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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이 남긴 꿈' 미연&박재천 듀오, '오랜 것과 조우하다'
    REVIEW/Music 2012. 7. 7. 11:39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 미연과 박재천 듀오의 우리 음악과의 신선한 접목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2012 여우樂 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첫 번째 공연이 지난 3-4일 국립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에서 열렸다. 피아노의 미연과 드럼의 박재천의 그 자체로 혼종hybrid의 만남에, 안숙선 명창, 김청만 고수, 꽹과리의 이광수가 후반부에 무대에 올라 신선한 접목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박재천은 판소리, 무속, 사물가락 등 한국의 전통음악과 20C 현대음악의 일련의 기법을 연구하여 드럼 세트와 전통 타악기의 혼합된 자신만의 악기 세트를 구성한다. 미연은 아방가르드 피아노 연주자이자 전통음악의 장단과 선율을 연구하여 서양적인 화성과 리듬구조를 만드는 데 탁월하며, 프리 연주자로서 강렬한 건반 터치의 주법을 구사한다.

    '흔적을 다시 또 다른 흔적으로',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작곡 미연)

    ▲ 공연 중인 박재천 [사진 제공=국립극장]

    피아노는 미연이, 드럼은 박재천이 맡은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는 무겁게 두드리는 피아노에 타악은 얕게 건너며 시작된다. 그 텅 빈 드럼의 속을 드러내는, 드럼의 훌훌 나는 가벼움은 매우 다른 성격으로 전개된다. 드럼을 우리 장단으로 두드리자 미연도 스타카토의 크게 놀리는 손의 주법이 곁들어져 이를 타고 간다.

    드럼이 어떤 피아노의 좌표인 가운데 피아노는 화음을, 드럼은 멜로디를 지정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피아노는 드럼을 다시-쓰기rewriting하는 듯하면서 전혀 다른 화음으로 변전을 꾀한다. 이 둘이 어우러질 수 있음은 기가 막힌 조합일 터 곧 드럼은 박자로 구조를 쓰고 피아노는 화음으로 박자를 넣는다.

    길게 하며 호흡을 끌다 피아노는 드럼이 즉흥으로 변화의 박자들을 지정하자 일종의 타악으로 변전했다. 손은 마치 뒤엉키듯 건반에서 건반들을 에워싸고 춤을 췄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드럼에서 피아노로 흔적을 쫓아가 그 흔적을 새로운 흔적으로 바꾸는 과정이 결말까지 이어졌다.

    '땅 딛기의 감촉으로', 이어도는 땅위에 있다(작곡 박재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재천은 화음을 만든다기보다 미연의 연주 화음에 이탈하고 또 겉돌고 새로운 화음의 계기로 이끌면서 음악의 복합성을 더했다. 재천의 건반이 현실의 허공을 떠돈다면 미연의 건반은 살포시 안착하고 미세하게 돋음의 흔적을 가시화했다. 재천의 음악이 현실의 무대였다면 미연의 음악은 재천을 감싸고 있는 내지는 재천에 폭 쌓여 있는 심층이었다. 또한 분명한 현재의 감정이었다.

    '무질서로서의 질서', And Let it be(작곡 미연)

    ▲ 공연 중인 미연과 박재천 [사진 제공=국립극장]

    B단조 한 음의 유사 계열의 층위에서만 피아노는 지속되며 단단한 힘을 얻고 재천의 타악은 그밖에 이중의 세계를 쌓는다. 물론 그 위에 미연의 건반이 화려하게 고양되고 전반의  피아노는 느린 호흡의 쉼과 활발하게 가다듬음의 시간이 삽입되고 장단을 넣듯 활기차게 오르내리며 자유롭게 손으로 터전을 활보한다. 타악은 무질서의 점입가경에 들어서고 여기서 그들의 쉼, 숨은 탄식의 그것으로 확장되어 사유의 휴지부와 또 다른 방향 가늠의 사유를 생성한다.

