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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_리더스폴 콘서트 2011] 최강 세션의 조합과 다채로운 재즈의 향연
    REVIEW/Music 2011. 7. 2. 03:38


    프리 세션의 맛깔나는 연주, 국내 정상 연주자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낯설지 않은 게 또한 재즈의 매력이 됐던 시간...

    밴드가 엮어 내는 음악은 하나의 공간을 상정한다. 각기 다른 악기들은 마치 풍경 이미지가 전경과 후경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듯 중층적인 깊이를 띤다.

     다섯 명의 쟁쟁한 밴드 세션들은 팽팽한 연주 양상을 만들었다. 프리 임프로비제이션의 요소들이 충만한 재즈의 자유롭고 기약 없는 시간에 바치는 연주, 공간 전체를 어르고 공명 시키고 섬세하게 분할하는 합주와 개인 독주의 오고 감이 통통 튀는 대화로, 또 각기 다른 층위의 중첩과 혼재된 양상으로 융합되어 나타나며 끊임없이 섬세한 분별과 공명에 대한 귀의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뚜렷한 선율과 멜로디 위주로 음악이 단순하게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화음과 긴 호흡의 단위로 현재 진행되는 것이 복잡하지만, 또 재즈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Song For Anne」(오은혜 작곡)은 색소폰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드럼과 피아노가 표면의 마찰을 일으키는 표층 층위에서 나타난다. 심연에 닿는 더블 베이스와 그와 동류를 이루지만 더 두드러진 목소리의 기타가 하나의 밴드 세션을 이룬다. 피아노의 궤적은 이와 같은 공간에서 조옮김과 어긋나기적 전환을 통해 다양한 마찰을 일으킨다.

    「Love For Sale」(Cole Porter)은 리더스폴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각 파트의 프리 세션의 연주 길이를 자유롭게 허용한 무대로, 각 파트의 특징들이 강조됐다. 기타와 베이스가 간간이 주선율에 응수하며 반주를 넣어주는 것도, 한 명씩 멤버가 빠져 나가며 빈자리를 남겨둔 채 마지막까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이어 사회자로 모습을 드러낸 재즈피플 김광현 편집장이 ‘드림 세션’으로 소개한 리더스폴(관객이 선택한) 각 연주자들의 연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색소포니스트 김지석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은 격렬하게 쏟아내는 색소폰을 시작으로 드럼의 존재감이 큰 무대이기도 했다. 매우 섬세한 변주에 의한 진폭이 묵중하게,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공간을 뒤덮으며 자리했다. 전체적으로 음악 역시 제자리에서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팽팽한 화음들의 향연이 빚어졌다. 어느 하나 중심을 갖지 않는, 그렇지만 각자의 존재가 오가며 꽉 찬 공간을 형성했다.

     「317 E 32nd St.」는 한층 낭만적 정서를 전한다. 리듬을 맞추는 김주원이 인상적이다. 썰물 뒤 고독한 정서,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아련한 소리에 심장은 뛰는 듯한, 느낌은 음악 안에 사운드와 나란 주체가 동시에 있는, 감상과 감각이 동시성을 띠는 매우 다른 두 층위의 음이 혼합되고 있었다.

     환영성을 띤 음악의 색채는 바람이 솔솔 잔잔하게 불어오는 여행에서의 느낌을 선사했다. 색소폰이 들어오며 무게감이 생기는데, 드럼은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큰 존재감을 갖는다. 베이스의 매우 저음 영역대의 사운드는 정적 속에 조그맣게 내레이션을 읊는 듯한 꿈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 피아니스트 이지영

     매우 익숙한 곡「Let it be」는 드럼과 베이스가 안정감 있게 곡을 받쳐주는 가운데, 사운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작년 12월 피아노 이지영의 2집 앨범에 수록한 비틀즈의 원곡을 편집한 곡으로, 약간의 멜로디를 앞뒤로 짧게 덧입히는 정도로 넣는데, 그 중간에 길게 연주로써 늘어뜨리며 원곡을 해체하는 단계까지 이르러 새롭게 곡을 창조하는 가운데 희미하게 익숙한 멜로디가 살아나는 것이다.

     곧 재즈의 자유로움이 살아나는 악보에 매이지 않는 또 다른 현장의 악보를 만드는 복잡하고 긴 과정에서의 청음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이 적용됐다.

    ▲ 베이시스트 이순용

     「The more I see you」라는 간단한 가사로써 솔직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노래를 선택한 혜원은 화사한 푸른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베이스 연주자 이순용은 중학교 개근상 이후 처음 받는 상이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둘만의 곡이 시작됐고 악기에 거의 파묻히지 않은 혜원의 목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었고, 이순용 역시 현을 튕기며 나오는 소리로, 베이스로서 한층 날카로운 사운드를 선사하며 베이스와 신체가 함께 떨리는 거의 퍼포먼스와 같은 몸짓을 보여줬다.

