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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DP무용단, <Nerf>/<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게>
    REVIEW/Dance 2016. 3. 22. 18:32


    ▲ <네흐> ⓒBAKI

     "인간의 두려움을 인지하는 뇌와 그 인지 내용을 근육에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신경'"을 뜻한다고 하는 '네흐'를 제목으로 한 <네흐>는 '두려움'이라는 생래적 감정을, 그러한 상황에 놓인 인류를 괄호 친 뒤, 체현한다. 감각적인 몸의 표출과 그것의 내용이 갖는 합목적성을 합치시키는 차원에서 인간의 시초와 변천사가 두려움이라는 하나의 전제를 가정하는 가운데 펼쳐진다. 이는 개인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관계의 측면에 집중을 요하는 대신, 파국적인 상황에 몰린 각자 도생의 인류 차원에서 절박한 몸짓의 표현이 눈앞에 펼쳐짐을 가능하게끔 만든다.

    긴장 어린 사운드는 이내 군중 속의 한 명으로, 군중 자체의 무의식으로 빨려 들어가게끔 한다. 군중에는 개인 내재적인 파열이 모두의 이름으로 쓰이는 상황이다. 사운드가 조여 오며 그들은 인식하게 된다. 이는 빛과 어둠으로도 쓰인다. 그들은 눈을 가리며 두려움이 생기는 작용을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빛은 두려움으로부터 밝힘을 선사하는 대신, 오히려 두려움을 밝힌다. 곧 어둠이 군중을 함입하고 탄생시켰다면, 그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던, 개인의 파열된 의식을 빛이 비추는 것이다.

    어둠에서 군중은 어떤 소리에 우선 이끌렸다. 서로의 몸으로 어둠의 원을 지탱했다. 두려움은 그 원 안에 있었다. 그 두려움은 한편으로 그들을 지지했다. 빛의 제국은 전기와 산업화의 알레고리와 결부된다. 자동화된 몸짓들은 두려움을 깊숙이 밀쳐둔다. 그 속에서 법률은 개개인에 체현되며, 인간은 지쳐가고, 개인은 낙오되고, 단지 공동체에서 떨구어지는 개인에 대한 인식하지 못함만을 관객은 인식하게 된다.

    공통의 의식과 공동의 연대를 가진 끈끈한 두려움의 원은, 빛을 쫴 (수치심을 동반한) 스스로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개체를 구분 짓는 것에서, 이제 법의 원으로 변환되면서 자동 기계의 낙오라는 사건을 통해 조금씩 다시금 해체되기에 이른다. <네흐>는 시원적인 인간 사회의 성립과 해체의 변천사를 '두려움'을 가지고 다시 쓴다. 그것은 나이브하며 후반에 이르러서는 조금 더 인위적인 함축이긴 하다. 그러니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아닌 감각에 집중해, 그것을 상상적인 차원에서 역사의 응결 지점들을 얽기 설키 가져와 순차적인 서사로 직조하기보다는 그러한 연원을 찾아들어가는 리서치 기반의 작업이 실은 더 타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 부제 : Swan Lake> ⓒBAKI

    안남근이 안무, 출연한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는 '백조의 호수'의 패러디와 해체적 조합을 통한 정전의 다시 쓰기라 할 수 있다. 사물들이 널브러진 밝고 무한하게 펼쳐진 무대의 시작은 스포트라이트를 한동안 지움으로써 각각의 등장인물의 차이를 지워 버린다. 그래서 주조연이 극명하게 나뉘는 정전의 명확한 서사를 상당 부분 장면들의 연결들로 조합해 나가며 그 막의 변신에 집중케 한다.

    처음에 사건은 콜라주처럼 중첩되는 한편 마디마디로 이어진다. 가령 장롱에는 인물들이 숨어 들어가, 서사의 동력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소환하며 감춘다. 제목처럼 '나(와 당신)'는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게 자리한다. 이는 백조들이 지크프리트의 권력하에 포섭되지도 않음을 의미하며 한편으로 하나의 캐릭터가 인물의 체현이 아닌 자동 기계와 같은 인형의 초점 없는 시선으로 자리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나아가 춤의 분명한 주체로도 자리하지 않음에서 기이한 느낌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보통, 손으로 백조의 부리와 머리를 상정하는 것이나 멍한 눈빛으로 부리를 돌려 나가며 다시 백조의 모습으로 각인시키는 동작 등에서 감각적 흥분을 주지만, 특별히 반복과 그 시차를 통한 움직임이 쌓여 나가지 않는다. 곧 다른 음악의 포석과 달라진 무대의 빠른 전환들이 빠르게 '백조의 호수'를 답습하고 그것의 서사적 흐름에 근접해 나가지만, 마치 그것을 치러 나가고 있음 자체를 보여준다고 할까. 곧 어느 정도 관객의 흥분과 동기화를 이루며 무대를 축적해 나간다고도 볼 수 있었다.

    안남근의 무대는 재기발랄하고 파편적 접합의 초반 서사가 특이했지만, 하나의 '주체'의 탄생 대신 군중으로 압도하고 그 자체의 과도한 에너지를 창출해 내는 LDP무용단의 색채에 어느 정도 묶이는 느낌을 준다.
                       

    김민관 편집장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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