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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성명 : 부조리한 덩어리》전, 기괴한 세계의 풍경을 만나다
    PREVIEW/Visual arts 2012. 7. 24. 09:34

     

    ▲《천성명 : 부조리한 덩어리》전의 지난 2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천성명 작가
     
    오는 9월 22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천성명 : 부조리한 덩어리》 전시가 열린다. 지난  7월 20일부터 열린 본 전시는 2011년 안두진 개인전에 이어 한국 작가 개인전으로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두 번째 기획전으로, 9월 10일부터는 ‘에필로그’로 다시 재구성되어 새로운 전시로 선보이게 된다.

    천성명 작가는 총 8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연극적인 구성 속에 내면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인정받아 왔다. 사실적인 인물 및 형상을 구현하며 동시대인의 자아를 작품에 투영하며 동시대인이 직면하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제시해왔다. 지난 전시들이 작가 개인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번 전시는 개인이 당면하는 사회와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췄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2층 공간

    《부조리한 덩어리》는 전시장 입구 벽면에 적힌 작가가 쓴 텍스트와 맞물려 진행되는 작업이다.

    석탑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초록색 펜스(울타리)가 쳐진 가운데, 머리‧얼굴이 없는 등불 든 소녀 조각상들이 중첩되어 이삼층의 메자닌(건물 내부의 층과 층 사이에 설치된 중간층) 공간을 관통하고 있다. 작가는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펜스를 통해서 경계 영역으로서의 의미 외에 조각상을 감싼다는 (‘소녀’로서는 보호를 받는) 의미가 또한 중첩되어 있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3층 공간

    홀 스피커의 소리는 제각각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질문이나 주장을 하면서 감정이 실려 특별히 문장에 강세가 주어지거나 하는 부분을 무작위로 잘라 맥락을 지우고, 소리의 크기 역시 제각각으로 두는 가운데, 각각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문장들은 분절된 대사들로 조합되어 결과적으로 그 문장 간에 소통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스피커 앞에 초록색 풍경의 회화는 스피커의 말을 구체화하는 용도로서 놓이며, 그 풍성한 초록의 체적에 미미한 존재감으로 눈에 띄는 흰 색 건물들은 사람의 존재를 모호하게 만든다. 내러티브적 사운드가 만드는 분절된 서사와 또 다른 이미지의 조합은 하나의 공간을 형성하며 두 작품을 엮는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 이와 같이 작가는 개별적 작업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하나의 주인공이 가상의 스토리텔링의 흐름에서 모호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존재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3층 공간 브리지

    이어 이 주인공이 내지는 관객이 새로운 공간을 향해 가는 일종의 통과 의례적 수행-장치로서, 흰색 수술들은 또 다른 ‘부조리한 덩어리’다. 작가는 관람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해서 관람객이 안개 속을 헤매듯이 제치고 들어가야 하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자 의도했다.

    브리지를 통과해서 들어오고 나며 그 주인공의 내밀한 방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편 창문가에는 자연광이 쏟아지는 가운데 커튼이 사적 영역을 만들고, 구체적인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옷걸이, 소품 등을 이용해서 가상의 주인공의 방처럼 만들지만 하나로 연계시키기에는 힘든 부조리한 덩어리들이다. 남녀가 주인이 없는 가운데 둘 사이의 관계에서의 힌트를 찾아가는, 일종의 서사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3층 공간

    초록색 방수 페인트의 발자국 무늬들이 바닥에 찍혀 있고, 그 속에 장난감 병정들이 곳곳에  미세한 영역을 차지하며 자리한다. 찻상이 그 앞에 위압적으로 놓이는 한편, 일관된 초록색으로 뒤덮임이 장식적인 효과를 얻는다. 그 앞에는 운전 방지석이 색깔을 바꾸어서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형체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바퀴가 있어 움직일 수 있는 제한과 움직임, 신체와 돌이라는 상반적인 의미들의 조합을 이룬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3층 공간에서.

    이제 전시의 가상 주인공은 ‘우물가에 가서 자신의 모습을 낯설게 느낀다’, “……記谁 ……淸銅久”라 쓰인 종이 위에 장난감 같은 불이 타오르는 중이다. 그 외에 5개의 심장과 옷걸이에 걸린 독재자의 전형적인 코트의 조각, 그리고 모서리 가 바닥의 좌대 위에 머리가 잘린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상징적인 조합을 통해 ‘부재하는 존재’를 유추하게끔 만들고자 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주인공이 건물 안에 있고, 자기의 장기(臟器)를 토해내고 그것들을 밟고 계단을 한 층씩 오르게 되며 거울을 보듯이 자신의 내면 상황을 계속 바라보게 되고, 풍경이 점점 작아지는 가운데, 자신의 내면 풍경을 거기에 대입하게 된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4층 공간

    작가는 텍스트와 설치의 공간을 상반되게 해서 그 사이에서 나오는 교감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든 것은 작가의 생각에는 부조리하다는 것 자체가 우리말로는 ‘생뚱맞다’는 뜻이고, 하나의 덩어리가 떨어져 나왔을 때 전체로 조화되지 않고 생뚱맞게 남겨져 있게 되고 현재 새로운 가치 형성하지 못하고 그 중간에 있는, 어디로 구체적으로 재조합될지 모르는 것을 부조리한(생뚱맞은) 덩어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4층에 오면 물안경을 쓴 인물들이 헤엄치는 포즈들로 일렬로 펼쳐져 있다. 작가는 인체로 이것들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인체를 모방한 장난감을 다시 모방한 것이다.
    천성명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 안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부조리함을 바라보고자 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부조리함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대로 있음의 부조리함에 가깝다.

    따라서 부조리함이든 생뚱맞음이든 다양한 조각과 인물, 오브제 등으로 된 기괴한 배치와 서사가 만드는 효과는 그 자체로 가치 판단을 유보하는, 일종의 왜곡된 현실에 대한 진실한 광경의 제시이고, 이를 해석함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 2012, 메자닌 공간 전경

    전시 층 전체를 가로지르는 머리 없는 소녀들, 햇빛을 마주한 개인의 방 안에 조각들, 브리지에서의 장식물 장치 등은 송은아트스페이스만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하고 자연스레 그에 상응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낸 결과로 보인다. 특히 메자닌 공간의 긴 설치물과 4층의 헤엄치는 인물들은 거대한 이미지로 스펙터클함을 안긴다면, 3층의 작품들은 미니멀한 인체들을 감싸는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 부조리한 덩어리들 안에 스펙터클의 광경을 펼쳐 놓는다.

    큰 얼굴을 가진 인체들은 가까이서 보면 조립식 인형들처럼 그 관절들 위치에 뼈대의 프레임이 보이고, 포동통한 신체들이어서 덩어리들의 조합적 결과물임을 볼 수 있다. 이래저래 부조리함이 기괴함(uncanny)으로 자리하는 전시다.

    [전시 개요]
    전시  제목 :      천성명 : 부조리한 덩어리
    전시  기간 :      2012년 7월 20일(금) - 9월 22일(토)
                         (에필로그 : 2012년 9월 10일(월) - 9월 22일(토) )
    관람  안내 :       월요일-토요일, 11:00-19:00 (일요일 휴관) / 무료 관람
    전시  장소 :       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2)
    작가강연회 :      2012년 9월 7일(금) 오후 2시, 송은 아트스페이스 지하 2층 S. Atrium
    출  품  작 :       조각, 설치 신작 총 20여 점
    주      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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