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 화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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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경계를 뚫는 변성 공간의 체험 – 김도희, 《빛선소리》REVIEW/Visual arts 2024. 8. 6. 12:28
도병훈(작가·비평) Ⅰ. 현대미술은 고정 관념과 기존의 의미망을 깨트리며, 명사적 ‘의미’가 아닌 동사형 ‘사건’으로 확장되어왔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X란 무엇인가’ 대신 ‘무엇을 X라고 하는가?’라는 질문, 또는 자문이 요구된다. 따라서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무엇을 예술이라고 하는가?’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폴 세잔(Paul Cézanne)의 자문은 “이것이 과연 내가 보고 있는 것인가?”였다. 그는 치밀한 관찰과 함께 색채의 차이와 한 번의 터치가 화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 고심하며 화면 부분마다 긴 시간을 소요해 천천히 작업했다. 세잔의 후기 원작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러한 머뭇거림이 생생하다. 세잔의 이러한 태도와 유례없는 회화의 특성은 ‘멜랑콜리아(melancho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