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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 <사라지기 위한 시간> : 사물화된 흔적에서 일상의 생기로REVIEW/Dance 2013. 4. 1. 02:51
최승윤의 사랑의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은 사물과 하나 되어 있는 스스로를 현상화하는 차원이다. 비닐봉지라는 안전막을 쓰고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잠겨가는 모습과 시계의 흘러감 그리고 거리에 펄럭이는 바람의 매무새는 무의미한 삶의 영도에 흔적이 갖는 무의식을 정초하며 침묵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는 한편에서 무릎 꿇고 앉아 촛불을 피우고 머리에 꽃무늬 띠를 두르고 TV를 켜며 풍선을 부는 등의 행위 안에 제의적인 의식의 차원으로 흔적들을 대면하며 그 무상함을 표면으로 흘려보낸다. 처음 오페라 아리아에 입을 뻐끔거렸다면, 그리고 스크린 속 일종의 거리 두기적으로 스스로를 진공 포장 상태로 놔두었다면 무대 중앙에 이르러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노래 'Emotion'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몸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일종의 리듬의 구문을 그린다.
이 살아있음은 무상한 섹스의 형태라고도 보이는데 그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그것을 지속하려는 몸짓, 동시에 틈을 벌리려는 몸짓의 양 갈래 길에서 어떤 생기가 비로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역시 기계적이다.
관객석을 다니면서 그는 사물화된 스스로의 상태에서 깨어남을 마치 또 다른 사물 속의 흐름에 있었던 관객들과 순간적인 교류의 형성으로 전이하는 듯 보인다.
환영적 거리두기에서, 다시 그에 대한 반작용적인 몸부림, 그로부터 벗어나 일상의 복구라는 두 번의 전이 끝에 얻은 과정은 관계 맺기다. 일상에서의 생기(生氣)는 레몬을 베어 물고 빵을 뜯어 먹고 음료를 마시고 이를 건네는 성찬 의식의 과정으로 관객과 대면한다.
이러한 만남은 싱그러운데, ‘돌연 깨어남’의 전이가 있기 때문이다. 진공 상태에서 그리고 흔적들에서, 일상의 또 다른 흔적 쌓기의 과감하고도 불확실한 그리고 무모한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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