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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 관계를 구성하기
    REVIEW/Dance 2023. 12. 11. 18:34


    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 2023 SPAF ⓒ Sang Hoon Ok(이하 상동).

    〈익스트림 바디〉는 무대 바깥의 존재를 무대로 끌어오는 것으로써 작업을 제작해온 라시드 우람단의 콘셉트에서 시작되었으며, 프랑스의 줄타기 선수 나단 폴린(Nathan Paulin)과 스위스 클라이밍 선수 니나 카프레즈(Nina Caprez) 외 8명의 곡예사가 나오는 무대는, 현존과 재현의 간격을 새롭게 쓰는 것과 함께 인지적으로 확장된 무대 공간을 구성한다. 줄타기와 클라이밍의 수행은 두 다른 인물의 서사와만 결부되지만, 무대에는 중첩되어 제시된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나단의 손에 다른 퍼포머들의 손이 닿으려는 찰라, 또는 간발의 차로 닿지 못하는 모습으로 두 수행의 공간이 겹침으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 또는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고 연기한다. 

    독보적으로 가장 고공의 높이에 있는 나단의 서사는 그리고 나단이라는 인물로 시작하는 〈익스트림 바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주요하게 자리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거의 목소리가 몸과 함께 체현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정작 그의 움직임이 무대를 전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또 아니다. 그의 아우라가 영상을 통해 보증되며, 무대에는 이미 안정화된 상태로 그가 제시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아찔한 절벽 아래에서 거센 바람과 조우하며 움직여야 하는 서스펜스 혹은 긴장은 영상의 연장선상에서 무대에서는 더 느낄 수 없게 된다. 시작과 끝이 아득한 거리를 가진 영상에서의 장면과 달리, 무대는 그 시작과 끝이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한눈에 조망된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설치가 가능하다면 그 감각은 달라졌을까. 한편, 영상은 그런 연유로 반드시 먼저 제시되어야 했을 것이다. 

    실제 〈익스트림 바디〉는 클라이밍과 서커스―후자의 비율이 훨씬 더 많다.―로 지속된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은 무언가가 계속 발생하고 차이를 두고 변화하면서 오르고 내려간다는 결정적인 서사에 종속되는 무대의 세계를 순간의 차원에서 긴급한 상황으로 또는 구조의 차원에서 평탄한 현상으로 치환하기보다는 유연한 흐름, 그 지속에 경도되며 무시간성의 몰입을 향하도록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 바깥에서 나단과 니나 등의 목소리가 있다. 

    〈익스트림 바디〉는 다큐멘터리에서 추출한 목소리를 통한 진정성, 극장에서의 광활한 풍경 위의 아찔한 시각 장면의 스펙터클, 수직으로 옮겨진 통상의 무대가 지닌 시각장의 변화, 몸짓이 아닌 움직임들의 조합을 통한 무용 언어 등 이 모든 것을 조합한다. 반면, 거기서 독보적이거나 독특한 것은 없다. 나단과 니나의 목소리는 그 내용의 차원에서의 갖는 위험도라는 공통점으로부터 출발하며 서로의 차이를 노출함으로써 관계의 정도는 깊어지지 않는다. 반면, 수직적인 평면에서 그 관계는 시각적 접점을 맺는 것으로 나아간다. 

    클라이밍을 하는 퍼포머들이 나단의 높이에 이르기 위한 몸부림은 그 닿기 직전의 순간을 지연하며 그 실패를 결국 긍정하는 부분은 나단의 내면 정체성이 유유한 그의 몸짓으로 연장되며 높이의 숭고성이 구성된다. 그 닿기의 실패는 그 숭고성을 다른 방식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접점이 높이의 공포를 내면의 움직임과 결부시켜 분리된 바깥이 아니라 통합된 내면으로 치환하는 나단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니나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는 지점이 만나 나단의 차원에서 승화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떨어짐의 반복은 사실 실패가 아니라 그것의 익숙해짐이다. 사실 클라이밍 자체를 줄타기와 결합시켜 영상에서의 허공이라는 것이 상기되도록 하는 건 〈익스트림 바디〉의 암묵전 전제라 하겠다.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은 실제 인물들의 서사 혹은 그 인물들의 출현으로부터 무대를 구성해 왔다. 이미지, 움직임, 음악 등 다양한 매체가 혼합됨은 대자연을 누비는 인간에 대한 경외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드러낸다. 그 높이는 현실적인 차원의 고통과 어려움, 근본적인 두려움으로도 나타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극복하거나 승화시키는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초월적 심상이 체현되기에는 무대는 너무 현실적이고도 명확하다. 삶의 서사는 작은 조각처럼 부상하고 흩어진다. 그리하여 〈익스트림 바디〉는 서커스라는 어떤 장르, 곧 클라이밍과 줄타기 사이의 진공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이미지를 만든다. 곧 만날 수 없는 관계의 마주함, 그 자체의 신비함. 그것은 곧 무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미학의 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10.6.FRI 7:30pm, 10.7.SAT 3pm
    공연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접근성(전 회차) 안내: 보행, 일부 장면에서 한글 자막, 영어 스크립트 제공
    장르: 무용, 아크로바틱  
    관람 연령: 만 7세 이상 (초등학생 이상)
    소요시간: 60분
    초연: 2021.6, 몽펠리에 댄스

    제작진
    제작: 샤요 국립무용극장
    콘셉트: 라시드 우람단
    음악: 장-밥티스트 줄리엥
    비디오: 장-카미유 고이마르
    조명: 스테판 그라이요
    의상: 카미유 파닌
    무대감독: 실바인 지로도
    출연: 조엘 아주, 타밀라 드 네예르, 클로테르 푸슈로, 자비에 머모드, 패트리샤 마인더, 세페 반 루베렌, 막심 세거스, 오웬 윈십, 앙투안 크레티논, 카밀 두마스
    제작: 샤요국립무용극장
    공동제작: CCN2 – Centre chorégraphique national de Grenoble, Bonlieu Scène nationale Annecy, Théâtre de la Ville – Paris, Festival Montpellier Danse 2021, L’Estive – Scène nationale de Foix et de l’Ariège, Le Bateau Feu – Scène nationale de Dunkerque, Le Carreau – Scène nationale de Forbach, MC2: Grenoble, Théâtre Molière – Sète, Scène nationale Archipel de Thau, Le Théâtre Scène nationale de Saint-Nazaire
    감사: 패트리샤 마인더, 자비에르 메르모드, 기욤 브로우스트, 로메인 코셰릴
    기술지원: 버티컬 스페이스, 뮤직 플러스 그레노블
    후원: MC93 센-생드니 문화의 집,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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