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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수, 《잡초의 자리》: 세계들에 대한 어떤 언어들REVIEW/Visual arts 2022. 2. 4. 23:51
유화수 작가의 《잡초의 자리》는 투명한 원형 파빌리온의 특성에 맞춰 수직적 위상을 지닌 작품 한 쌍을 일종의 미심쩍은 관문으로 전면 중앙에 세우고, 나머지 작업을 수평축으로 평행하게 분배한다. 좌우 대칭으로 〈SMART〉(2021. 180×50×150cm, 괴목, 드론 부품.), 〈워킹홀리데이〉(2021. 300×60×175cm, 나무, 철, 소금, 고춧가루, 모터, led, 가습장치, 팬, 채소.)가 위치하며, 그 뒤로 〈잡초의 자리〉(2021. 150×50×175cm, 80×50×175cm, 100×5×5cm, 스마트 팜 시스템, 잡초, 나무, 이끼.)가 분배된다. 이는 입구를 지난 이후의 본문에 해당할 것이다. 공간 가장 안쪽에는 CCTV가 자리하며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2021. 가변크기, 혼합재료.)에서 작동하는 세부들과 연결된 카메라의 영상들을 모두 담되 순차적으로 작은 화면들은 밀려나며 하나의 큰 화면에 다다른다.
이것은 왜 작동하는가
입구에서의 벌어진 간격과 유사한 도상들의 짜임으로 애매하게 한 몸임을 지시하는, 가장 다양한 도상과 작동 들을 지닌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는 둘의 사이를 통과의 지층이 아닌 흐릿한 경계로 천명한다―이러한 경계는 바깥과의 긴장 상태를 만드는 동시에 ‘더’ 바깥쪽에 있는 작품으로의 동선을 만든다. 자신의 동력을 노출하는, 헐벗은 기계들은 현실의 여러 메타포의 외양을 입고 ‘가까스로’ 작동하는 듯 보인다.
쳇바퀴처럼 지속하는 컨베이어벨트는 이 아상블라주된 인공물의 동력이자 외양의 주요한 상징적인 부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결국 전기가 꺼지면서 멈출 것이고, 모터의 수명을 다하면서 멈출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가까스로 도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이러한 묘사―“가까스로 작동”―는 인간학적 유비가 아니라 그 반대의 측면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근원적이다. 곧 그 묘사는 기계들이 그 동력의 부족분을 갖고 있거나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기와 모터의 동력은 그럼에도 전시에서는 충분할 것이며 일정한 더딘 속도의 덜거덕거리는 지층은 예정된 것으로, 그 움직임은 인간-작가의 계산과 전용, 배치에 의한 결과물로서, 전적으로 인간의 재현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에서의 손과 발은 수직-수평적 조응, 그리고 그 축 위에서의 원환 운동 등에 의해 움직이는 여러 사물의 일부로서 왼쪽과 오른쪽의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이는 하나의 존재를 찢어 놓고 양분된 신체의 한 영역을 찾기 위한 탐색과 그에 따른 종합의 과정을 유도한다. 거기에 있는 사물들은 의도적으로 레디메이드를 차용한 것들로 보이는데, 이러한 사물들은 열화되어 가는 단순한 기계들의 움직임에 상응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작업 자체를 ‘세계의 압축’으로 지시하기 때문이다. 제작의 프로세스를 이루는 비가시적 기계의 운동성과 가시성으로 나타난 (비운동성의) 제작된 상품의 절합은 두 사물의 탈기능성―“이상한”―이라는 공통의 토대 아래 시도된다(‘근본적으로 이 사물들은 왜 움직이는가?’). 그리고 가장 위에 구 모양의 등을 기점으로 수직축을 구성하기, 곧 높이에 따른 사물들의 배치는, 유리 천장과 벽을 지닌 일종의 파빌리온으로서 문화비축기지 T2의 장소성과 어느 정도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수직적 신체는 수평적 선분의 장치들의 작동으로 연장된다.
거꾸로 매달린 ‘인형 얼굴-추’가 거울을 투과하며 확장된 이미지로 나오는 것에서부터 오른쪽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는 그 아래 좌우의 방향으로 내려가며 마네킹 오른손에 장착된 물리치료나 재활훈련에 사용되는 손 자세교정기(좌)와 거울 앞의 새, 실시간 텍스트가 흘러나오는 스마트폰 스크린/매달린 수달 인형(좌)과 거울(우), 수음하는 마이크/인조 나무 위에 앉은 새(좌)와 아래에서부터 물병이 연결된 화분, 망원경과 재주 넘는 인형/노트북(우), 그리고 발 등이 자리한다. 노트북-마이크-스마트폰은 하나의 단위를 구성하는데, 노트북은 김초엽 작가의 SF 소설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고, 이는 음성 지원으로 연장돼 마이크에 수음되고 동시에 화면으로 분절된 단어들이 의미 변용을 이루는 중이다.
왼쪽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는 CCTV 카메라, 목침에 이어, 좌우로 잠수부 인형(좌)과 수화통역하는 모습―장진석 분―이 나오는 타원형 스크린(우), 부항 뜨는 손(좌)과 매달린 식물/위로 솟은 기계 손(우), 그 아래로 제사상에 오르는 적옥춘 과자 더미(좌)와 이 과자 하나를 든 기계 손과 발목이 잘린 마네킹 발이 돌아가는 원판, 거울과 김원영의 움직임이 나오는 스크린, 그리고 연결된 비접촉식 체온계를 지나치며 체온 측정이 되는 설치 및 깃털과 잡초, 열매 등이 휘어진 여러 마이크 대에 꽂혀 있는 설치(우)가 자리한다.
