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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영화 <카우보이>,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
    카테고리 없음 2012. 8. 24. 22:5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라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이 청소년은 청소년만을 위한 영화를 가리키는 걸까요. 내지는 청소년만이 만든 영화를 말함일까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을 위한, 또 청소년에 의한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제 개막작 카우보이(감독: 부드윈 쿨)을 보고 청소년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년의 청은 ‘푸를 청(淸)’입니다. 이는 언 대지가 녹고, 푸르른 생명들이 자라나는 봄이라는 계절을 닮아 있습니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공동체적인 삶의 영토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생명의 가치,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잃었기 때문인 것도 중요한 까닭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우리의 영혼은 인격체를 이루는 충만함의 가치들을 간직할 수 없이, 중복과 중독의 일상이 삶을 지배한 달까요. 우리의 삶을 일신(日新) 일일신(日日新)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그치고 맙니다.

     

    처음의 정신, 어린아이의 밝은 그 무엇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 원동력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때입니다.

    장마의 기운이 눅진하게 일상을 감싸는 요즘 가을의 사색하며 더 깊숙이 들어가는 시기가 오기 전에 봄의 싱그러운 기운을 다시 느끼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겠죠. 바로 이 영화제가 반가운 까닭이기도 합니다.

    어린아이의 삶을 비추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보다 낮은 차원의 존재자로 주인공을 바라보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이라고 동감하는 데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아이의 성장영화이기도 한 <카우보이>에서처럼 우리 모두 자라나서도 늘 성장을 겪습니다. 이 성장이 그칠 때 죽음이 진정 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 성장이 누군가의 아주 삶에 친숙하게 붙어 있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면 어른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사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 <골든타임> 역시도 이민우(배우 이선균)의 의사로서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태어남과 죽음의 문제는 우리 모두는 한 번씩 겪는 문제이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갓난아이 때의 기억을 우린 할 수 없고, 죽는 순간 우리는 삶 속에서 더 이상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의 태어남과 죽음을 통해서만 그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아직 겪지 않은 많은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의 예기치 않은 순간과 마주칠 때 삶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곧 우리가 이전의 자아 대신 새로운 내가 되어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죽음과 다시 태어남이라는 사건의 흔적이 묻어 있습니다. 직접적인 누군가의 삶과 죽음은 아니지만 일상을 단절하는 계기는 일상 곳곳에서 많이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인 열 살 요요에게는 까마귀가 둥지가 아닌 나무 아래 떨어져 있는 것이 그렇습니다. 또 이 까마귀를 둥지에 올려주려고 옷 안에 넣었다가 둥지에 넣으려는 순간 다시 이 까마귀가 떨어지고 마는 것이 그렇습니다. 까마귀가 짖기 위해서가 아닌 먹기 위해서 아가리를 열 때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가게 될 때 이 본능의 발현은 이미 이 생명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놀라움을 안깁니다.

    늘 엄마에게 통화를 하며 아버지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고하지만 늘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 소리가 없는 게 이상합니다.

    이 어머니의 여행 간 것으로 상정되는 이 어머니의 부재의 자리에, 까마귀를 가져옴은 대신 그 어머니의 자리를 이 아이가 가져가는 것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어머니는 포크 가수로 소년의 곁에는 없지만 늘 그녀의 음반을 트는 것으로 엄마는 살아납니다. 이 까마귀가 하늘을 향해 날 때 어머니의 노래는 이 새의 비상을 축하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자리를 또 어머니의 역할까지 소년을 통해 이어지게 했던 이 새는 이 화려한 비상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후 임시 상영관이 되었던 인촌기념관 극장에는 훌쩍임의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삶이 짧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슬픔을 먼저 또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이를 통해 얻기도 합니다.

    또 어머니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삶과 죽음을 처음 화두로 꺼냈었습니다.
    우리 삶의 가장 큰 변화는 태어남과 죽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이는 체감할 수 없는 무게고 다음은 타인의 그것들, 그리고 또 삶이 변화되는 계기들일 것입니다.

    자연 풍광을 낀 집에 사는 아이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그 젊음의 싱그러움을 자연에 자연스레 표출합니다. 매우 자연스럽게 찍은 영상이 이 삶과 죽음의 문제 뒤에 ‘젊음’이라는 우리가 영원히 완전히 잊지 말아야 할, 각박할수록 다시 상기해야 하는 그런 가치를 여유로서 다시 깨웁니다. 더 크게 보면 이 대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은 어쩌면 자연의 한 순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이 아이의 까마귀와의 유쾌한 동거의 장면들도 큰 재미를 줍니다. 까마귀와 어머니를 한데 엮어 내며 삶과 죽음이 공명하는 자리를 만드는 영화 <카우보이>, 이 영화 정말 심상치 않은 영화입니다.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통해 젊음을 새롭게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곡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참고로 오는 29일까지 7일간 주요 상영관인 CGV성신여대입구를 비롯해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성북천 바람마당 등에서 열립니다. 폐막식은 같은 곳인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립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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