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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훈/Sari Palmgren, 대림상가를 품고 벌어진 무용의 수행성REVIEW/Dance 2012. 10. 13. 13:12
2012 Korea-Finland Connection 참가 프로젝트 선정작인, '상실 그리고 잊혀짐(망각)'은 대림상가의 역사적/현재적 시간을 모두 담보한 대림상가를 따라 올라가며 비디오와 춤, 경관 등을 모두 구경하는 것이 공연의 개요를 이룬다. 여기에 오디오 이어폰을 끼고 박나훈의 인사말과 대림상가의 역사적 배경의 한 토막을 듣는 것이 시작의 움직임을 지정하고 극에 들어가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장소특정적인 작업이자 렉처 퍼포먼스 형식을 빌린 복합 장르적인 이 작품은 박나훈과 사리 팜그렌Sari PALMGREN(핀란드 MAD 프로덕션 소속 안무가)의 공동 안무로 만들어졌으며 대림상가라는 도시 속에서 이질적이고도 아련한 곧 생소하지만 친숙한 공간의 우리 몸으로부터 촉발되는 기억의 언캐니 공간을 찾아내는 것으로, 공연의 일정 정도 예고된 완성을 이룬다.
곧 공연은 이 공간 자체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어릴 적 약함을 탈피하기 위해 배운 태권도의 일화적 기억은 실제 박나훈 자신의 목소리의 순일한 주체의 연장선상과 결부된다는 현실 인식의 미묘함을 낳고, 또는 어딘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오는 삶의 기억과 결부된다.
이러한 목소리로부터의 찾아오는 기억의 호출, 또는 주체의 소환은 이 작품이 가진 수행성의 측면을 드러낸다. 곧 무용수들이 있지만 이는 우리의 지난 모습이거나 목소리에 의해 환기되는 어떤 환영적 이미지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너른 공간을 쓰는 것에서 오는 자연스런 부분일 수 있지만 박나훈은 이 공간을 무언가 비어 있는 공간으로 처리하고 건물의 황량함을 관객 스스로가 느끼며 공연을 보러 옥상에 이르게 하거나 제일 마지막 공간인 가장 높은 층에서 관객들이 누워서 발코니에서 내려오는 비눗방울을 평화롭게 구경하게 하는 등의 관객이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오고가는 경험을 참여적으로 이끌어 내는 부분이 있다.
이 전의 건물 중간 정도에 위치한 옥상 공간에서의 공연은 두 남녀가 초록색 프로젝션이 쏘인 공간에서 적당히 한가하게 춤을 추거나 두 남녀(박나훈,사리 팜그렌)가 앉아서 가만히 있거나 색소폰을 홀로 박나훈이 부는 등의 동작이 공연의 연장선상이면서 실은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이 한가한 듯, 여러 다른 시간대가 겹쳐진 것 같은 혼란 속에서 한 인물들을 본다는 정도의 생각만으로 흘려보내면 되는 것이다.
이는 이미 이 공간이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고 체험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실상 이러한 형식의 공연은 최근 많이 일어난 추세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 신선하지도 않지만 이 공간 자체만은 여전히 신기한 것이다. 이것이 장소특정적인 작업의 장점으로, 사실 조금 더 이 공간에 대한 설명이 더해졌다면 공연이 한층 재미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조금 남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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