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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먼지섬>, 무한한 시간의 영겁 속 혼재된 자아들
    REVIEW/Theater 2014. 3. 14. 14:37

     

    연극 <먼지섬> 포스터

     

     먼지는 시간의 축적이자 비가시적이며 실재적인 시간의 두께를 의미한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낯설게 놓인 현재 사이의 간극을 증명한다. 이는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므로, 스님의 낯설게 변한 환경에 대한 인식 따위로만 드러난다. 스님이 이 낯선 환경에서 먼지에 쌓인 멈춘 시계를 작동시킴은, 그래서 지난 멈춘 시간에서 현재 시간으로의 이어짐은 사물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과 같이 낯선 시간을 깨우는 새로운 시작을 갖는 것 같지만, 시계는 단지 현재만을 지정할 뿐이다. 이 멈춰진 과거의 시간에 대한 환상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환상은 매끄러운 시계의 작동으로 무화되고 종합된다. 이것은 극의 하나의 시작이다.

     

     아들을 끔찍이 아끼는, 그리고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신의 아들을 빼앗긴 것 같은 분노와 시기를 보낸다. 스님에게 신에 대한 간절한 기도를 대신하는 모습에서는 그 간절한 사랑을, 스님에 대한 친절은 남편-아들에 대한 사랑의 전이를 드러낸다. 이어 스님과 며느리의 불륜의 목격에서 그것으로부터 눈멀어 버린 내지는 입을 닫아 버리는 모습은 그녀에게서 스님이 아들과 남편이 혼재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와 함께 며느리는 죽어 있는, 성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대리한 스님과 결합되는 존재이므로, 아들에 대한 상심, 며느리에 대한 원망 모두는 한층 가라앉는 모습이다.

     

     이 이상한 셋(그리고 보이지 않고 언급될 뿐인 병상의 아들)의 동거는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않는 아들의 죽음 이후의 게스트하우스로 집을 개조한 후, 중년부부가 불쑥 찾아옴으로써 하나의 레이어가 더해지게 되는데, 이는 죽음 이후의 허무함이 일상으로 봉합된 채 그리고 그 전부터 침묵으로 동조된 셋의 관계를 지시하는 이질적인 외부이자 다시 그 내부를 형성하는 짝패가 된다.

     

     마지막에 스님은 위로부터 확 떨어지는 모래에 파묻히는데, 이는 처음 멈춰 있었던 시계가 상징하는 시간의 되찾음이라기보다, 그의 파계 이후, 그리고 타자의 죽음 이후 어떤 목적 자체를 그 주변의 사람들 모두 상실한 가운데 겪는 무한한 시간이 그에게는 하나의 업보로 치환되는 것은 아닐까. 무게감을 갖지 않고, 먼지처럼 휩쓸려가고 변형되며, 무대 공간의 궤적을 이루던, 시간의 먼지와 같던 모래는 비수처럼 정수리를 쪼며 그의 회개를 어떤 성스러운 경지로, 다시 나약한 한 인간의 영속적인 고통으로 체현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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