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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에서 마주한 영상’, 옥상과영상 시즌 2 마지막 날 리뷰 : ATmen, 유비호, 정기현, 심혜정
    REVIEW/Visual arts 2011. 9. 13. 21:57


    ▲ 금좌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인사동 풍경

    옥상과영상 시즌 2 스크리닝의 마지막 날 9월 4일, 금좌빌딩 옥상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좁다란 골목을 끼고 들어간 끝에 찾은 매우 허름한 건물, 빌딩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세월의 풍화(현대사)를 겪은 건물을 통과한 끝에.

    ATmen의 영상/퍼포먼스 : '도시 옥상에서 숨쉬다'

    아트멘의 무용 공연/퍼포먼스는 먼 곳에서의 바라봄으로 이뤄진다. 몸의 궤적은 그 커다란 시야 공간에서 사라질 것으로, 미약한 자리‧목소리를 남기며 간다. 결코 흘러간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다만 여기에 목소리가 입히는데, 바로 라이브 연주로, 실제 현장과는 달리(멀리서 바라본 카메라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은 영상을 뚫고 화면 너머에 있고(외화면 소리), 그래서 이는 지금 이 현장을 떠나, 아니 지금에서야 이 현장에 있는 관객들의 내면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데 더 적합할 것이다. 그래서 이 목소리의 흐름을 따라 그 기약 없는, 아니 곧 끝나고 말 작은 점들의 움직임이 자리하는 것이다.


    다만 이 점들을 갑작스런 사건의 출현으로 바꾼 것은 임선영이 직접 옥상 문을 통해 등장했음에서 기인하고, 영상에서 빠져나와 영상에서 확대된 춤을 보여준다. 그 춤은 매우 단정하고 균형‧비례 감각이 있는 세련된 춤이다.


    그녀는 주로 뒷모습을 보여주며 영상 앞 의자에 앉아서 또는 서서 있고, 움직임들은 이 몸을 덮거나 이 몸에서 삐죽 빠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의자 사이들을 걸어 다니며 주로 앞을 가린 머리로 관객을 응시하는 대신, 신체로 시선을 전이시킨다. 신체는 시선의 판이 되고, 움직임은 매우 정갈하다. 곧 춤은 오롯하게 그녀의 층위에서 또 현장과 섞이지 않는 매끈함으로 머물러 있다.

    정기현의 영상: '커뮤니티 연출/수행의 서사'

    두 번째 영상은 현재에서 역사로의 탐구를 선행한다. 그리고 이 과정의 스토리/서사를 쓰고, 마지막에 이 마을 사람들을 한 데 비추면서 집단적 퍼포먼스의 한 일환 같은 개인사(기억)에서 집단적 의식을 지닌 공동체의 현재로 나가면서 그 기억을 역사로 우리의 현재로 치환한다. 그래서 이 과거는 수용되어야 할 사실이 된다.

    곧 오십여 년 전의 과거 속 할아버지‧할머니의 사랑(흑백으로 표현), 지금 그들의 모습, 매우 단순한 서사와 현재, 그렇지만 매우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곧 일상사를 들추고 현재 공동체의 모습을 출현시키는 이 간극의 서사를 출현시키는, 이 영상에서 삶은 지속의 시간과 그 안 공동체의 시간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족보를 밝히는 듯한, 마을 사람이 참여했다고 해서 커뮤니티 예술이 될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타진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유비호의 영상 : '도시 속 비판/저항의 음유시인' 

    유비호의 작품은 세상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가수를 드러낸다/쫓아간다. 길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신체를 마주하고, 목소리는 사회 대소사를 꺼낸다. 무의식적 항변, 비판, 삶에 끼어든 부조리한 사실들, 전염된 신체, 어찌 보면 사회의 빈자와 부자, 약자와 강자, 권력의 유무에 따른 불공정한 자리에 대한 아이러니는 이 현실 자체가 내재화된, 그 비판까지도 실은 내재화된(곧 씹고 삼키는 형식으로) 된, 우리의 무의식적 감염된 신체를 이 영화는 의도치 않게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심혜정의 영상 : '빈 공간에 어린 기억', '이념으로서 노래'

    빈 방이 문이 닫히고 다시 열리면 그녀가 있다. 이 닫음의 존재는 누구인가, 아니 이 재생되는 존재를 비추는 존재는 누구인가, 전자가 기억으로 잠김을 보여준다면, 곧 기억이 있지만 기억을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은밀한 장소로 치환하고 나서 후자는 낯선 현재의 순간, 기억이 없는 신체, 아니 기억까지 들어갈 수 없는 평범한 신체의 현시일까, 이 유령이 출현하는, 또는 유령이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해결은 무엇을 말함인가.

