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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동의 「세자매」리뷰 : '독특한 신체 양식으로 표현한 체홉'
    REVIEW/Theater 2011. 12. 28. 17:37



    극단동의 독특한 신체 발성과 움직임이 체홉을 매우 생생하게 만든다. 「세자매」의 움직임은 철저히 극 안에 있다. 곧 이것이 체홉의 『세자매』의 특정한 현실의 시공간을 전제하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배우로서 존재로서 살아 있다는 것, 마치 신체 자체로 질적인 측면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듯 움직임이 피어난다.

    태평양전쟁 직전에 일제강점기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세자매」에서 특별히 그 시대의 유행가를 추는 춤은 그 시대를 드러내는 기제이지만 동시에 단순히 그 시대를 입는 것에서 벗어나, 곧 문화의 측면에 코드화되는 게 아니라 잠재된 형태로 예측 불가능하게(곧 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춤을 통해 신체를 드러내는) 춤이 튀어 나온다. 이는 곧 신체로부터 발현되는, 신체로부터 생성되는 어떤 언어 그 자체인 것.

    일본군이 되어 식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건너온 아버지가 죽고 나서 자식들은 배고픔과 미래에 대한 암담한 초상이 그려진다, 이는 첫 등장에서 세 자매는 밀착해서 누워 산송장과 같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정박된 신체는 이후 그 활력적인 신체로 바뀌기 전까지 이는 이 안에서 떠남을 갈구하는 이들의 지향을 신체적이고 실재적으로 보여준 것에 가깝다. 곧 묶여 있음, 움직일 수 없음의 기표는 떠나지 못함의 은유이자 그 자체로 환유가 되는 것.

    대사 측면에서는 『세자매』의 원작을 크게 비껴난 부분은 없는 듯하지만, 배경은 완전히 다르다. 반면 이 배경 자체에 대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줄거리에 대해 집중하지만은 않는다. 일본어 교사를 하는 큰언니와 그 학교 교사와 결혼한 둘째. 막연한 꿈을 잃지 않는 셋째 주변으로 그 집에 하숙하는 일본 장교들의 일상은 가속화된 시간 흐름과는 거리가 먼 지루함과 묵직한 시간 안에 갇혀 있는 듯하다.

    사회적 배경과 현실 속에 갈등과 막연한 기대들을 갖는 인물들의 질적인 표현이 어쩌면 『세자매』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본다면, 이는 다시 겹침의 특성이다.
    한편 이러한 묘한 겹침은 체홉을 다시 쓰는, 원본에 얽매이지 않는 차이와 변용에서 유래한다. 배우들의 신체의 드러남, 대사의 교환과 맥락의 지정을 통한 가상의 전제와 가상의 현실로의 치환이 아닌 그 자체로서 현존을 이룸 그리고 배경 자체만을 바꿔 놓음으로써 갖는 또 하나의 다른 시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체홉은, 역설적으로 이 단단하고 탄탄한 극의 서사와 대사는 다른 것으로 치환하고 대입할 수 있는 변환 가능성을 띠게 되고, 정박된 신체의 유지와 멋대로 동작의 효용성과 기호를 벗어나는 곧 탈코드화되는 진짜 춤은 곧 배우와 재현의 과정을 옭아매는 강력한 체홉의 텍스트를 드러내고 또 탈주한다.

    [공연 개요]
    공연명 「세자매」
    일자 2011년 12월 1일(목) - 12월 18일(일)
    시간 평일 8시, 토요일 3시 7시,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게릴라극장
    작 안톤체홉
    연출 강량원
    출연 주희, 서혜숙, 이은미, 최태용, 김미림, 김진복, 강세웅, 조재걸, 박한영, 윤민웅, 조은데, 이재호
    스태프 조연출; 김석주, 홍보; 김문희, 조명디자인; 최보윤, 음향디자인; 유은숙, 그래픽디자인; 권경은, 무대진행; 손인호, 기획; 김정아
    주최 게릴라극장
    제작 극단 동
    후원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가구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관람등급 고등학생이상 관람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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