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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웅>: '삶과 죽음의 경계 넘기'REVIEW/Theater 2013. 6. 26. 00:35
▲ 6월 19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극단실험극장의 <배웅>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순철 역 오영수 배우(사진 좌측), 봉팔 역 이영석 배우
나이 지긋한 두 노인의 병실 뒤편에는 해바라기와 나무 한 그루와 정원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무슨 초현실주의적 조합인가.
마치 죽음 직전의 열차에 탑승한 대신 활짝 열린 야외로 바캉스를 떠난 것 같은 두 노인, 순철(오영수 배우), 봉팔 역(이영석 배우)은 그 자연과 여행을 환유한 채 병원의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탈출한다.
마치 만담을 펼치듯 간호사와 의사에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삶의 활력을 구가하는 두 노인이지만 이는 삶의 무료함을 극복하려는 삶의 애씀 그 자체이다.
아침이 오기를, 또 이어지는 식사를 기다리며 더딘 새벽의 시간은 죽음으로의 더딘 속도를 나타내는 행운의 표지이지만 이는 여행의 반대편에 있는 병실 안에서의 자신들의 묶인 처지, 그리고 ‘제멋대로’ 삶을 누리는 젊음의 역량을 구가할 수 없음의 한계적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더딘 시간은 죽음으로 가는, 또한 죽음 이후에 대한 죽음의 메타포이다. 역설적으로 이 더딘 시간을 행복으로 수용하라는 순철의 말은 쓰디 쓴 농담인 것.
순철은 어떤 무용담 성격으로, 젊음을 되살려보기도 하는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정극을 떠올리게 하는 ‘명배우의 혼신의 연기’로, 일종의 배우 자체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부여된다고 하겠다.
이 연극은 실제 노배우 오영수, 그에 비해 꽤나 젊은(?) 이영석 배우 모두 죽음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새삼 멀게만 느끼지 않을 실제적인 현실과 맞물려, 어느 정도 가상적으로 죽음을 미리 체험하고 또한 그를 구현해 내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로써 그들의 죽음에 다가가는 태도는 어느 정도 수행적이고 리얼 그 자체로 풀려나오는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한 명의 죽음은 단순히 애도가 아닌, 벗으로서 배웅하게 만드는데, 이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현상하기보다 바로 그가 친구의 죽음을 인식하고 의연하게 그를 당당한 삶의 자리를 유지하게 하며 휠체어를 끌고 제의의 노래를 덧대 죽음으로 가는 통과의례를 만든다.
함께 그 죽음으로 가는 길목을 통과하며 삶과 죽음의 혼종적 경계에서 잠시 이별한다. 이전처럼 양말 한 짝을 빌려 신고 나가려던 좀 전의 시점은 이제 맨발에 양말을 신겨주며 평소의 그 친구로 모습을 갖춰줌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 더 큰 삶으로 포용하는 모습의 가장 인상적인 표지라 하겠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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