    내가 있던 곳을 지우며 아니 지울 수 없음을 확인하며 비워버린 공간에 쌓아둔 시간, 아니 쌓이는 시간을 확인하며 역설적으로 나는 이곳을 떠난다. 반면 가족들이 여기에 들어오는데 이 비워버림의 의식을 수행한 끝에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살 이 공간에 익숙함(그저 기억된 것들)의 낯섦(이미 비움의 의식을 수행했지만)이 출현한다.

    두 번째 작가가 보여준 「노래는 노래한다」라는 작품 역시 묘한 역설이 있다.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광화문 일대를 뱅글뱅글 돌며 경찰차만을 비추는 것, 간간히 소리도 들려오는데 자신의 차 안에 틀어 놓은 투사적 노래들, 이는 소리 없는 개입을 감행한 것일까, 그저 소심한 전략적 전유일까, 객관적 거리두기의 시선으로서 새로운 시선일까, 제한적 제약의 시선에 그칠까.

    작가는 노래는 세대(시대)의 전유물로서 자신들이 멈춘 게 아니라 그저 노래는 흘러간다는데 이 흐름은 마치 막을 수 없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노래는 독립적이란 것, 반면 노래는 다시 시대로 소구되고 세대로 전이되어 그래서 사라지는 것 아닐까.

    ▲ 금좌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인사동 풍경



    ‘옥상과영상’이란 : 인사동 3길에 있는 금좌빌딩 309호에서 시작되었다. 309호는 심혜정, 김홍빈 작가의 영상 작업실로, 1년 전 바로 위 옥상에서 자신들의 작업을 상영했고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상영되면 좋겠다는 생각 하에 기획팀이 꾸려졌고 작가들이 모였고, 1년 후, 프로젝트 옥상은 첫 번째 전시로 <옥상과 영상>전을 가졌다.

    ‘프로젝트 옥상’이란 : 다양한 형식의 영상 작업(영상 설치, 영상 미술, 영상 퍼포먼스 등)을 소개하고 세미나와 아카이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용 생산을 하고자 모인 프로젝트 성격의 그룹. 첫 번째 기획으로 진행 되었던<옥상과 영상>은 말 그대로 옥상에서 영상을 상영하는 것으로 진행됨. 실험적인 작업이나, 非전시성을 지닌 작업, 그래서 전시 공간에 수용되지 못하는 작업들에서부터 주목받는 작가의 작업들, 그리고 창작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옥상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공간에서 스크리닝 진행. 2011년에는 프로젝트 옥상의 2번째 이야기가 진행됨.

    [옥상과영상 시즌 2 개요]
    프로젝트 옥상의 2번째 이야기
    기간: 2011. 8/27, 28, 9/2, 3, 4
    장소: 인사동 3길 금좌빌딩 옥상
    시간: 밤 8:00-
    참여자: 김주영, 김홍빈, 노스키, 문명기, 심혜정, 이인의, 임승미, 유비호, 정기현, 차지량, 최진성, ATmen
    기획: 프로젝트 옥상
    진행: 이생강

    [상영스케줄]
    8/27(토)_ 심혜정, 문명기, 김홍빈
    8/28(일)_이상원, 이인의, 오유경, 최진성
    9/2(금)_노스키, 김주영, 한성윤, 차지량
    9/3(토)_이인의, 임승미, 신제현, 차지량, 김홍빈
    9/4(일)_ATmen, 유비호, 정기현, 심혜정
    *9/4일은 정규 상영이 끝난 후, 그동안 영상을 모두 보는 올나이트 파티 진행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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