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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다페 2015 리뷰: 특기할 만한 몸짓들, 현재 유효한 질문에 대한 질문
    REVIEW/Dance 2015. 7. 1. 11:21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사계>는 하나의 작은 큐브를 가지고 사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 존재들의 관계를 구현한다. 커다란 무대는 작은 하나의 무대이자 공간인 큐브에서부터 시작되며 큐브로 돌아간다. 큐브에서부터 확장되며 큐브로 압축된다. 이 큐브는 입체적이고 모서리가 비대칭적으로 깎여 나간 다변형의 구조로, 계절의 분기에 맞춰 위치를 달리한다. 매우 변화무쌍한 건축적 구조물은, 그럼에도 유선형이 아닌 직각적이고 평면적으로 공간에 상정되며 이와 합치되려는 움직임들은 다분히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이는 수직 축을 유지하며 그것을 은폐하는 유연함의 몸짓들과 전체적인 활강의 동력을 가져가는 발레를 공간 안에 결부 지으며 다소 더뎌지는 흐름으로 인한 탈은폐의 측면일지도 모른다. 개막작인 만큼, 사계절의 화려함을 다양한 변화의 측면으로 가져가는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화려한 성찬은 4계절의 생명력을 낯설고도 특이하게 보여주는 몇몇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안무를 위한 중첩된 이미지를 낳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마리우스 피니기스 & 만타스 스타바친스카스의 <ID D&G>는 일종의 음악 자체를 서사의 동력으로 끌어내고 그에 합치시키는 몸짓들의 연기와 이야기가 재기발랄한 흐름을 만드는 공연이었는데, 곧 음악을 몸으로 투영시킨다는 측면이 컸다. 김환희의 <달리기>가 좌초하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 나가는 젊은이 군상의 허접스러울 만치 구축되지 않는 엔트로피의 열정과 허덕임을 날것으로 그냥 드러내려는 의도가 반영된 작품이었는데, 그것은 참으로 중복된 이미지들의 의미 없음으로 다가왔다. 그 자체가 하나의 진정성이라는 내면에 가닿는 것이었는데, 그 방향 없음의 원환이 이 현재의 간극 없는 터널을 통과하며 결국 나오지 못하는 것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 조양희의 <백색소음>은 단단하게 몸짓에 시각의 기호를 정박시키려 했는데, 그것은 한편으로 너무 단단하게 관객을 조였다. 무대 배치에서 오는 갖가지 흰색 계열의 세계가 갖는 삶의 무작위적 여정의 서사가 한 축으로, 이질적으로 신체와 맞물리며 병치되고 있었다.

     

    Mover 김설진의 <먼지매듭>은 쓰레기로부터 튀어나온 도시 빈민, 부랑자의 삶, 또는 원초적으로 탯줄에서 끊겨 나온 핏덩어리의 신체로의 기원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상상적 전제를 가지고, 일종의 피부이자 쓰레기인 옷들 가운데 벌거벗은 신체의 유일한 존재와 특성 없는 집단의 부랑아들의 떼거지 움직임이 대조를 이루며, 사라짐과 드러남의 중첩(드러남 속에 사라짐이 끼어 있는 형식), 또는 사라지면서 드러나는(이상한 열광 뒤에 말 없는 신체의 꾸물거림), 이상한 신체의 생명력을 현상했다. 어둠 속에서 빛들이 반짝거림은 ‘잔존’하는 반딧불처럼, 기이한 생명력으로 그 쓰레기더미의 옷가지들 속에서도 그것을 헤집지 않고도 드러났고, 그러한 ‘각자 또 같이’의 군중적 움직임은 하나의 물결로, 또 사라짐 속의 빛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려져 있던 하나의 원초적 신체인 누드로 바뀌며 모순의 병치들을 수행했다. 노리히토 이시이의 <SAMON>은 두 명의 얼굴을 가린 신체가 마치 서로를 복제하듯 맞물리는데, 진공과 건조함, 움직임만이 절대적으로 자리하는 숨 쉴 수 없는 공기에서의 긴장을 드러냈다. 이는 그 숨을 간접적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관객과 맞닿는 지점이 생겨나기에 어떤 퍼포먼스적 현재의 순간들을 쌓는 과정으로 볼 수 있었다. 이해준의 <트라우마 3.0>은 충격의 외상이 체현된 존재들의 관계를 움직임의 강도와 사선적이거나 무질서적인 무대의 전체적인 배치로써 풀어냈는데, 어떤 현재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은, 다소 안무의 단단한 매듭을 짓는 한 유형의 과거적 재현의 측면에 조금 더 가까이 있는 듯 보였다.

     

    (2015년 모다페는 지난 모다페에 비해 많은 관람을 하지 못해 종합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 유효한 현재적 질문을 입고 그것을 동시에 가로지르는 움직임들, 또는 그 움직임들을 통한 현재적 질문의 유효함, 곧 질문 자체가 하나의 대안을 능가하는 그런 무지막지한 움직임은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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