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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허창열씨 오구굿> 예술과 삶, 삶과 죽음의 만남
    카테고리 없음 2013. 8. 21. 12:50


    ▲ <허창열씨 오구굿>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불혹도 못 채우고, 죽은 허창열 씨의 혼을 불러다 굿을 해서, 그를 춤추게 한 후, 그가 평소 좋아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겨 보내주고자 한다. 


    눈 오는 경사진 산등성이에서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모습은 을씨년스럽고도 위태위태해 보이는데, 이 정도면 그래도 허창열 씨의 아픔을 함께 할 준비가 된 듯(?) 하다. 그와 함께 했던 후배의 일상적이고 따스했던 정을 되새기는 이야기는 다시 현실로 감각을 넘어오게 하는 반면, "이제 무덤으로 가옵니다."의 은근한 초입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굿으로 나아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치하게 된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굿"으로, 경상도와 강원도, 용동 지방에서 세습무 형태로 내려 오고 있다. 세습무는 말 그대로 세습을 받은 무당이 치루는 굿으로, 신내림을 받아 치루는 강신무와 달리, 연행과 예술적 요소에 치중해 있다. 창열 씨가 평소 팀원들이 자신이 죽으면 굿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탓에, 무당이 아닌 평범한 주인공들이 굿을 치루게 된다.


    이는 평범한 이들이 예술을 전유함으로써 삶이 진정 예술로 침투하는 과정이다. 죽지 않았음에도 죽음을 그려내는 것만큼이나 불경한 행위가 또 있을까. 반면 죽지 않았음에도 불가능성의 죽음을 사유하고 또 다가가고자 하는 몸짓만큼 숭고한 것이 또 있을까. 그렇게 일상을 벗어나는 굿은 그래서 우리 문화가 가진 가장 아름다고 처연한 퍼포먼스가 아닐까. 


    이들의 굿을 영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친구들의 평소 그의 모습에 대한 기억을 전하는 내레이션을 굿과 병치시키며 예술로서의 굿 속에 생생한 허창열 씨의 모습을 피워 낸다.


    굿을 치루는 임시 무당이자 허창열의 이야기들을 굿으로 엮어 내는 그의 동료 가상주 선영욱의 말을 허창열 씨의 선배와 그와 결혼을 앞뒀던 애인 분은 담담하게 받는다. 이는 엄밀하게 보면, 한없이 처절하고 이겨내지 못할 슬픔으로 산자의 마음을 치닫게 하는 대신, 어느 정도 그 현란한 굿의 소용돌이로써 요동치게 하면서도 그 리듬에 동화시켜 결국에는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굿의 리듬이, 이 상황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하는 탓으로 보인다. 우리의 마당극은 이미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 내지 소격 효과를 달성하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 문화는 결국 죽음에 우울해지고, 삶의 의지를 잃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겨내고자 하는 바가 더 컸던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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