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14 MODAFE] 황수현, <소설화하는 몸> '순간의 클로즈업'
    REVIEW/Dance 2014. 6. 4. 02:27


    ▲ 황수현 © 옥상훈


    세 사람은 처음 “인”, “아웃”의 지정에 따라 스톱모션처럼 장면들을 분절하고 그 장면을 이루는 몸짓들을 분절한다. 전자가 일화적 기억상에서 재현의 단위를 이루는 일종의 서사를 이루는 영상이라면 후자는 그 영상을 더 분절한 아니 포착한 사진들의 환유물이 된다. 이 분절된 영상·이미지는 프레임들의 축적과 변환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 분절되어 현실을 이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톱모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인”하면 멈추고 “아웃”하면 시작한다. “아웃”에서는 달라진 장면이자 그 멈춤을 예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인”에서는 그 장면이 멈춘 채 마치 1초 단위를 미세하게 쪼갠 전체 몸이 움직이지 않고 팔을 조금씩 꺾어 내려가는 등의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는 ‘순간(시간)의 클로즈업’인 셈이다. 이로써 움직임은 프레임 표현-기계가 되고, 이로써 흘러가며 종국에 붙잡을 수 없이 여운을 남아 현재 펼쳐짐과 혼합되며 일으키는 춤에 대한 감각에 전면에서 저항한다. 


    기억의 장면적 나뉨과 움직임의 절취적 구문의 편집을 통해 그저 춤은 정지 상태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몸은 부분으로 절취되어 기형적으로 분절된다. 여기서 제목의 ‘소설화하는 몸’은 능동의 몸을 의미하며 곧 서사구조를 지닌 텍스트를 재현하기보다 그것을 전유하는 (새로운) 몸 자체를 드러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카메라의) 영상적·이미지적 구문론에 따른 몸은 그에 예속되는 대신, 감각의 재배치를 형성한다. 곧 장면 단위에서, 숏으로, 더 나아가 프레임의 기계화된 물리적 단위로 시간을 늘어뜨림으로써, 그 어느 미세한 순간을 포착하는 가운데 몸은 기괴하게 구겨짐을 감행해야 하고, 또 미세한 펼침의 거의 변화되지 않는 변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인터넷 용어인 ‘캡처’(의 굴욕)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일상적 움직임을 이렇게 미세한 단위로 쪼개면 그것은 기괴한 장면들로 재출현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일상 자체를 재현하려는 게 아니라 일상을 재배치, 전복, 나아가 춤의 문법까지 새롭게 전도하는 측면에서 이 움직임을 읽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이들의 기괴한 멈춤의 이미지와 처음 인, 아웃의 역학 속에 붙고 떨어지는 이상한 해체·조합의 과정은 완전히 해명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절취된)장면의 감각, 분절의 각인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의 미세한 균열을 포함한 배경 사운드에서 이들은 그 사물의 소리를 표현하는, 곧 사물 그 자체의 환유가 되기도 한다. 


    이는 사실 첫 장면에서 이미 선취되고 있다. 세 명이 등장하는 무대는 처음 한 명씩 물이 들은 잔을 자신의 시선에 맞춰 조금 위쪽으로 쳐들고, 평면을 형성하는 조명 아래 무대를 가로질러 조금씩 상이한 위치에서 멈춰 있다가 나중에는 두 명이 같은 선상에서 동일 자세로 멈춰 있기도 하다. 이는 조명의 인/아웃에 따라 처리되며 착시의 효과에 따라 각 존재들의 위치가 갑작스레 변해 있거나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거나 하는 시간의 점프 내지 장면의 변화 양상을 드러내 영상적 문법에서의 사물적 신체를 보여준다. 곧 몸 자체는 장면을 재현한다기보다 그저 거의 멈추어 있는 상태의 절취된 장면, 하나의 움직임을 잠재한 오브제적인 멈춤이 되는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