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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나의구멍>: ‘무대는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대는 닫히는 중이다’
    REVIEW/Dance 2017. 11. 2. 14:44

    김보라(Kim Bora), <100%나의구멍(100%MY HOLE)>

    ▲ 김보라(Kim Bora), <100%나의구멍(100%MY HOLE)>ⓒ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는 두 개로 분기된다. 이전의 무대는 일종의 가장된 쇼다, ‘이것은 무대가 아닙니다, 무대의 뒷이야기입니다.’라는 걸 무대로 내세운. “계획”된(미리 스크립트가 짜인)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계속 지시되며 중계된다. 중앙의 김보라를 포함한 여섯 명의 안무가/퍼포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개입하고 ‘계획’의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음으로 누설한다.

    첫 번째 의문은, ‘계획이 계획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은 계획인가?’이다. 두 번째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말은 계획을 진짜 어긋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은, 계획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계획대로 실행되는 것임을, 반대로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는 부분도 있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필연적이다. 곧 이것이 계획된 스크립트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음, 또 어긋나는 지점이 생길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전체 계획의 구도 아래 계획이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이 실행될 것임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긴장을 준다.

    김보라는 아마도 다섯 명의 퍼포머들에게 각각의 안무를 부탁한 모양이고, 그들이 자신의 주문을 오인하거나 거꾸로 그들의 안무를 자신의 관점에서 오독하는 과정을 계속 나열하는데, ‘명확하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김보라는 특이하게도 말할 때 불안정한 시선을 띠어 의도적인 전달의 간극을 발생시키는 듯한데, 무대에서 말하기 방식을 여러 차례 고수해 왔다(2011년 초연한 <혼잣말>로부터 연장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목소리 톤이 허스키하고, 말의 끝 부분이 뭉개지는 듯한 한 부분도 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 시선도 목소리도 안정적인 전달을 이루지 못한다. 이는 다른 퍼포머들의 발성/목소리와의 비교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거기에 의도적인 진행의 매끄럽지 않음이 있다.

    이전의 무대는 끊임없이 과거와의 맥놀이라면, 뒤의 무대는 끝의 끊임없는 연장이다. 이미 다음 무대를 위한 세팅이 이뤄지는 가운데, 그는 무대 뒤에서 옷을 다 벗고, 투명 비닐 하나만을 들고 무대 이곳저곳을 오가며 춤을 춘다. ‘끝나지 않은 끝’이 ‘끝나지 않는 끝’으로 이어진다. 성기께에 바람을 넣어 봉지를 갖다 대기도 하는 등의 여러 동작들이 순식간에 펼쳐지는데, 여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건 무의미하다(물론 즉자적으로 ‘100% 그의 구멍’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오히려 끝과 시작의 잠재된 영토에 외설적으로 침투하고 있음이 중요할 뿐인데, 이전의 무대가 무대 뒤편의 이야기를 무대로 가져왔다면, 무대 뒤편에 무대의 몸을 놓는 식으로 그는 몸을 활용한다. 보통은 무대에서 인사를 하겠지만 오히려 객석을 통해 퇴장해 버리는데, 이로써 무대는 닫히는 게 아니라 사라져 버린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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