연결과 번역, 재현
CCTV 카메라와 부분부분 연결된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는 CCTV 자체로 연장된다. 이러한 작동―원환 운동 또는 수평 운동―되는 부분들을 개별적인 세계의 프레임들로 재현하는 스크린은, 부분들의 총합으로서의 전체가 하나의 세계 전체를 재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지시한다. 한편, 전체로서의 세계를 분절하는 미시 재현 체계들은, 희미한 연결 감각을 파편들의 실재로 분쇄한다. 따라서 인간의 형상을 유비하는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는 CCTV의 재현 체계와 함께 ‘작동’하고 있는 소외된 개체들을 사물의 표면으로 수렴한다. 반면,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의 구조주의적 신체의 부분들은 각종 병과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다양한 생명체 모형과 인형, 의료 기구들과 기호물이 자리한다.
마지막으로 번역되는 언어들이 자리한다, 내레이션-자막, 움직임과 수화, 팬데믹 이후 일상화된 비접촉식 온도계를 지나치며 끊임없이 나오는 “정상입니다!”까지. 전자의 두 개의 쌍은 모두 각각의 다른 언어가 아닌, 하나의 언어에 대한 상관항으로 보인다.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은 “이상한” 관계항으로 이뤄진다. 언어를 통한 매개, 의사-자연, 생명과 죽음, 이들은 세계의 어떤 지층이다. 거기에는 열화되는, 간신히 작동하는 기계의 지속이 자리한다.
이러한 기계 장치가 생명과 한층 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건 〈잡초의 자리〉와 〈워킹홀리데이〉이다. 〈SMART〉는 괴목의 구멍들에 꽂힌 드론 날개를 단 바람개비들이 돌아가고 있는 설치로, 나무를 변용한 인공물과 기계 장치의 절합이라는 점에서,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잡초의 자리〉가 말 그대로 유리관 안에 “잡초의 자리”를 만든 것으로, 자동으로 수분 공급 및 생육 환경을 제공한다. “잡초의 자리”는 전시 제목으로 기능하며, 기계의 운동성을 의미 없는 것으로 폄훼되는 잡초의 자리로 연장한다. 전시 분포 역시 기계가 전제되고 동시에 노출된 세계 재현에서 실제 생명의 자리로 이동한다.
〈잡초의 자리〉가 스마트 팜 시스템의 일차적인 적용이자 장식물로서 온전한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데 반해, 〈워킹홀리데이〉는 생명이 두드러지는 한편, 의사-세계의 재현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복잡성의 산물이다. 세 개의 층이 수직으로 분배된다. 가장 위층의 진열장에는 말라붙은 배추, 양배추 등의 채소가 한 칸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소금 바닥의 중간층은 두 방식의 모터에 의해 두 가지 움직임이 만들어지는데,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여섯 개의 쓸림, 빨간 고무장갑이 전체의 좌우를 오가며 바닥을 스쳐 지나감이 그것이다. 후자의 ‘가까스로’ 가는 움직임이 인상적인데, 이는 파주 김치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유비한다. 장갑 위쪽 갈고리와 바닥 사이의 유격은 간신히 끼어 있는 장갑의 지위를 조직한다. 가장 아래층은 안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비닐하우스이다. 상품과 농작물 사이에 인간의 노동의 형상이 끼어 있는 셈이다. (이 세 개의 층위를 아래로부터 실재계, 상징계, 상상계의 도식으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타자로서 노동(자)의 존재론적 지위는 가장 아래층의 암묵적 층위, 블랙박스에 닿아 있다면, 중간의 노동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그것이 일부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또 다른 노동에 의해 농작물은 상품으로 둔갑할, 곧 상상될 것이다.
《잡초의 자리》에서 기계의 앞선 “더딘 속도의 덜거덕거리는” 움직임은 기계의 매끈하고 원활한 작동이 상상적인 것임을 드러내는 한편, 이러한 상상을 전복하며 기계의 인간 신체로의 유비를 가시화한다. 분절되고 열화되는 신체 흐름은 무엇보다 인간적이며 퍼포먼스의 형태를 띤다. 잡초의 자리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들어온다.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와 〈워킹홀리데이〉는 전시의 주요한 본문을 이루는데, 번역의 장애와 장애인의 언어에 대한 번역이 대칭을 이루는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가 나아가 질병 관련한 인간과 기계의 연결고리로서의 알레고리를 부착한다면, 열악한 환경과 등가하는 노동자의 형상이 출현하며 세계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는 〈워킹홀리데이〉는 상대적으로 세계를 압축하며 세계 바깥의 시선을 명확하게 구성한다. 전자는 표면을 근경에서 들여다보게 한다면 동시에 그 기계 장치의 복잡함이 난독 증상을 불러일으킨다면, 후자는 표면과의 거리를 벌리며 조망의 시선을 획득한다. 결과적으로, 두 작업은 세계를 보는 두 관점을 관객에게서 체현하며, 세계와의 서로 다른 얽힘, 곧 표층(의 구조)과 구조(의 표층)의 두 문법을 종합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전시 개요]
전시명: 잡초의 자리 -유화수 개인전-
전시 장소: 문화비축기지 T1 파빌리온
전시 일시: 2021.12.10~2022.1.9 (1일, 2일, 월요일 휴무)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주말 오후 12시~오후 5시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마포문화재단
협력: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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