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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햄릿이야기> 시연회 : '햄릿에 대한 현대적 시선'
    REVIEW/Theater 2012. 4. 12. 10:57

    ▲ 햄릿과 오필리아

    지난 9일 2012 서울연극제 출품작 극단 가변의 <햄릿이야기>(연출 이성구) 시연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해빛’에서 열렸다. 지난 서울연극제에서 <사라-0>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성구 연출은 리허설보다는 연습의 일부로 시연회를 진행할 것임을 시작 전에 공지했다. 재현을 위한 재현의 의미보다는 완성의 과정 차원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일단 흥미로웠다.

     

    <햄릿이야기>는 고전의 재현보다 현대적 변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대는 독특하고 인물들은 현대적 옷을 입고 재탄생한다.
    피라미드 모양의 골격만을 지닌 구조물의 형태가 세워진 무대는 연습장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지만, 햄릿의 선 현실의 위치를 역동적이고 위태위태한 균형으로 보여줄 것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칸칸이 분리된 하나의 구조물은 복잡한 심리의 지층들의 단상이기도 하다.

    ▲ 클로디어스 왕과 왕비

    담배 피우는 클로디어스 왕은 다분히 마초 같은 모습이고, 햄릿은 우산을 쓰고 나타나 그 안에 갇혀 있는 유아론적인 심적 상태를 환유로써 보여준다. 마스크를 쓴 등장인물들 말을 하지 않는다. 숨이 막히는 현실에 대한 환유인 셈. 미디어 장치는 그것이 퍼져 나가는 가상계의 일환인 한에서 유효하다.

    ▲ 미디어로 전파되고 있는 클로디어스 왕의 거짓말 기자 회견

    또한 강희영 배우가 연기하는 햄릿 바깥의 현실 인물의 극 외부에서 햄릿에 대한 메타-정보들을 읊어댐은 이 연극 햄릿의 재현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다. 어떤 햄릿이 언제 상연됐다는 정보를 덧입히는 것은 이 속에서 파열하는 갈등들, 이 햄릿이 다른 곳에서 현재화된다는 것, 곧 나와는 상관없는 상황이라는 것, 한편으로 이 햄릿이 우리가 모르거나 미디어로 중계되고 있을 뿐인, 현실의 한 파국임을 드러낸다.
    극에 대한 몰입은 이것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세계의 외부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우리의 세계를 넘어서 존재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알려줌으로써 그 충격의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달성된다.
     

    한편 아이들이 배우를 맡는다. 또한 이들은 공연의 시작 전에 햄릿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삽입된다. 무대에서는 아무 영문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이 연출된다. 이들은 햄릿의 기억으로 본문에 삽입되기도 하고, 재현극에서 다시 출현할 때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그것을 보는 입장이 만들어짐으로써 무대는 좁혀지고 재현하고 있는 배우 바깥의 배우들과 관객이 일치되는 지점을 낳는다. 여기서 아이들의 연기는 연기가 재현되고 있음을 보는 일종의 현시에 가깝다.

    북한 사람·경상도·전라도 등 각 지역 사람들의 사투리는 햄릿에 관한 이야기를 현실 깊숙이 뻗친 소문으로 그려 낸다. 각설이의 풍자에 햄릿의 진지함은 마초 같은 아버지의 세력과 햄릿을 풍자하는 현실의 쑥덕댐으로써 이중으로 차단당한다.

    한편 음울한 분위기는 사운드의 동기화로 가능해지는데, 가령 햄릿가 클로디어스가 둘이 있는 장면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왕한테는 피로, 햄릿에게는 균열과 또한 견고한 현실을 의미한다. 또한 어머니의 부정(不貞)이 비와 같이 피할 수 없이 점착되는 더러움들로 또한 햄릿에게 다가오는데, 이는 계속 닿는 느낌을 주는 감각적·실제적인 것이다.

    또한 오필리아는 햄릿에게 욕정의 대상이자 실제적인 감촉의 대상으로 존재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전이되는 대상으로서, 어머니와 오필리아는 매우 닮아 있다.

    ▲ 사진사 역할의 강희영 배우

    앞서 말한 햄릿에 대한 외부적 시선들의 차용은 햄릿의 억압된 심리적 표상과 분노를 민중에서 어느덧 각설이로 분해 있는 인물들의 힘이 가시화되며 극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여기 지금 이 순간이 죽음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재치 있는 말을 전유하는 자는 사진사는 앞서 햄릿들의 상연 정보를 말하던 남자인데, 햄릿과 만나 사진과 관의 네모난 프레임이 담는 죽음의 그럴싸한 비유를 더한다. 이 남자는 마치 트릭스터처럼 극의 내부와 외부를 오가는 트릭스터와도 같다.

    햄릿을 성찰하고, 현재적 시선들을 더해 가는 <햄릿이야기>의 무대화된 모습은 19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에 소재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나볼 수 있다.

    ▲ <햄릿이야기>  연출 이성구

     

     

     

    <공연 개요>
    공연명 : 햄릿이야기(Hamlet Story)
    공연일시 : 2012년 4월 19일(목요일) ~ 4월 29일(일요일)
    평일 8:00pm/토 4:00pm, 7:00pm/일 4:00pm (월요일 공연 있음)
    장소 : 설치극장 정미소
    소요시간 : 90분
    관람연령 : 15세 이상 관람가
    관 람 료 : 전석 25,000원
    공연문의 : 02-747-8574
    공연예매 : 대학로 티켓 닷컴, 미소나눔티켓
    주 최 : 극단 가변
    극본 :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출 : 이성구
    출연 : 강희영 정종훈 문창완 김동현 임정은 박원빈 조예현 박혜영 임형섭 진종민
    김대현 양원석 유정훈 장동식 이영훈 김휘연 송지나 장호준 김두율 조은형
    스태프 : 예술감독 - 송형종 / 연출 - 이성구 / 조연출 - 김유진 / 움직임 - 이상철/ 무대감독 - 김종훈 / 무대디자인 - 이윤수 / 조명디자인 - 박원광/ 의상디자인 - 김정향/ 작곡 - 김현림 / 음향디자인 - 백광두 / 사진 - 강현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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