    거의 타악 수준의 울림이 낮은 무조의 미연의 건반과 드럼에서 북을 오가는 타악의 향연은 절정에 달한다. 규정할 수 없는 연주의 서로의 합치되지 않음에 어떤 튕겨져 나감의 비동기화의 의도 없는 동기화 지점의 중심 잡아 줌이 있다. 따라서 이 혼란스러움이, 무질서의 혼란함이 담기기보다는 하나의 다채로운 음양의 치열한 다툼·갈등이 있는 태극처럼 흥겨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존하는 현재의 판', the Old is New-part 1 _이광수(꽹가리,비나리)+미연&박재천 듀오

    처음부터 재천은 우리 장단을 드럼으로 투박하고 단단하게 쳐냈다. 미연의 건반은 가볍다. 거기에 이광수의 꽹과리의 힘이 장난 아니게 다가온다. 꽹과리 표면의, 구리거울의 쨍함이 관객의 얼굴을 가물거린다. 피아노는 제일 밑 수면으로 저만치 가 있다. 여기에 구음이 역사와 공간의 지정을 넘어 잠든 긴 유전의 노스탤지어를 건드린다.

    “사바세계 대한민국 장충동 국립극장~여우락페스티벌”까지 비나리의 말들은 순식간에 세계에서 현재의 지점까지 당도한다. 현재 여기의 맥락을 말로 음악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내레이션보다는 촐랑대고 미약한 중얼댐보다는 중후한, 그 어디쯤에서 구음은 힘차게 한 호흡의 궤적으로 어느 지정에 곧장 당도한다. 여기에는 세파의 이치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이 당도의 지점에 은은하게 지속되던 반주의 뒷받침이 있었음은 구음의 그 당도 지점에서 확 피어오르며 화음을 생성하는 연주의 팽창적인 동기화 지점에서 명확해진다. 구음 이후 꽹과리의 경쾌한 긴 박자와 호흡의 쳐댐에 (여기 건반을 향해 맞세움을 요구하는) 꽹과리에 건반이 맞서 가는, 또 건반 이후 드럼의 응답은 꽹과리 연주에 다른, 매우 낯선 악기 연주의 세계를 또 드러낸다.

    꽹과리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일종의 변죽만 울리는 형국인데 그 거세짐이 한 호흡으로 급격하게 고양되다 드럼의 증폭은 어느새 임계점에서 폭발한다. 이는 드럼이 활짝 열어젖혀지는 순간을 분명하게 전한다. 거기에 박재천의 얼굴 역시 미소로 덮이며 활짝 열린다. 주체할 수 없이 즐거워함이 느껴진다.

    '명창과 북 대신 드럼 세트가 만나다, the Old is New-part 2 _안숙선(판소리)+박재천

    ▲ 공연 중인 미연 [사진 제공=국립극장]

    드디어 안숙선이 당도해서 흥부가를 한 구절로 무대를 열었다. 서로의 첫 만남에서 드럼의 묵직한 쨍함이 이전과 달리 불안정하게 유동함은 조마조마한 한 순간이다. 곧 드럼의 밀도가 하나의 존재로 그 옆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또 그만큼의 존재감으로 소리에 맞세운다. 이로써 그 밀도감에 견주기 위해 안숙선 명창의 소리에도 마이크가 동원됐다.

    드럼은 최대한 숨죽이고 그 반향음만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사실 여전히 화사하고 청명한 목소리의 화끈하게 뻗어 나가는 안숙선의 판소리에는 그 자체로 장단과 박자를 갖추고 있어 별다른 연주가 필요하지 않아도 됐다. 고수의 북이 간간이 전체 무대의 호흡 단위를 지정해 주는 의식으로서 연주 행위 정도만이 가령 있으면 되는 것과 같이.

    드럼의 효과는 이 떨림과 긴장을 지속적으로 은근하게 드러낸다는 것, 그리고 쉼의 휴지부에 갑작스런 중폭으로 치솟아 소리의 무한한 장단에 이어 장단의 틈을 맥동하며 메우는 것이었다. 거기에 매끈함을 더해서.

