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8.02.06 12:48

<IN THE BEGINNING> 이승원(이하 상동)

<IN THE BEGINNING>(김영찬 안무)은 상징들로 이뤄진 다양한 장면들과 함께 상징에 대한 의미를 가시화하는 집단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극을 구성한다. 원(구)은 그 중심적인 상징으로 작용하고, 북과 같은 타악을 비롯한 연주의 변주는 움직임에 (비)가시적인 영향을 끼친다. 뭉뚱그려진 신체들이 만든 구로부터 분화되는 개체들이 공간을 지각하고 집단의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무대는 시작된다. 제목에서처럼 이는 태초의 한 순간을 지시하기 위한 설정이고, 구는 중첩된 존재들이자 흩어지기 전의 에너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태초의 에너지를 상정한다고 할 것이다―물론 이는 잠재적인 부분으로 그 자체로 특별하거나 독특하다기보다는 제목으로부터 상관되는 기호의 관계망에 대한 해석에 기인한다.

무대 전면에 부착된 플라스틱 팔레트가 객석을 낮게 형성하며, 무대의 세계를 객석으로 연장한다. 태초의 원이 해체된 이후, 분리된 대상으로서 구는 한편으로는 만지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오브제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위에 올라타거나 뺏고 뺏기는 등의 동작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흰 공과 함께 하얀 의상의 통일은 하나의 세계를 추상하게 하고, 태초의 시작 지점을 공유한 같은 집단임을 상정하며, 그 가운데 여성 무용수들의 옷이 깃털과 같이 장식적인 부분이 더 많은 것을 비롯해 의상은 의도적으로 사회적 신분을 상정한다고 할 수 있다―이선영의 옷은 빳빳함의 기호와 완전히 대별되는데 이로써 차별화되는 가치, 원시성을 더욱 띠며 실제 구를 뺏기는 다른 존재들의 조작 행위에 포획된다.

마치 이 속에서 움직임의 짜임이 신분 사회의 과시적 기호 또는 경쟁을 가리키는 데서부터 출현하는 연극성은, 변주와 함께 거세지는 음악과 함께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온전히 제의를 향하는 것으로 변환되어 간다. 이는 음악이 극과 분리되어 일종의 배경 음악처럼 기능―상황에 덧대거나 설명―하는 데서, 실제 아프리카 리듬을 상기시키는 단순한 스텝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부터 음악과 몸이 일체화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구현되기 시작한다. 구로부터 비롯된 구심력과 원심력이 무대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단순히 이는 잠재된 에너지를 가진 구로서 이후에도 존재를 끌어 모으는 힘(매력)을 지닌 구심력을 지니는 것에서 평평한 땅 위에 발이 닿는 것으로부터 구(심력)에서 해방되(며 새로이 원심력을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한편으로 태초의 순간이 각인되어 잠재되어 있는 구로부터의 에너지(엔트로피)는 퍼지게 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 의례를 가능하게 하는 중심이라는 권력적 상징의 기호로 존재들을 수렴시키는데, 후자의 가능성은 전자의 변전으로, 곧 의례에서 제의로 치환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각자의 상징적 지위와 그 안의 관계망이 갖는 복잡함이 파편적인 장면들을 끊임없이 다른 막으로 구현하는 공연의 변화무쌍함은, 북이라는 타악이 주는 리듬 위주의 사운드 계열의 표현을 일관된 규칙으로 유지하며 이뤄졌는데, 단순하고 일체화된 집단의 움직임으로 변해 가는 가운데, 음악은 움직임의 간극을 시험하고 움직임을 가시적인 것으로 완성시킨다.

이것은 공간을 가득 메우는 물리적 에너지(사운드)로써 ‘신명’이라는 기호를 출현시킨다. 어쩌면 종잡을 수 없는 반복/변주되는 장면들을 한 축으로 그와 동시적으로 진행되어 온 음악의 파고를 높임으로써 동시에 시각적 기호들을 단순화시킴으로써 음악은 시각적으로 효과를 띠게 되고, 이 부분에서 관객에게 그 신명은 전이된다. 사실 연극적 장면들의 정리되기 힘든 부분은 일정한 박자의 주조음으로부터 관객에게 구심력을 형성하는 가운데―미세하게 혼란을 안기다가, 뒤에 증폭되어 뚜렷해짐으로써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몸으로 전이됨으로써 분명 황홀함을 주는 부분이 생겨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IN THE BEGINNING>
공연 일정: 2018. 1. 17 (수) - 1. 19 (금) 8시
공연 장소: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안무: 김영찬
연출: 이선영
출연: 이선영 최진한 유용현 김수진 서윤영 김영찬
조명디자인: 김철희
무대디자인: 신해철
의상디자인: 최인숙
음악감독: 김현수
무대감독: 박덕준
홍보물디자인: 윤혜원
영상촬영: 틀어
사진촬영: 이승원
기획: 한송희
VR영상콘텐츠제작: VR Studio ZinZa(김서, 명영호)
VR기술&장비지원: 경기대 첨단미디어테크랩
제작: 김영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2017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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