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3.01.26 00:20

이달 25일부터 4월 21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체코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은 3부로 나뉘어 전시된다. 시기별로 전시장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매우 독특한 형태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른바 제3부의 초현실주의의 형태를 띤 작품들 외에도, 에드바르 뭉크의 전시의 충격 이후 탄생한 체코 큐비즘의 작품들을 제1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2부에서 살펴볼 작품들 역시 뭔가 기이하다(?) 싶은 특징적인 면이 있다.

3부의 주요 작품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몇몇 작품을 꼽아, 그 특징을 살펴 본다.

제1부: 근대적 표현의 모색(1905-1917)

표현주의 작품이 처음으로 발표되었던 1905년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전시회는 프라하에서 새로운 시대가 탄생한 것을 보여주는 전시로 기점이 된 전시였다. 이에 자극 받은 젊은 체코 화가들은 입체주의적 시각 언어로 변형된 표현주의의 경향을 드러내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전시는 프라하의 근대미술의 효시가 된 추상주의·표현주의·입체주의·초현실주의 등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체코 예술의 변천사를 포함한다.


프란티셰크 쿠프카František Kupka (1871-1957), <가을태양 연구>(1906)
            

지금의 체코가 오스트리아 헝가리안 제국의 일부였던 시기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나 클림트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어린 시절 쿠프카는 이상과 자기성찰을 표현하기 위한 은유적 기법, 보편적인 진실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주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이에 따라 그리스 고대신화에서 모티프를 응용하는 상징주의 작품들도 다수 제작하게 됐다.

1906년 <가을 태양 연구 Study for Autumn Sun>는 쿠프카가 그리스 고대신화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에 제작한 작품으로, 세 명의 미인이 가을 태양이 비치는 황금사과밭에 서서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도상학의 고전적인 주제를 차용했다.

<쿠프카 부부의 초상 Portrait of F. Kupka and Mrs. E. Kupková>(1908) [이미지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한편 프란티셰크 쿠프카는  파리에 정착한 이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면서 포스터·삽화 등을 그리며 생계를 유지하던 중 1904년 유제니 스트롭(Eugénie Straub)을 만나 사랑에 빠져 그녀를 모델로 많은 그림을 그렸고, <쿠프카 부부의 초상>은 결혼 전 동거 기간에 그린 작품이다. 이 시기부터 그의 작품은 인기를 얻고, 그의 양식은 추상경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쿠프카의 복장은 붉은색의 넓은 허리띠가 두드러진 체코 민속의상은 그의 정체성이 체코에 여전히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에밀 필라Emil Filla(1882-1953), <아침 Morning>(1911)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1910년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을 본 후 입체주의에 눈을 뜨게 된 에밀 필라는 1911년 본격적으로 입체주의적 양식을 시도하게 되는데, <아침>의 경우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에서 보여주었던 색감, 화면 구성 등과 매우 유사하여 피카소로부터 받은 영향을 짐작케 볼 수 있다.

제2부: 새로운 나라, 새로운 표현(1918~1930)

제1차 세계 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체코슬로바키아공화국이 독립하여 새롭게 건국한 1918년에는 체코 미술의 형식적 양상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초현실주의를 비롯한 아방가르드 미술이 등장하였고, 낙천주의적이며 유희적인 접근과 진지한 사회주의적 주제, 풍경화와 여성 누드 같은 주제가 다루어지기도 하였다.

프란티섹 무지카 <세 자매 Three Sisters>(1922)

프란티섹 무지카는 1920년대 환상적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적인 주제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 데벳실(Devetsil) 그룹에 속했고, 데벳실의 회원 대부분은 미술 전시 이외에도 잡지편집, 삽화 및 영화 제작,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문학과 미술에 관심을 가지며, 목가적인 일상생활을 시적 서정성이 가득한 화면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던 무지카'의 <세 자매>는 독특한 표정과 신체에 같은 복장을 한 ‘세 자매’가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 내며 입체파적인 시각 세 인물이 하나의 평면에 속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밀로슬라프 홀리Miloslav Holý <노부인의 초상 Portrait of an Old Woman>(1925)

1920년대 프롤레타리아로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밀로슬라프 홀리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었고 프라하 슬럼가로부터 모티프를 가져와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명료한 형태감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노부인의 초상>은 다문 입술에 온화한 표정을 한 전면에 늙은 부인에 초점이 가면서 이어 그녀를 보는 뒤에 서 있는 젊은 남자의 표정이 신비한 느낌을 준다.

블라스타 보스트체발로바-피쉐로바Vostřebalová-Fischerová, Vlasta(1898~1963)  <1922년의 레트나 Letna in 1922>(1926)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블라스타 보스트체발로바-피쉐로바는 도시 근교를 다룬 작품에서 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람, 집안에서 있는 사람, 그리고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즐겨 그렸는데, 그녀의 마술적인 사실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미술의 개념을 표방했던 이리 볼커(Jiri Wolker)의 문학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다. <1922년의 레트나 Letna in 1922>(1926)는 프라하 성 인근에 위치하여 프라하의 역사지구를 내려다보는 언덕으로 레트나 공원의 일상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평범한 듯한 일상의 정경을 소재로 했지만, 만화 같은 정형적이지 않은 비례의 인물들과 함께 특히 오른편에 허공에 떠 있는 남자의 모습이 기묘한 배치로 이미지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제3부: 상상력의 발산(1931~1943)

전체주의의 권력에 저항하려는 시도와 자율적인 작품 세계를 모색한 시기로, 인간성의 회복과 같은 주제를 담고자 하거나 유머러스한 작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화가들의 독자적인 개념과 표현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 추상 미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초현실주의적 그림이 나타났다.

프란티셰크 야노우셰크Frantisek Janousek(1901-1961), <담배 피우는 사람>(1934)

프란티셰크 야노우셰크의 작업은 입체주의로부터 시작되었으나 1930년대에는 비현실적 공간 속의 유기적인 형태의 초현실주의 양식을 보여준다.

▲ 요세프 시마 <내가 전혀 보지 못한 풍경의 기억 Memory of Landscape I have never seen >1931

요세프 시마는 1920년대 데벳실 그룹의 영향을 받아 추상미술을, 프랑스에서 예술운동 에스프리 누보의 미학을 접하였다. 1920년대 말부터 초현실주의를 접하면서 빛을 소재로 하여 단순하면서 환상적인 형태감을 작품에 도입하였고, 1930년대 초부터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모티프로서 빛과 구름을 전면으로 내세운 풍경 그림을 그렸으며, 사회적인 주제, 기하학적 추상, 자연 등의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작품을 그렸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야로슬라프 올샤 체코대사의 체코문화 강연, 큐레이터 설명회, 전시연계강좌 등 다양한 교육․문화행사가 진행된다(이후 홈페이지 참고). 전시연계강좌는 일반인 및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3~4월에 운영되며, 전시연계강좌 교재도 제공될 예정이다.

▶ 1편에서 계속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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