    안숙선의 소리를 뒤늦게 따라가며 더해짐과 바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대리보충supplement을 한다고나 할까

    협업에 대한 고마움 속에 약간의 지적 아닌 지적도 안숙선의 끝 인사에 나왔다. ‘아니리’ 부분에 연주가 쉬어주지 않아 자신의 소리가 물꼬를 트는 부분에서 함께 맞추는 대신 자의로 그 시작을 가늠하고 실행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구와 피아노의 만남', the Old is New-part 3 _김청만(고수)+미연

    장구가 가세하자 비로소 연주와 소리의 만남이 아닌(가령 바로 앞의 무대가 원래 뒤에서 보필하는 북의 역할과는 다른 특성의 무대였다면 이와 다르게) 연주의 만남이 만들어지며 무대는 한결 여유가 생겨났다. 피아노는 어떤 하나의 화음에 귀착되지 않고 또 지정하지 않고 장구를 앞서 간다. 장구는 드넓게 그 힘을 감싸고 또 보태고 안고 간다. 시간의 궤적을 안고.

    여기에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이 북은 귀착되지 않는 불안정한 또는 자유로운 피아노 화음에 질서를 갖춰주고 곁가지를 다듬어 일정한 매끄러운 선분의 길을 만들어준다. 피아노는 다채로운 여정을 떠나고 어느 순간에 가야금 현을 뜯듯 질서를 갖추는 동시에 독특한 연주 기법으로 수면의 지점을 향한다. 둘의 맞겨룸 아니 은근한 '뛰놂과 어루만지며 두들겨 댐'의 쌍안무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 것, 새로운 옷을 입다', Super Session  _안숙선,김청만,이광수+미연&박재천 Duo

    피아노가 화음을 넣고 세 타악이 무질서하고 천진하게 섞여든다. 자연 안숙선은 피아노의 미연을 향했다. 타악이 도사리고 있고 선형으로 징에서 북으로 드럼으로 짧은 박자로 흘러감이 매우 인상적이다. 맞춘 것도 아닌데 맞춘 듯 이렇게 서로를 본의 아니게 배려하며 과연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안숙선은 징을 연주하는 김청만부터 시작해 직접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내 사랑이로구나" '춘향가' 중 '사랑가'에 노래를 그들에게로 옮긴다. 박재천을 향해서는 경계의 시선이 있어 함부로 그렇게 못하겠다는 식의 농으로 관객을 들썩이게 한다. 안숙선은 정말 대단했다.

    이 넷을 두고 그것도 나비의 날갯짓으로 경계 없이 이 터전을 누비며 그것도 춤사위로 또 음악을 소리로 매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의 춤의 박자와 소리의 박자를 놓치지 않으면서, 이 넷의 소리를 이끌어 감의 선봉에서의 박자 매김이 동시적으로 하나의 몸짓과 소리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어느새 이 소리 판 속에서 안숙선의 소리는 울부짖음으로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공명하는 안숙선의 절창은 심금을 잡고 뒤흔들었다 해도 무방했다. 무엇보다 피아노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 자취를 심히 도드라지게 표출하지 않으면서 징과 북 위에 덧대면서도, 그 부딪침이 모나지 않게 한 단위로 차이를 감싸 안은 다층 단위로 화하고 있음 안에서, 안숙선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피어남은 판소리가 다른 다양한 악기 세션과의 조합과도 상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계기였다. 그 조합에서 어떤 새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 개요]

    - 단    체| 미연&박재천 Duo with 안숙선, 김청만, 이광수
    - 공 연 명| 조상이 남긴 꿈
    - 접목장르| 재즈
    - 출    연 | 미연(피아노), 박재천(퍼커션)
    - 특별출연 | 안숙선(판소리), 김청만(고수), 이광수(꽹가리)
    - 스 태 프 | 박재천(총연출)
    - 공연장소|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 공연일시| 7.3(화) - 7.4(수) / 오후 8시

    [축제 개요]
    공 연 명 2012 여우樂 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공연일시 2012년 7월 3일(화) ~ 21일(토) / 평일 8시, 주말 4시
    공연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문화광장
    주최/주관 국립극장
    주요스태프 양방언 (예술감독), 장재효 (음악감독), 박은혜 (무대디자인)
    관 람 료 전석 3만원 / 야외 공연 무료 (단, 피리,셋set 전석 2만원)
    예매 및 문의 국립극장 고객지원실 02)2280-4114~6 www.ntok.go.kr 인터파크 1544-1555, 옥션 1566-1369, Yes24 1544-6399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관람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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