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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영화로 영화의 외연을 넓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카테고리 없음 2013. 8. 21. 12:45

    '음악영화'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보면, 영화를 수식하는 음악이 붙기에, 음악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영화는 음악을 활용하며, 음악적 완성도에 많은 공을 들인 경우에는 따로 ost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음악영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홈페이지에는 그러한 답이 따로 주어져 있지는 않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또 영화제를 한번 체험코자 제천을 찾았다. 


    영화, 삶이 된 음악을 비추다


    <허창열씨 오구굿>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불혹도 못 채우고, 죽은 허창열 씨의 혼을 불러다 굿을 해서, 그를 춤추게 한 후, 그가 평소 좋아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겨 보내주고자”한다. 허창열 씨의 동료와 친구들의 소박한 꿈은 제법 큰 규모의 굿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을 담아 <허창열씨 오구굿>가 탄생했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굿"으로, 몇몇 지역에서 세습을 받은 무당이 치루는 세습무 형태로 내려온다. 이는 신 내림을 받아 치루는 강신무와 달리, 연행과 예술적 요소에 치중해 있다. 허창열 씨와 함께 했던 후배가 전하는, 일상적이고 따스한 정을 되새기는 이야기는 죽은 창열 씨의 따스한 온기를 되살린다. 한편, "이제 무덤으로 가옵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굿이 시작되며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진다. 굿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생겨나는 건 처연한 슬픔이 아닌, 그를 온전히 보내주고 나서의 삶의 단단함이었다.


    ▲ <바람의 자유>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바람의 자유>는 50세 싱 어 송 라이터 '바람종'의 목소리와 삶을 좇는다. 바람이 불면 소리를 내는, 절에 있는 풍경(風磬)을 한글로 풀면 '바람종'인 셈이다. 이는 마치 현실을 잊고 자연스럽게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온 몸으로써 음악적 자유를 모든 이에게 주고자 하는 숭고한 희생의 의미로 다가온다. 


    바람종이 여기 저기 여러 음악 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며,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관과 가치관을 털어 놓고, 이는 결코 과하지 않게 은근한 감동으로 배어 온다. 영화는 '삶이 음악'인 이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레 음악과 음악에 대한 철학까지 담아낸다.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해 자유로워진 바람종은 '바람이 불어야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바람종'에 대한 이전 생각이 "그냥 그 자리에 걸려서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자체가 풍경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전한다.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종처럼, 바람종에게 음악은 삶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자유로운 것이 된 것이 아닐까. 


    영화, 음악을 표현하다


    ▲ <올드보이즈>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드보이>를 연상시켜 왠지 관심이 가던 영화, 뚜껑을 열어보면 매우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청소년들의 학교 안 일상을 다룬 희극적인 청춘물이다. '왕 샤오슈아이'(왕 타일리 배우)는 학급의 아리따운 여자애(유 페이페이 배우)의 사진을 두고 마구 자위행위를 하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뮤직비디오를 마주한다. 그 춤을 익혀 여자애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 반면 기타를 치며 그녀를 유혹한 '샤오 다바오'(샤오 양 배우)는 실패, 짝사랑의 긴 '셀 수 없는' 시간들을 맞아야 한다. 잭슨에 열광하며 자랐거나 정말 잭슨을 좋아하는 듯한 감독에 의해 영화는 적재적소에 잭슨의 음악들을 끼워 넣어 그 음악의 감성들을 체현하는 한편, 잭슨을 듣고 자란 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또한 마치 '주성치'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간적인 페이소스를 물씬 풍기면서도 유쾌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덧 성인이 되어 이발소를 운영하던 비루해진 모습의 샤오슈아이는 차츰 잭슨을 다시 찾게 되며 다시 삶의 풍요로움과 활기를 찾게 된다. 한때 같은 여자 아이를 두고 여자의 관심을 끌고 끌지 못했던, 두 친구는 비로소 'Old boys'가 되어 오디션장에서 다시 만나고, 한 명은 '빌리 진'을 아날로그 기타로 치며 꽤나 감미롭게 노래하고, 다른 한 명은 그에 맞춰 춤추기 시작한다. 이어 환상의 듀오로 분한 두 친구는 '해피 보이즈'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는다. 어쩌면 꿈은 잊히지 않고 어딘가에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를 대신해 영원히 늙지 않는 주인공 둘의 환상적인 성장 드라마인 셈. 


    ▲ <시규어 로스 : 발타리>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inga birgisdóttir 감독이 표현한 시규어 로스의 <varúð>는 어떤 자막도 없이 흘러간다. 그저 음악과 시적인 이미지들로 이뤄진 영상뿐이다. 화면 전체를 뒤덮으며 눈이 온다. 점차 밝아져 산과 강이 펼쳐지자, 마치 사운드는 이 세계 자체를 밝히며 오는 듯하다. 곧 음악은 축소되어 배경을 장식하는 대신, 그 배경 자체의 울림으로 온다. 


    이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내러티브를 보충하는 측면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별한 뮤직비디오, 그리고 음악 자체를 상징하는 영상을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에 의해 16편의 기존의 뮤직비디오를 뛰어넘는, 음악의 제목과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진 것. 


    각 영화들은 '헨리 준 와 리'의 <dauðalogn>이나 'Ruslan Fedotow'의 <dauðalogn>과 같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신성함으로 돌아간 인간을 그린다거나, '클레어 랭건'의 <varðeldur>과 같이 음악 자체의 추상적인 리듬을 표현주의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또는 '대쉬 쇼'와 '존 카메론 밋첼'이 만든 <seraph>와 같이 독특한 내러티브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저마다 다른 영화들은 음악이 어떻게 영화를 낳고,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음악적 언어'로서의 영상이 음악을 새롭게 비추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그 예가 된다.


    ‘음악으로 꿈꾸는 영화, 영화로 꿈꾸는 음악’


    ▲ <실험음악에 관한 단상>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아마도 '음악영화'는 몇몇 살펴본 영화들처럼 음악과 관련한 삶을 담는다거나 음악 자체로부터 출발하는 영화로 구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은 우리가 듣거나 내가 듣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발생하는 것이다.”(존 케이지), <실험음악에 관한 단상>에서 인용한 이 문장은, 음악은 시각과 달리 소유되거나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음악은 세계 그 자체를 물들이며 (그 세계 자체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영화는 영화(영상)가 미처 시각의 범주로 포섭하지 못하는 음악의 영역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음악에 관한 여러 다른 삶의 부분들을 비추거나, 음악 자체가 영상(세계)에 발생하는 그 어떤 존재감을 주는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기존의 영화에서 음악이란 부분에 주목해, 기존의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확장된 감각을 제공하거나 음악과 결부된 삶의 요소들을 비추며 확장된 영화의 소재를 얻는 듯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영화에 '제천'이란 환경이 남는다. 영화제 저녁에는 의림지나 청풍호수를 두고 영화음악들을 소개하는 라이브 무대도 마련된다. 앞서 영화가 음악을 매개했다면, 이제 음악이 영화를 매개하는 셈이다. 영화와 음악의 끈끈한 만남, 그리고 영화의 음악으로의 '불가능한' 지향점은 분명 음악영화라는 영화에 대한 풍성한 시선을 더하리라 생각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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