라 하겠다.


    두 남녀의 끌어당김은 다시 블라인드에 그림자로 비치며 이 대상의 시선에 포획된다.


    일상에서의 감정을 드러내다 


    여자(최수진)는 무리에서 밀려나고 다 같이 춤이 이뤄진다. 군무는 앞선 그것과 동일하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정해진 것과 같은 적확한 안무는 두 남자의 갈등 신을 표현하는 그러나 배경적 요소가 되는 부분을 제한다면 이 그룹 안의 움직임 일부로서만 존재하는 정도이고 그 자체도 파편적으로 발산하는 정도가 강하다. 


    곧 최수진은 내면 그리고 그것을 포착하는 또한 대신하는 객관적인 이미지들의 부분, 동시에 그 이미지의 다양한 감각들을 체현하는 것으로 안무를 작동시키고자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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