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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드보이즈> 리뷰: 음악이 갖는 판타지,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특별한 우리 이야기
    카테고리 없음 2013. 8. 21. 13:00


    ▲ <올드보이즈>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드보이>를 연상시켜 왠지 관심이 가던 영화, 뚜껑을 열어보면 매우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청소년들의 학교 안 일상을 다룬, 청춘물,  초반부터 엉망진창 진흙탕의 교실을 비추는 열렬한 희극. 주인공 왕 샤오슈아이Wang Xiaoshuai(왕 타일리Wang Taili)은 학급의 아리따운 여자애 유 페이페이Yu Peipei의 사진을 두고 마구 자위행위를 하다, 꺼내 든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뮤직비디오, 이는 다시 그 여자애의 환심을 사는 데 기여하는 반면, 기타를 치며 그녀를 유혹하려던 한 아이 샤오 다바오Xiao Dabao(배우 샤오 양Xiao Yang)는 짝사랑의 긴 '셀 수 없는' 시간들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잭슨의 춤으로 예쁜 아이의 환심을 얻는 대신, 동료들에게 린치를 당한다. 


    이 모든 장면들은 잔혹하거나 처연하지 않게, 마치 주성치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간적인 페이소스를 물씬 풍기면서도 유쾌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물들 역시 결코 잘생긴 배우가 아닌 지극히 평범하다거나 개성이 짙다. 친구들이 동네 건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주인공은 자신만의 잭슨 춤 수행을 하고, 잭슨 뮤직비디오 속 아우라를 갖고 현실에 등장, 건달을 감화시키기에 이른다. 주인공이 골방에서 들었던, 잭슨의 'Earth Song'가 흘러간다. 잭슨에 열광하며 자랐거나 정말 잭슨을 좋아하는 듯한 감독에 의해 영화는 적재적소에 잭슨의 음악들을 끼워 넣는다. 


    어느덧 성인이 되어 이발소를 운영하던 주인공의 가게에 찾아온 트랜스젠더로 보이는 손님이 역정을 내는 통에 집기들이 마구 떨어지고 깨지는데 이때 'Childhood'가 애잔하게 울려 나온다. 결과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청년기에 그에게 환상과 꿈을 줬기에, 어른이 되며 그것을 잃어버린 뒤 비루해진 모습의 주인공이 차츰 잭슨을 다시 찾게 되며 다시 삶의 풍요로움과 활기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때 같은 여자 아이를 두고 여자의 관심을 끌고 끌지 못했던, 두 친구는 비로소 'Old boys'가 되어 오디션장에서 다시 만난다. 한 명은 'Billie Jean'을 아날로그 기타로 치며 꽤나 감미롭게 노래하고, 주인공은 춤추기 시작한다. 이들은 환상의 듀오로 분해, 옛 친구인 바오 시아오바이(공교롭게도 그 둘의 뮤즈였던 예쁜 아이는 그의 아내가 되어 있다)가 '해피 보이즈'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젊었을 때도 누리지 못했던 인기를 얻는다. 어쩌면 꿈은 잊히지 않고 어딘가에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를 대신해 영원히 늙지 않는 주인공 둘의 환상적인 성장 드라마인 셈.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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