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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엽의 댄스살롱] 박근태 <I wish..짧은 사랑에 대해 지껄이다> : '몸과 말 사이에서'
    REVIEW/Dance 2013. 4. 2. 02:57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맞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6일간이나 진행된다. 네 개의 작품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지 않고, 안무가 제 각각의 창조성이 발현된 작품들이다.


    클래식, 말, 내면



    ▲ 박근태 안무가


    ‘음악’에서 ‘말’로 이동하며, 클래식한 몸에서 세속으로 급격하게 선회하는 흐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사랑에 관한 ‘재잘거림’을 곧 안무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말을 집어넣는 것과 말이 곧 안무가 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음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라이브 피아노 연주에 따른 움직임이 있다. 두 남녀는 각자 다른 평면을 그리지만 불완전한 모습을 보인다. 만남을 갈급하고 있고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에 대한 갈급함이 몸을 추동시키기 때문이다.


    회색의 꽉 끼는 원피스를 입고 제반 현실을 지운 진면목에 해당하는 내면의 자아가 무대 상수에 등장하고, 이어 재잘거리는 이야기들은 사랑에 대한 의례 세상의 숙덕거림이고, 그런 의미에서 상투적이고 또한 피상적인 차원에 가깝다. 이는 사랑의 추상적인 단면에 침잠하며 존재적 표현의 일부가 될 때에서 급격한 현실로의 추락에 다름 아니다.


    몸과 말 사이에서


    ▲ 박근태 <I wish..짧은 사랑에 대해  지껄이다> 리허설 사진[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현실 속 제스처를 끼워 넣어 말을 하며 움직이고 움직임과 움직임 속에 말을 넣으며, 구체적으로는 말의 구문과 몸의 제스처를 대등하게 놓는, 말과 제스처의 절합을 시도하는 안무는 ‘움직임으로 해소되지 않는 말’, ‘움직임을 통해 길어낸 하나의 말’의 형태로, 곧 ‘몸에서 발현된 말’이 될 때, 어색한 또는 재현적인 말의 힘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져가게 된다. 그런데 이 말은 또한 결국은 몸보다 말을 우위에 둔 또 다른 제스처는 아닐는지, 이는 늘 무용에서 말을 사용함에 대한 하나의 의문이다.


    클래식에 따른 사랑의 추상과 현실을 대면하는 제스처 사이에서 분열의 과정은 내면의 자아라는 무의식의 영도에서 다시 선회한다. 이 세 차원을 순서대로 반복해서 오간다. 이 총체적인 사랑의 진실과 표면은 또한 분열의 양상이기도 하다.


    스타카토 위주의 피아노 연주로 바뀔 때 춤은 리듬 단위들 자체로 바뀐다. 이 생기 있는 느낌은 앞선 사랑 관련한 이야기의 어떤 귀결로 이어지지 않으며 상징적 구문들에 이어 순수한 표현 단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반면 앞서 수없이 벌려 놓은 말들은 주어 담을 수 없는 부피로 해소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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