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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이상한 사람들-페데리코 펠리니를 위하여」, ‘네버엔딩 스토리’의 소극적 풍경REVIEW/Dance 2009. 10. 23. 14:52
‘아르테미스 무용단’의 「이상한 사람들-페데리코 펠리니를 위하여」(19일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처음부터 부산한 흐름 속에 빠른 전개의 양상을 보였다. 음악의 순간적인 전환과 함께 과장된 연기 양식과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연기 방식이 눈에 띄었다.
배우들은 인간 군상의 다양하고 평범한 모습들로 회화화하며 광대로서 분했고, 또 이야기 속에 놓인 인형처럼 움직였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에 맞춰 전환 자체를 무화시키듯 동작들을 매끄럽고 신속하게 연결시켰다. 특별한 연기 양식은 동작을 바꾸기 전에 입을 크게 벌려 표정에서 그것의 전이가 읽혔고, 커다란 변화의 지점에 선행하며 동작들을 과장되지 않게 했다. 조명 역시 대비적으로 빠른 전환을 이뤘다. 춤과 함께 슬로우 모션의 동작들은 신체 각 부분이 따로따로 움직이듯 위치시켰고, 밟게 비치는 조명 아래 신체 움직임이 마치 살갗이 만져지는 감각을 전했다.환영과 실재의 대비 역시 두드러졌는데, 이는 이 작품이 극중극의 형태를 띠는 데서 기인했다. 즉 배우들은 하나의 극적 상황 속에 배우로 위치했고, 동시에 관객을 그러한 환영적 극 안에 관객으로 위치시켰으며 조명과 음악의 효과가 감해지면 긴장을 늦추고 극 속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실재로서의 극을 다시 조직했다.
과장된 연기 양식은 그것이 지나치다는 개념보다는 동작의 잉여의 부분으로서 오히려 활기를 띠는 동시에 극의 중심을 잡는 데 주효했다.극 중간에 스크린에 틀어진 영상은 또 하나의 극중극 양식을 지향했는데, 애니메이션이었고 만화에서 나타나는 끝없는 전환과 생성의 지점은 곧 춤과 연기가 만화적 상상력과 연계됨을 인지할 수 있게 했다.
만화에서 사람들의 동작은 다소 부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과장되고 끝임 없이 이미지들의 변환으로 비논리적인 화면 전개를 보였는데, 이러한 시각이 작품 전체적으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여성은 누드로 나타날 때가 대부분이었고, 굉장히 풍만한 신체로 강한 생명력을 나타냈다.
만화에 이어 군데군데 춤이 출현했고, 캉캉의 의례적 마무리가 빚어질 때는 잠시 극이 끝날 거라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지만, 사실상 하나의 전환에 불과함이 곧 드러났고 이는 이 작품 안에서 어떤 시작과 끝을 지정하거나 기승전결을 의도했기보다 비의지적이고 자유 연상 기술법을 활용한 이야기 내지 우화로서 기능하는 구조를 작동시키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만화 속 저녁이 되고 하루가 끄트머리로 되는 것 같은 시간의 부여는 극 자체를 하루로 확장한 시간으로 만들면서 일상으로 전이되는 것 같은 감각을 전했다.
한편으로 표현주의적 이미지 연상의 기술은 꿈을 이야기함으로써 무대 내 현실을 아우르며 페데리코 펠리니의 오마주를 수행하는 동시에 꿈과 상상으로서의 예술적 세계를 구축하는 데로 나아갔다.
그럼에도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속 인물만큼 배우들은 깊은 페이소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의 영화에는 삶에 대한 엉뚱한 시선만큼이나 깊숙한 은유와 고찰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photo 「I Bislacchi」(페데리코 펠리니를 위하여) by Beatrice Pavasini_01)
관람 일시 및 장소 : 19일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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