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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서커스 「레인」: 황홀의 자태, 음악적 공명,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6. 26. 13:09▲ Water scene, 비가 오는 것보다 땅의 빗물이 튀겨 위로 치솟는 장면이 더욱 강조된다.
공중회전을 동반하는 ‘널뛰기’ 묘기, 'Teater board', 훌라후프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바닥을 회전하는 'Cyr', 링에 매달린 공중 기술 'Aerial hoop', 비를 무대에 뿌리고 그 안에서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 동반되는 'Water scene(finale)' 등 총 4장면이 시연됐다.▲ 훌라후프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바닥을 회전하는 'Cyr' 신, 훌라후프와 일체가 되기 전 훌라후프의 회전력을 얻기 위해 훌라후프만을 돌리는 모습
「레인」은 서커스의 테크닉적 요소에 치중하는 데서 상징적인 오브제와 극적 요소, 무대의 기술적 측면을 통해 하나의 내러티브의 흐름을 갖는 종합적인 토탈 아트(total art)를 구현하고자 한다.▲ 악단의 등장, 각각의 캐릭터가 분명히 살아 있는 편이다.
캐릭터의 등장은 곧 역할의 상정과 그에 담긴 이야기, 상징과 암시의 측면을 띠고 있다. 그러한 측면이 극대화되는 것은 비가 본격적으로 무대를 덮는 마지막 신에 다다르면서부터이고, 음울하게 깔리면서도 희극적인 캐릭터들과 뒤섞이면서 희비극적 양식을 도출해 내는 음악의 쓰임은 전체적으로 비의 정조를 반영하면서 비가 신체에 닿는 실재적인 마찰의 감각까지 그려낸다.▲ 한 배우의 다리를 잡고 무대를 휘젓는 모습, 신체와의 마찰을 극대화해서 물방울이 튀는 모습을 부각시킨다.
피날레 전까지 무대는 테크닉적 측면에 강점을 둔다면 'Water scene'에서는 비가 잔뜩 내려 신체와 신체가 섞이고 경계가 사라지는 혼재된 양상을 도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어렸을 때 연출 다니엘 핀지 파스카(Daniele Finzi Pasca)의 비를 맞으며 뛰어놀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곧 하나의 실재적인 경험이 갖는 환영성은 현재의 시간과 다른 환영성으로 무대에 드러나게 된다.
▲ Aerial hoop 신, 배우가 링에서 매우 유연한 모습들을 취한다.
널빤지를 뛰고, 훌라후프와 함께 돌고, 줄을 감아올려 내려오고 빠르게 제자리를 회전하는 연속적인 흐름에서 점프‧회전‧오르내림의 단위는 점증‧반복‧변형을 거쳐 음악과 맞춰지는 순간을 빚어내고 이미지와 신체‧음악 간의 총체적인 양식을 빚게 된다.점프와 동시에 허공에 체류할 때, 회전하는 훌라후프가 느리게 무대를 짚을 때, 링의 회전이 가속도를 얻지 못 할 때 움직임은 시간을 더디게 경유한다. 반면 음악과 일체가 되는 순간 움직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소리를 경유하는 순간을 출현시키는 황홀의 자태를 만든다.
마지막 신에서 민머리로 눈에 띄는 존재의 배우는 무대 앞에서 단독자적으로 나와 응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음악의 아리아는 배우의 신체에 목소리를 부여한다. 직접 노래를 부르지는 않지만 여기서 그녀로부터 목소리가 출현하는 것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 흰색 풍선을 든 남자와 거대 철판의 악기를 지닌 남자의 등장
링 묘기 전 거대 악단의 출현과 버섯구름 같은 흰색 풍선을 든 존재와 철판을 진동시켜 떨판에서 공명음을 도출해 내는 신체와 사운드의 긴밀한 조응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스럽고 어리벙벙한 캐릭터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내 등 배우들은 그 자체로 역할이 되고 이야기를 발산하게 된다.네 개의 시퀀스를 봤지만, 전체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대사나 스토리의 탄탄한 흐름으로 이끌어 가는 무대가 아닌, 각종 도구와 일체화된 신체 움직임의 결정들을 만들어 내는 것, 음악적 정서가 지배하는 극적인 무대, 이야기 자체가 되는 캐릭터성에서 역동적인 장면과 유희적인 움직임이 출현하는 가운데 「레인」은 음악의 고양을 고스란히 신체로 체현하는 꽤 인상적인 무대를 만든다.
곧 형용할 수 없는 음악의 힘에 도취된 채, 테크닉에만 치중되는 시각적 감각의 집적만을 가져가지 않은 채.
p. s. 연출이 말한 사진으로서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의 강조는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층위에서 빛과 같은 찰나로 드러나는 무의지적 기억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기억의 되살아남으로, 현재를 벗어난 과거의 것인 동시에 환영성을 갖기에 빗속의 행복의 장면에 도취되면서도 그것을 붙잡을 수 없는 묘한 아련함의 감정이 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리뷰 보기 : 캐나다 대표급 서커스 단체 ‘서크 엘루아즈’의 「레인」(RAIN),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을 맞는다.
▶ [사진] 아트서커스 「레인」 프레스콜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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