    「All the things you are」의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는 날 것 같은 특별한 인상을 전한다. 현을 뜯는 손에 사운드는 폐부를 찌르는 듯 공간을 뚫고 귀청에 박힌다. 날 것의 소리는 그 자체로 실재를 전하면서 공명을 일으킨다. 어느새 침잠하는 사운드는 극단까지 거닐며 귀에 묵중하게 재잘거리고 있다. 이는 돌연 처음으로 다시 돌아감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한 천연덕스러운 시작과 끝 간 전환은 그 둘을 묘연하게 하며 사라져 갔다.

    ▲ 드럼 연주자 서덕원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에서는 처음과 끝에 반복되는 기타가 전하는 짧은 멜로디가 꽤 인상적이다. 더디고 낮은 사운드에 긴 호흡의 잔잔한 진행에 무엇보다 베이스와 드럼이 주요하게 자리한다.

     중학교 시절 개근상의 주인공이 이순용이라면 자신은 고등학교 개근상 이후 처음 드럼으로 상을 받게 됐다는 농담을 던진 서덕원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어 등장한 혜원은 재즈 노래인지도 잘 몰랐었을 때 불러보고 싶었었던 노래가 콜 포터가 작곡했던 노래였다고 그녀의 재즈 입문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콜 포터의 「Too darn hot」을 불렀다.

    ▲ 보컬리스트 혜원

     혜원의 매력은 무대를 당당하게, 꽤 분위기 있게 사로잡는 데 있다. 좌우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왔다 갔다 하는 것부터 눈을 스르륵 잠시 감았다 뜨는, 노래를 시작할 때 힘주어 쳐다보는 눈빛을 스쳐가게 하는 것, 미세한 손놀림의 변화로 강단 있게 리듬을 맞추는 것 등 수준급의 무대 매너가 그녀의 외모에 더해져 짜릿함을 준다. 마치 매우 흥겨운 분위기의 노래와 더불어 어느 한 재즈 클럽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서덕원은 부모님들이 안 좋아하는 시끄러운 악기라서 집을 여러 번 가출할 수밖에 없다는 드럼 연주자의 한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등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총 아홉 곡을 거쳐 오며 노래는 성숙된 분위기를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Penthouse Serenade」는 색소폰의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사운드가 인상적인 가운데 땅을 딛고 천천히 구르는 차에 몸을 싣고 이동하는 광경 같은 둥둥 떠다니되 땅의 부대끼는 감각들의 차이들은 고스란히 전달 받는, 동시에 공기와 광경들은 느릿하면서도 뚜렷하게 지나가는 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This I dig of you」는 처음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와 비슷한 느낌의 곡으로, 핀 조명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스모그가 마치 비처럼 느껴졌다. 시종일관 긴장과 들떠 있는 분위기에서 쉴 틈 없이 사운드가 거세게 몰아쳤다. 드럼의 일순간의 멈춤은 시간의 멈춤이자 가다듬고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밀고 당기는 리듬을 구현하는 것의 한 부분으로, 드럼의 존재감이 큰 무대였다.

    ▲ 기타리스트 박주원

     앙코르 곡에 맞춰 혜원이 다시 등장,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또 한 명의 사람으로 마이클 잭슨을 소개하며 마이클 잭슨 「Black or white」가 이어졌다.
     특히 금속성을 짧고 빠르게 끊어서 내는 박주원의 기타 멜로디가 매우 흥겹고 힘 있게 중간 중간 두드려졌고, 멜로디 이후 끊임없이 늘리는 연주를 통해 「Let it be」와 마찬가지로 원곡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원곡의 형체를 짐작케 해주는 건 드럼을 통한 박자의 중간 중간의 지정뿐이었다.
     멜로디의 짧은 익숙함의 시작과 끝의 노래를 부른 혜원은 그 사이에 다른 멤버들 각자의 프리 세션 이후에 그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능숙한 무대 매너를 보였다.

     각기 다른 악기들은 저마다 다른 리듬을 생성하고 피아노는 맞춰서 진행되는 가운데, 오히려 가장 익숙한 곡을 재즈로 들으니 즐겁고도, 한층 다른 분위기에서 곡을 새롭게 전유할 수 있는, 해석의 즐거움 또한 있었다.

    리더스폴 연주자의 열 곡 그리고 라이징 스타까지 총 열 두 곡이 연주된 이번 콘서트는 120주기를 맞은 콜 포터에 포커스가 맞춰지기도 했지만, 한 명 한 명 각자의 개성이 한 곡에서 또는 여러 음악의 전환 가운데 드러나며 각 세션의 개성까지 더 잘 알 수 있게 된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더 큰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된 시간이기도 하면서.

    [공연 개요]
    ▪ 일  시    2011년 6월 24일(금) ~ 25일(토) 금요일 오후 8시┃토요일 오후 7시
    ▪ 장  소    LIG 아트홀(강남역 8번 출구)
    ▪ 티  켓    전석 50,000원
    ▪ 예  매    인터파크 T. 1544-1555 
    www.interpark.com
    ▪ 문  의    LIG 아트홀 T. 1544-3922  www.ligarthall.com

    [2011 리더스폴 아티스트]
    이지영 Piano  | 이순용 Bass | 서덕원 Drum | 박주원 Guitar | 김지석 Saxophone | 혜원 Vocal 평생공로상_ 최선배

    ▶ 연주자 정보 보러 가기
    [사진 제공=LIG아트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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