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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SPAF]「홀리 이노센트」 리뷰 : 폭력에의 전복적 수행의 지점
    REVIEW/Theater 2011. 10. 4. 02:14

     

    ▲ 「The Holy Innocents」CHRISTIAN ALTORFER [사진 제공=(재)한국공연예술센터]

    HOLY INNOCENTS’ DAY(무고한 순교자의 날)이라는 고유 명사에서 기인한 'The Holy Innocents'라는 작품 제목에서 ‘HOLY’, ‘INNOCENT’는 일견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상정하는 듯 보인다. 희생제의에서의 ‘신성함holy’와 ‘순결함innocent’, 건드릴 수 없는 주체로의 격상과 대상으로의 하강, 그 동시적 작용.

    무대는 색색의 풍선들과 수繡술들로 치장되어 파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반면, 다큐멘터리에서의 학살의 증언들을 화면에 부가하고 현실을 덧입힌다.

    축제(HOLY INNOCENTS’ DAY)를 통해 헤롯왕 학살의 날은 기념되고 있고, 이는 헤롯왕 자체의 의미는 표백되고, 오히려 콜롬비아 자체의 식민지 역사, 내전과 정치적 학살의 무의미한 죽음의 의미가 무의미한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폭력에의 소용돌이와 채찍을 든 폭력의 전유는 바로 그 폭력의 흉내 내기, 그 안에 있기를 통해 폭력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저항과 항거의 전복의 지점을 꾀하게 된다.

    사각대는 수술의 소리는 텅 빈 기표/기호로 사용되고 있고(어떤 의미로도 해독 불가능하고 음악으로 구체화할 수 없으며 상징적 의미를 획득하지 않는다), 여기에 파티가 벌어지는 현실 광경에 씌는 목소리는 외화면 목소리를 상정하는데, 이 현실 바깥을 벗어난 내레이션이지만, 여기에 중첩됨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내면을 구성하는 주체의 목소리이자 무대 현실의 실제적 시선이 되며 안착하게 된다(외화면 목소리를 벗어나는 지점을 형성한다). 한편 마림바 연주는 리듬 체계의 음악으로 울림/공명이 뒤따르는 멜로디/화음에 중첩되며 반복되어 현실을 일탈하는 신비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 안에서 남자와 여자, 곧 성性과 지위 여하와는 상관없는, 얼굴을 소거하고 가면으로서 얼굴의 정체성을 재정립한 가운데 축제의 탈일상성은 혼돈의 폭력의 기제들이 투영된, 폭력 행위의 실재 국면이 드러나며 그 폭력에서 죽음이 아닌, 그것을 적극적으로 맞는 폭력의 기제를 체화하고 또 즐김으로써 축제가 성립된다.

    이러한 화면이 스크린에서 무대로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이후 무대로 채찍질이 옮겨지면 남자가 하얀 옷(여자를 표상, 남녀의 경계 이분법적 경계를 지우는 전복의 의미로, 또한 전유되는 행위로)을 입고, 무대를 채찍질하고, 여기에는 공허한 울분과 분노가 체현된다.


    크레디트 같은 자막이 올라가며(이로써 실재/현실을 무대로 기입하며 한편 배우들이 그 사라져간 육체/신체/존재를 표상함을 역으로 의미하게 됨) Hebert Veloza가 죽였다는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그 죽임의 장소 등이 나오고, 끝에 가서는 이들을 한결같이 강에 던졌다는 말이 덧붙여진다. 여기에 유동하며 사각대는 수술의 소리는 마치 피의 흐름으로 형상화/감각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 축제의 전유(專有)와 전복(顚覆)은 무대 내에서도 폭력의 역사/현실을 가로지르는 징후로서 축제의 에너지를 드리우는데(곧 이 폭력의 힘 또한 현실로의 적극적인 의제 설정과 또 그 체현을 위한 전유적 방침일 수 있다는), 음악과 함께 병기되고 춤의 활기찬 맥동의 문맥에 흘러나오기도 한다.

    ▲ 「The Holy Innocents」ⓒ  ROLF ABDERHALDEN [사진 제공=(재)한국공연예술센터]

    영상에서 우익민병대장으로 불리는 남자의 출현은 영상의 순간에의 미끄러짐, 과거 기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만듦으로써 그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고, 이를 무대에 치환함에 있어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악인이 뚜렷한 주체가 아닌 우리와 같은 얼굴을 띠고 있고,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그의 재판을 참관한 후에 평범한 겉모습을 지녔다고 말한 것과 같이 폭력은 악인으로부터 도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고, 이는 시대/시스템에 휩쓸려간 무력함의 어떤 행위임을 사고하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

    이러한 영상의 흔들림, 표면의 부유함은 축제를 찍은 영상에서도 이어지는데, 이 흔들림이 축제의 일탈성을 역사의 혼돈의 양상으로 치환시키는 작용을 하며 가상과 실재를 뒤섞어 드러낸다.

    죄가 없어서 채찍질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죄, 합리적인 (동의 아래) 판단으로써 그것을 입증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또 그러한 비합리적이고 절대적인 명제에 의해 이 폭력이 시작되고 지속됨을 의미한다. 곧 폭력의 고리가 끊임없이 걸리며 지속되기보다는 이 폭력이 어느 한 순간 투출됨을 의미한다.

    이 명제의 역은 성립되지 않는데 죄가 있건 없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없을 뿐더러 죄가 있음을 근거로 한다면(답변으로 내세운다면) 그것에 대한 입증의 의무가 부여되며 이 입증은 당연히 이 폭력이 행하기 전에 입증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고, 한편 이 입증은 동등한 두 사람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자리가 성립되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합리적이고 평등한 주체들의 대화의 장에서 폭력은 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죄가 없어서 폭력을 행했다는 말은 사실 폭력의 언어로서는 매우 적절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죄가 없음의 입증할 수 없음에서 근거/시작되는 폭력의 양상은 과연 적절한 것인가. 주체는 이로써 축제를 통해 재구성되며(주체의 자리를 생성하며) 이 폭력을 현실로 비추고 폭력에의 역사를 징후적으로 또한 드러내고 있음은 폭력 자체를 소멸함의 이상적인 문제로 귀결되는 대신 폭력을 근본적으로 사유하는 측면에서 이 축제를 바라봐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이 폭력이 재전유되며 폭력을 혁명/전복/저항의 에너지로 바꾸는 어떤 현실을 넘는(망각하는/기억하는) 힘이 생기는 지점들을 바라보는 한에서.

    [공연 개요]
    제목_The Holy Innocents 홀리 이노센트 : 기이한 파티
    장르_연극■■■□ 음악■■□□ 영상■■■□│콜롬비아_한국어 자막
    연출_하이디 압더할덴(Heidi Abderhalden), 롤프 압더할덴(Rolf Abderhalden)
    단체_마파 극단(MAPA Teatro)
    일시_10.2(일) 7pm / 3(월) 4pm/ 4(화) 8pm
    장소_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시간_60분
    관람연령_만12세 이상
    티켓 가격_R 4만, S 3만원
    초연_2010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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