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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훈목, 〈Yaras〉: 원시적 충동이 지배하는 괴랄한 ‘미래’ 사회
    REVIEW/Dance 2024. 3. 28. 02:01

    주목댄스씨어터, 정훈목 안무, 〈Yaras〉ⓒ옥상훈(이하 상동)


    정훈목의 〈Yaras〉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대별되는 두 가상의 “종족”을 재현의 시점으로 불러온다는 점에서 움직임만의 서사가 아닌, 서사 안의 움직임을 통해 독특한 세계상을 창출한다. 제목인 “Yaras”(Yara의 복수형)는 그 서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주요한 하나의 종족이라면, 화려한 의복을 걸친 존재들이 다른 하나의 종족이다. 후자의 존재들은 이국적이고 오리엔탈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조금 더 갖고 있는데, 그에 대비되는 Yaras 종족은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현실에 존재할 법하거나 그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 법한 각각의 두 존재를 마주하는, 곧 그 세계에 대한 접면은 그 기이하고 이질적인 세계가 목도됨에 가깝다. 

    〈Yaras〉는 통상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놓이는 펜스가 ‘빈’ 무대 전경에 삼각형의 분리된 공간에 맞춰 설치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것은 그 이상한 세계상들이 결코 현실적이지 않은 그 무엇이지만, 어떤 매개를 통해 이 경계를 넘어 펼쳐지게 됨을 의미한다. 불을 꺼진 공간에서 새롭게 구축되는 그 광경에는 어떤 사물들이 아닌, 존재들의 함성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이곳은 미술관보다는 일종의 박물관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Yaras〉는 인류지 차원의 관찰자적 시점을 관객에게 부여하며, 그 차이의 종족들이 주는 절대적인 효과를 우리의 현재로 도입하게끔 유도한다고 할 것이다. 

    뚜렷하게 정위되지 않고 시선과 의지가 명확하지 않으며 주체할 수 없는 몸짓들의 총체로 표현되는 ‘Yaras’라는 종족의 대체적인 모습은, 미개하고 비이성적인 존재들, 통제 불가능한 자아, 욕동이나 충동 자체가 실재화된 모습에 가까워 보이는데, “휴머니즘”에 관심을 두고 그 기반을 두되, “포스트휴먼”이라는 키워드를 도입하는 안무가의 언어는, 포스트휴먼이라는 다른 객체와의 차이를 도입해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매개’의 지점은 그 몸의 특이성이 새로운 인류(의 움직임)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그 인류의 특이성이 현재의 인간을 반추하되 그 차이의 극명함을 보여주는 데 있을 것이다. 파지 불가능한 지점까지 몸을 밀어붙이는 것, 그로 인해 몸짓의 특이성 역시 출현하지만, 이는 존재적으로도 춤의 양태 차원에서도 불안정한 지대 안에 있다. 그것을 긍정으로 보느냐 부정으로 보느냐에 따라 미래의 인간에 대한 판단이 주어질 것이다. 

    같은 시기에 오른 PDPC의 〈애니멀〉(안영준 안무) 역시 공교롭게도 다른 종족으로의 환상적 입구를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포스트 휴머니즘적 인간에 대한 해석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역시 가져가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일종의 기묘한 풍경이고 악무한적인 욕동의 연쇄적 작용으로 나아간다. 반면, 〈Yaras〉의 경우, 탐미적인 차원에서 존재 양상을 드러내는데, 이는 원시적이기보다 다분히 특정 문화 코드가 감지되며, 꽃무늬 의상은 일본 전통 복식의 퓨전화된 버전쯤으로 보인다. 

    실제 가야금 연주의 등장과 가야금이 누운 신체들 위에 놓이는 것 모두 상징 코드와 결부된다. 전자의 경우 연주자는 춤이 아닌 배경을 이루는 곡을 연주한다는 연주자의 정체성으로부터 집단적 의식을 형성하는 시청각적 매개체로 승화된다면, 후자의 경우 음악은 자신을 청각적 기호의 순수한 방출로 두는 대신, 의식이 깃든 특별한 산물로서 악기를 통해 그 집단의 전통적 몸으로 승화된다. 몸들은 집단적 광기와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비이성적 집단의 역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래보다는 오래된 과거를 호출해 온 것에 가깝다.

    다른 한편, 로봇 개나 로봇 새의 경우, Yaras 종족과는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이긴 하지만, 새로운 종족으로까지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존재들은 새로운 시기의 산물이자 그 시기에 걸맞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바로 그 자체에 그친다. 새로운 세계가 주는 감각의 낯섦, 이는 Yaras와 뚜렷한 대립이나 갈등, 또는 관계의 원활한 작동 양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의 달라진 환경 자체로 귀속된다. 곧 일종의 시각적 효과로서 명확한 경계의 표지를 만드는 데 그친다. 이 공연이 미술관을 가설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또 끝나는 것임을 생각해 본다면, 그와 같이 무언가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해석의 차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순수 사건으로 남는 것이다. 〈Yaras〉의 관점은 시각의 텅 빈 곳을 구성하고, 다시 그 안에 순수 물질을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유사하면서도, 결과적으로 Yaras의 움직임은 차이를 가진다. 공연 안의 배경막에 투사되는 영상이 정신과 육체과 조응하는 총체적 미디어 환경의 큰 변화로 전제되는 것과 같이. Yaras 종족의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은 미래 시대와 원시 시대의 공존이라는 두 다른 세계의 접점이라기보다는 미래 시대 자체가 원시 시대로의 재매개 현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과잉시켰거나 또는 점프했다는 점에서, 세계 자체의 붕괴로도 보인다. 곧 관객이 가진 세계에 대한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4.1.27.()~1.28.() ,16:00

    공연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단체명: 정훈목

    안무/연출: 정훈목

    출연: 권미정, 배소미, 서정빈, 양승관, 이지윤, 유다정, 윤명인, 최민욱, 한진욱

    관람등급: 13(중학생) 이상

    관람시간: 60

     

    스태프

    예술감독 및 안무: 정훈목

    조명 디자인: 김재억

    무대 디자인: 조일경

    의상 디자인: 배경술

    미디어 아트: VRUNCH

    사운드에디팅: 서주원

    무대감독: 김인성

    음향감독: 남영모

    홍보물 디자인: 여현정

    프로듀서: 박신애

    프로젝트 매니저: 서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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