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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오늘」 리뷰 : ‘삶-죽음의 대기, 빛과 어둠의 양면’
    카테고리 없음 2011. 10. 13. 13:03

     
    1년 전, 나의 생일날
    사랑하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죽인 이는.. 17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용서했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아직은 어리기에..
    용서를 하면
    잘못을 뉘우치고 열심히 살거라 믿었습니다.
     
    제 용서가
    … 사람을 죽였습니다
     
    -다혜의 노트 中에서-


    「오늘」의 대기는 무겁고 또 무미건조하다. 이 대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현실의 무게, 그 지속, 불균형적인 삶의 변화 없음의 균형과도 같은데, 이는 좀처럼 사건 없는, 서사의 전개가 없는 더딘 흐름을 넘어, 오히려 과거의 상처들을 안고 사는 현재는 그 사건의 징후 곧 어둠으로 덮여 있는 가운데, 그 트라우마의 순간, 다시 사건이 도래하지 않을 종결로서 사건으로 계속 의식은 되돌아가고, 현재는 좀처럼 새롭게 현재로서 도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 현재/오늘은 오늘이 되지 않는 지난날의 흔적으로서, 단지 내일이 될 수 없는 현실의 유예에 가까우며 그래서 이 오늘은 여전한 어둠의 현실로 자리할 수밖에 없다.


    송혜교(다혜)의 손목을 그은 자살 흔적은 그 상처의 아가리를 열고 말하지 않는 그저 담담한 듯 죽음 충동을 일으키기보다(이미 지나간 것으로서) 이제는 죽지 못 해 사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저 모호하고 또 상동할 때 이 삶도 죽음도 아닌 현재를 묵묵히 감내하며 삶-죽음의 모험 없는, 사건 없는, 미래 없는 미약한 숨을 새며 사는 남지현(다혜)의 모습은 어떤 것도 그녀 스스로 주체적으로 말하지 않을 것임을, 주체로 이 자신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것임을 상정하는데, 그래서 이 상처의 아가리는 징그럽게 입을 벌리며 그 상처의 기억을 스스로 현시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어지지 않는 서사(실상 정교한 서사 구조도, 별다른 서사랄 것도 없지만)를 빠져나오는 돌연 툭 튀어 나오는 장면 같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상처의 환기/현시는 오히려 이 상처를 그녀 스스로 의식할 수 없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시선, 굽어보는 어떤 시선으로 다시 나타나며 또는 무의식의 한 지점에서 다시 그녀의 현재를 가리키며 구원의 목소리, 구원에의 염원을 견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 이 상처가 현재의 징후로 고스란히 드러나며 비판적 태도의 견지, 마음을 열지 않는 폐쇄성을 지닌 채 현실/가족을 외면하는 지민의 모습은 그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 그녀는 현재의 활기를 고스란히 체현하고 있는 듯하다. 곧 그녀로 인해 이 죽은 대지의 다혜의 현실에 입김을 불어넣는 생명의 존재로 나타나는데, 마치 정말 다혜는 그녀 자신이 지민에게 하나의 대지이듯 그녀에게 번번이 먹을 것을 해주며(지민이 다혜가 주는 것 외에 이 먹을 것을 거부하는 것은 그녀가 현실/현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를 생육하는 대지의 역할 또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처를 안은 그녀(다혜)가 상처를 드러내는 그녀(지민)에게 삶의 부분을 떼어 준다는 것은 이 상처가 결국은 그 현재/자신을 떼어줌으로써 언젠가 다시 현실로 드러날 것임을, 또 그 기억이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들어가 현재를 잃어버린 주체의 자리를 다시 탈환할 것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곧 그녀와 비슷한 그녀의 다음 시간으로서 존재 곧 자신의 미래적 존재 또는 상처를 입지 않은 자신의 과거적 존재를 상기하며 자신을 다시 또 새롭게 바라보고 상처를 한 발 뒤에서 또 직접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여지를 두게 만드는 것이다.


    다혜는 말 없음 단지 이 어둠에 잠긴 채 이 어둠 속에서 잠깐도 미동하지 않는 죽은 삶의 그림자를 체현하며 또 그 안에 절대 침묵의 경지를 유지하며 아주 잠깐의 빛이 나타나는 삶의 구원적 요소를 발견하는, 내지는 삶의 약동을 경험하는 잠깐의 순간을 말없음의 모습으로 비춰내야 한다.

    이는 그래서 드러나지 않음의 연기 드러날 수 없는 (무의식의) 연기 그 밝음, 빛, 또 다른 자아 자신의 외부적 자아로서 지민의 자장 아래 아주 잠깐 변화를 일으켜야 하고, 이는 그 미세한 변화를 잘 포착할 수 있게 또 감지하기 어렵도록 만들게 하는 디테일한 연기 또한 무의식의 연장으로서 연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남지현의 연기는 현실에서 빛으로 송혜교를 압도하고 있고, 이는 연기의 양날과 같은 것으로, 상대적으로 그녀가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 어둠은 영화의 하나의 대기이기에 이 어둠에서 약동은 찾을 수밖에 또 그것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관객의 몫, 또 그것이 다혜가 된 관객의 몫(궁극적으로 다혜에 이입된 관객의 몫)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 개요]
    작   품    명 : 오늘  
    장              르 : 드라마  
    감              독 : 이정향  
    출              연 : 송혜교, 남지현, 송창의, 기태영  
    제공 / 배 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 작 / 기 획 : 포시즌 스카이 컴퍼니  
    러 닝  타 임 : 119분  
    상 영  등 급 : 미정  
    개              봉 : 2011년 10월 27일  
    홈  페 이 지 :
    www.today2011.kr   

    [사진 제공=필름마케팅 캠프]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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