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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톺아보기] 실화를 근거로 한, 관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공연 <블랙 워치>
    PREVIEW/Theater 2012. 10. 27. 15:04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연극 <블랙 워치>(그레고리 버크 작, 존 티파니 연출)가 26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블랙 워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여덟 번째 작품으로, 2004년 10월 300년 전통의 스코틀랜드 특수부대 ‘블랙 워치’의 연대원 800명이 미 해병 4,000명의 대체 인력으로 이라크전에 파병된 실제 사건을 계기로 해 만들어졌다.

    즉,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 역시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파견을 보냈는데,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저항 세력이 거세 미국의 사상자가 많이 나왔던  ‘수니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지역에는 처음에 파병을 안 한다고 했다가, 대선에 맞물려 이를 번복해 결과적으로 많은 군인이 죽었던 사실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국가의 압력을 받는다거나 국가의 눈치를 보며 <블랙 워치>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존 티파니 연출은 국립극장이 정부의 기금을 받는 것 맞지만, 이는 납세자의 돈이라 정부를 대표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은 ‘언론의 자유’의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노동부 집권 당시 <블랙 워치>를 만들었는데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축하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었고, 또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총리 역시도 공연을 보러 왔다고 전했다.

    <블랙 워치>는 스코틀랜드의 한 허름한 펍(pub)에서 작가가 이라크전 참전 군인들을 인터뷰하는 장면과 그들의 회상에 따라 이라크 도그우드 캠프에서의 일들이 현실과 과거로 교차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실제 파병의 현실이 계기가 됐고, 이어진 리서치 과정에서 이라크에서 돌아온 퇴역 군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어지게 된 이번 작품을 통해 라이언 플레처(Ryan Fletcher)는 실제 인터뷰를 했던 한 군인이 공연을 보고 찾아 왔고, 만들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자신이 왜 밤에 잠을 이룰 수 없는지를 알게 됐다며 자신의 현재로 지속되는 고통스런 경험을 이해하게 됐음을 경험하기도 했다.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미(Cammy) 역을 맡은 라이언 플레처(Ryan Fletcher)가 전한 이야기다. 실제 참전 경험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블랙 워치>를 보고, 이 작품을 보는 게 자신들의 이라크전의 경험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라이언 플레처는 <블랙 워치>의 초기 멤버로 <블랙 워치>를 통한 7년 동안을 함께 하며 배우로서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극장이 따로 없고 투어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데, <블랙 워치>의 경우, 처음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삼주간의 공연을 선보이며 시작됐다가  국제적으로 많은 초청을 받게 되면서 사십 개 넘는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투어 공연을 마쳤다.

    한국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며, 공연 장소에 따라 무대를 달리 설치해 왔으며 국립극장에 맞춰 설치가 새롭게 이뤄진다. 무대 설치에 삼일이나 소요되야 하므로, 다른 공연들보다 순서를 늦춰 2012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존 티파니는 이 작품으로,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의 최우수 연출가상(2009)과 스코틀랜드 평론가협회의 최우수 연출상(2006-2007), 영국 평론가협회(The Critics Circle Awards) 최우수연출상(2006)을 수상했다.

    이 작품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대해 존 티파니는 첫 번째로 실화로서 현실에서의 시사점이 크다는 점을 들었는데, 부시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총리를 타깃으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군인들 이야기야말로 우리가 듣지 못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존 작품들과 다른 <블랙 워치>의 특징을 꼽았으며, 두 번째로 스코틀랜드 전통과 관련이 있는데, 스코틀랜드의 작품들이 스토리를 솔직하게 직접적으로 잘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전통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상연되는 것에 대해 “언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전하며, 한때 멕시코에서 공연을 해야 해서 스페인어를 배워야 할 때가 있었는데, 오히려 언어가 아닌 비언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이 <원스>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은데, 자신은 특정 주제에 관심이 갖는 게 아니며 소재와 스토리를 정하는 것은 극작가의 일이고 자신은 기도나 명상 때 외는 주문인 ‘만트라’와 같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며 “관객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가 자신의 할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실제 <블랙 워치>에서는 군악대 행진처럼 보이게 하는 장면이 있고, <원스>의 경우에 실제 바가 무대에 설치되어 관객이 술을 마실 수 있었는데, 대신 이를 협상하는 데 6개월이 걸렸지만, 관객들의 기대를 항상 뛰어넘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전했다.

    작가 그레고리 버크(Gregory Burke)의 경우 스코틀랜드의 경우 군인에 대한 국민 전통의 자부심이 있는 한편, 젊은 층이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특정 조직으로서 군대가 강력한 유인이 되는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는 것 같은 이중의 시선을 <블랙 워치>에서 취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군인들의 뜨거운 무용담 정도를 듣는 것으로 이 작품이 그 메시지를 성취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보낸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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