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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어터 백, <서바이벌 파라다이스>: '닮은 듯 다른 게임과 현실, 그 간극으로부터'
    REVIEW/Theater 2013. 8. 16. 05:48


    ▲ 씨어터 백, <서바이벌 파라다이스>(연출 백순원) [사진 제공=씨어터 백]


    두 명의 포옹하고(관계 맺고) 있는 배우, 그 앞에 ‘환상’을 품은 여자는 관객의 ‘퍼포머’로의 접속 지점이자 관객의 시선이 체현되는 부분이다. 이후 특이점은 말이 없는 퍼포머들이 구현하는 극적 세계의 양상이다. 


    4개의 큐브 사이를 이동하거나, 공간의 특정 좌표를 표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두고 ‘무인도’를 구현한다. 이 공간을 섬으로 환유할 수 있는 물리적 메커니즘은 바로 조명이다. 정확히는 암전을 통해 달라진 위치와 시간의 흐름을 손쉽게 가져간다. 이 무인도가 실제에서의 일상 너머의 ‘실재’로 갑작스레 건너뛰는 것이라면, 그러나 이는 다시 게임의 일부를 곧 현실에서 아바타를 상정한 것에 불과한데 가상을 현실에 앞세운 것이다.


     가령 유난히 잦은 암전과 가상과 현실의 의식의 변환의 효과를 어느 정도 야기할 수 있는 전도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그 표현 방식과도 상응한다. 또한 이 무인도의 현실이 게임으로 드러난 것은 게임 속 안내자의 발화에 따른 것으로 마치 게임이 현실을 지배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 게임은 네트워크를 상정한 게임이 아닌, 고전적 프레임과 스토리텔링 곧 그 안의 가지치기 서사를 따르는 게임으로 음악 역시 아케이드 게임의 전자비트 음악이다. 


    게임은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한 간절함의 정서, 의지, 여러 방법들의 고안이라는 궁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몰입과 관련된다. 반면 일상은 그 몰입 이후 게임의 연장이 되고, 또 그 게임만큼의 긴장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그러나 일상은 두 부부의 현실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고, 게임으로 들어가기의 당위를 또한 내포한다.


     이들은 게임 이전에 남자와 여자,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표상해 낸다. 어쩌면 이 둘의 진부한 일상이 곧 게임의 스테레오 타입을 구현함을 이야기한다. 캐릭터가 기계적인 것임은 게임과 일상의 교차와 경계 넘기가 계속 가능함으로써 그에 대한 인식이 이 극을 보는 데서 가능하다. 게임의 어그러짐은 두 사람의 의견의 불일치에서 기인한다. 게임은 일상의 불화를 상정하는 것이다.


    ▲ 씨어터 백, <서바이벌 파라다이스>(연출 백순원) [사진 제공=씨어터 백]


     게임의 실패가 마치 현실 전체를 지배하고, 일상의 경계가 풀어헤쳐진 것 같은 시점은 일상의 재현의 연속의 일탈과는 다른 기억 자체에 침잠해 가는 시점이다.


     게임의 바깥에서의 일상이 아닌 실재의 입구로 들어서, 이들은 물리적 시간 대신 과거와 현실의 시차에서 생산된 무거운 생각들이 그들을 짓누른다. 이는 일상을 헤쳐 나가는 시간, 게임의 시간을 잊은 몰입의 (무)시간과도 다르다.


     이러한 생각으로의 입구는 물론 게임인 것이다.


     이후 이들은 다시 ‘게임’을 치르기로 결정하고, 과거를 재체험 내지는 재구성하는데 이는 다시 그 처음의 무인도에 상응하는 집으로 갈 배편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만남이고 게임 캐릭터의 이름 대신 실제 이름이 처음 제시된다.


     게임으로 인도하는 또 다른 캐릭터, 안내자는 이들의 계속된 게임의 스코어 해결에 짜증 섞인 표정을 짓곤 하는데, 어떤 사랑의 징검다리, 과거로의 재접속을 가능케 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게임 안 캐릭터가 아닌 게임과 현실을 잇는 매개 역할을 하는 ‘진화된 게임 이성’인 것, 게임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곧 게임은 현실의 시뮬라크르가 아닌 게임과 일상의 공진화를 꾀한다. 현실에의 에너지를 되찾는 중간 단계로 그리는 게 게임을 경유한 주제의식이 풍기는 숨기는 것일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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