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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왕과 나>: '변전의 연기술'
    REVIEW/Theater 2013. 8. 16. 02:43


    ▲ 7월 4일(목)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왕과 나」 프레스콜 (이하 상동)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는 사건의 나열, 코러스 진행은 재현이 아닌 표현의 한 평면으로 융해되는 변전술을 이룬다. 관계의 장에서 형성된 말이 순식간에 독백으로 옮겨지며 달라진 상황을 인식한다. 배우들은 어쿠스틱 기타의 주선율 아래 코러스가 은근하게 더해지며 ‘공동의 안무’를 취한다.


     가령 둘의 손을 맞잡음은 ‘표현의 층위’에서 펼쳐진다. 곧 두 사람이 허공에 손을 뻗고, 이는 두 사람이 이미 손을 맞잡은 것으로 ‘서술’에 의해 표시된다. 이는 은밀한 접촉을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되어 감질나게 둘의 스킨십을 표시한다. 


    철 지난 트로트는 시대착오적이거나 퓨전 식의 덧댐이 아닌 이전에 ‘흘러가는 시간’, ‘지나간 것과의 조우’라는 정동의 효과 차원에서 접근 가능하다. ‘봄날은 간다’ 역시 그 중 하나다.



     캐릭터들은 특히 장옥정의 경우에, 한 역을 여러 명이 맡아 분하는데, 그러한 배우의 바뀜을 서술로 직접 지시하거나 여기에 또 다른 캐릭터와의 비교를 통해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 캐릭터의 부가적인 자기소개가 동시에 이뤄지기도 한다. 


    이는 전체적으로 무대는 텅 비어 있고, 단지 ‘자리할 곳’으로서 대기 장소가 되는, 또는 현재 장소와 뒤섞이게 되는 최소한의 영역으로만 존재하며 ‘연기술’과 ‘서술’이 부가적으로 음악이 더해져 모든 것을 생성해 내는 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둘이 6년 이후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랑의 로맨스로 화한다. 세월의 흐름과 그윽해진 마음은 어두워진 조명과 더딘 음악으로 표현된다. 미니멀한 수사와 움직임과 결합된 언어, 덧대어지는 설명 방식, 코러스의 ‘집단’ 판(전체 무대)의 진동은 역동적이고, 리듬의 층차로 무대를 그려 나가게끔 만든다.


     한편 현대의 언어와 결합되어 하이퍼텍스트적으로 원작과 또 역사와 간극을 벌이며 튀는 순간들이 발생한다. 장희빈을 중전으로 봉한다고 하자 찬성의 의견에 “당근입니다”라는 현대의 유희적 언어를 더하고, ‘당근’은 말의 먹이라는 말을 한다. 



    ‘당근’이라는 ‘당연하다’와의 발음의 유사성에 의한 비표준어의 쓰임은 현대 언어와 과거 언어의 시차를 드러내고 또 갑작스레 전혀 새로운 말 자체의 영토로 나아간다. 이는 과거와 현대의 시차를 통한 제 3의 영역을 상정해 내는 것이다.


     각종 형용사를 문장 앞에 내세우며 긴 목록의 ‘언어’로 만들며 장희빈을 중전으로 수용함을 거부하던 전체 코러스는 장희빈의 중전이 됨을 마치 징후적으로 파국이 될 것임을 명시하는 듯하다. 


    조명은 어두워지고 이들은 그 형용사를 앞세운 부정과 함께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장희빈이 다시 위치가 하향될 때 그는 왕의 동등한 구원 대신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에 맞춘 외로운 고독한 처지가 된다. ‘인생무상’을 전언으로 전하며 모두의 동정 어린 시선, 그리고 왕의 무심한 시선 아래 극의 정서는 급반전한다.


     이번에는 끝없이 연장되는 ‘치정의 수사’로 상대방에 대한 묘사는 과잉으로 번져가고, 그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은 과잉 자체가 말의 역량이자, 마음의 표현할 수 없는 그것과의 간극을 지시하며 무한한 마음의 보고의 다른 이름으로 끝없이 자신을 벌려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구의 딸도, 아내도 아닌 옥정이 되었습니다.”, 서술은 꽤나 슬프다. 욕정은 거기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계속 앞으로 나가며 마치 그네를 타듯 그리고 지난 시절의 추억의 층위에 사로잡혀 상징적 언어가 작용하지 않는 곧 현실 주파수를 잃은 채 혼자 유기된, 쓸데없이 자유로운, 어떤 층위에 닿아 있다.


     그녀의 정성, 마음을 나열하여 다룬 서술에 내레이션은 슬프다. 왕은 그 마음을 모르고 또 모를 것이고 그 마음을 전한 옥정 역시 없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지는 이야기는 서술이라는 ‘표현’을 상위에 내세우며 이 극을 지난 것, 하나의 추억 어린 이야기의 정서로 치환한다. 이것이 픽션임을, 재구성된 것임을 전하며 하나의 표현 방식에 그침을 이야기한다.


     옥정의 드라마틱한 삶을 끝의 형식이 아닌 이야기의 프레임 안에 두며 애잔한 정서로 치환하며 사랑의 실체를 정서적 흐름의 변전으로 그려낸다. 이는 무엇보다 이 부가된 역사의 객관적 전함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추구함으로 인한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그려냈음에 대한 면피성 발언이 부가되기 전에도 이미 서술의 역할의 감쌈이 보이지 않는 시선을 형성하며 이 역할을 타자로, 또 타자를 보는 경계 의식으로 이 희비극의 스토리 그리고 사랑의 변전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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