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7.06 10:43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를 현실의 질문으로 옮기다

 연극 <안티랜드> [사진 제공=100페스티벌] (이하 상동) : 100페스티벌은 '순수한 연극정신의 회복과 새로운 관객 창출'을 의도하는 독립연극공동체운동의 일환으로, '100 연극공동체'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의 이번 주제는 ‘연극, 정치를 말하다’로, 국가와 개인 간의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극단 '코뿔소'의 연극 <안티랜드>(연출: 신동인, 상연 기간: 7월 3일~8일)는 이 페스티벌의 첫 번째 작품이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테베로 돌아오고, 자신의 두 형제가 왕위를 둘러싸고 싸우다 죽고 대신 자신의 숙부 크레온이 새로운 테베의 지배자가 됨을 경험한다. 크레온은 두 형제 중 폴리네이케스를 역적으로 취급하여 매장을 허락 않고 시체를 들에 내다버리게 하며 이를 거역하는 자도 사형에 처한다고 하지만, 안티고네는 시체를 매장하고, 이에 노한 크레온이 지하 감옥에 그녀를 가두자 거기서 목을 매어 죽는다.’

이와 같은 내용의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한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에서 <안티랜드>는 안티고네의 이야기에서 그녀가 형제를 매장할 권리의 정당성을 국가와 개인의 두 대립된 주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연극, 드라마를 벗어나다 : 드라마 이후의 연극_포스트드라마틱 씨어터(Post-Dramatic Theater)

우선 연극 <안티랜드>는 역할 놀이를 통한 담론연극이자 ‘안티고네’라는 원본의 신화를 두되 여기서 객관적 거리를 형성해 연극을 현실의 시선으로 재편하는 다시 쓰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재현 연극과 다르고, 관객이 삼면의 한정된 무대를 구경하는 시선의 불투명한 막을 의미하는 제4의 벽을 상정하지 않으며 현실의 이슈들이 연극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연극을 벗어나 현실로의 논란을 야기한다.

울퉁불퉁한 근육 모양새까지를 포함한 슈퍼맨 의상을 갖춘 한 남자, 곧 연극의 최초의 내레이터가 왕관을 쓰고 단상에 오르자 곧장 크레온 왕으로 분하게 된다. 왕은 변론가이자 연설가로서 자신을 변호한다. 여기에 이야기 속 현실의 배경은 무대로 제시되지 않는다. 왕을 대변하는 말의 이념만이 있다. 실제적으로 이는 왕의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왕을 위한 일종의 변론가로 왕 그 자신이 됐다기보다 왕에 대한 옹호의 시선으로 왕의 표면을 전유하는 것에 가깝다.

법보다 선행하는 권력의 의지

그의 말을 따르자면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법을 초과하는 행위는 이 법이 왕의 영역·권위 자체를 보장하는 영역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법에 선행하는, 법에 주어진, 그 주체인 권력을 벗어나며 법의 관할 아래 놓이는 현실을 초과한다.

더 큰 이유로는 이 초과의 행위가 이 현실의 법을 다시 편재(이 현실을 수용할 수 있는 더 큰 현실을 포함하는 또는 그 현실을 부정하는 동시에 법의 현실을 부정하는 법을 세움)할 수 있는 역량, 법 바깥에 현실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삶의 시선을 바깥으로 직시할 수 있는 틈이 사람들에게 열릴 수 있음의 우려이다.

쇼와 토론 사이에서

여기에 특별히 작곡한 곡들 내지는 유행가, 흘러간 대중가요 등의 곡목들로 채워지는 라이브 콘서트가 더해진다. 포스터에는 “리얼라이브내거티브토론쌩쇼”라 적혀 있다. 곧 <안티랜드>는 장르를 한정짓지 않는, 연극의 형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연극의 죽은 껍질을 벗겨 내려는 의도는 퓨전·혼종의 형태, 또한 쇼의 전유로 드러나게 된다.

애초 단상은 무대 자체이자 단상에서 나와 관객에게 서기 위한 일종의 대기석으로 작용한다. 이 단상은 그래서 어느 정도 이 소극장의 작은 공간을 조금 더 넓게, 그나마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담론연극이라는 형태에 맞게 마이크를 잡고 열띤 토론의 양상을 빚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신화를 우리네 삶의 차원에서 다시 묻다

'동생이 오빠 시체 묻어주는 게 죄입니까?'라는 안티고네를 전유한 배우의 말은 안티고네의 행위가 죄가 아니라는 것을 인륜적인 차원에서의 응당 옳음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며, 이 의문이 해소되지 못하는 소포클레스의 이야기에 부딪히며 반어법의 구문으로 작용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로운 토론도 아니다. 오히려 살벌한 토론의 풍경 자체가 희화화되고 있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비춰 내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대의를 책임지지 못하는 (명분만 있는) 대의'와 '왕의 명령을 어긴 무례함' 따위로 축약되는 서로의 입장은 신화가 아닌 현실의 인간의 차원에서 평범하고도 한갓된 층위들로 전락시켜 이야기된다. 이는 더 쉽게는 형식적이기만한 규칙을 굳이 따를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과 아우가 버릇없게 형 말을 무시해라는 식의 매우 세속적인 층위로 환원되고 만다.

안티고네의 광기는 <안티랜드>에서 안티고네를 전유한(안티고네가 전이된)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려는 크레온에 대해 온갖 욕설로 이성과 대립되는 비이성의 측면에서 이성이 제어할 수 없는 광기의 측면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

이 욕설이 주는 낯섦, 불편함, 몰입할 수 없음의 감성은 이 광기가 오히려 온전히 무대로 옮겨졌음을 의미한다. 이 낮고 세속적인 층위로의 의도적인 원본의 현실로의 전락은 이 이야기 속 인물이 고귀한 등장인물의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대신 모든 이의 이야기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오히려 의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통 비극이 고귀한 신분을 희극이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안티고네라는 비극을 <안티랜드>는 희극으로 다시 쓰기를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를 유효한 현재의 시간으로 다시 쓰다

이 비이성에 기초한, 또한 왕의 권위가 전혀 들어 먹히지 않는 이 안티고네는 왕이 그녀의 팔을 뒤에서 꺾고 고문을 가하는 입장으로 돌변하며 간단히 제압당하고 만다. 이 둘의 폭력과 저항의 과정에서 극은 한층 치열해지고 몸싸움이 과격해지며 극은 리얼해진다. 고문 받는 안티고네에게는 민주화 운동권 투사의 상처가 기입되며 두 사람 간의 논쟁이 아닌 국가와 개인이라는 이념이 출현한다.

이제 신화가 쓰인 이천 오백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80년대 군부독재의 흔적을 간직한 현실의 안티고네가 탄생한다. "누가 국가입니까?" 남자의 대답은 왕, 그렇다면 당신은 신입니까, 안티고네의 또 다른 질문이다. 이는 신이 인간의 권리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기보다는 자연법으로서 인간 전체가 동등한 권리로서 윤리와 도덕을 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당연한 물음, 반어적인 물음은 이 고통의 험난한 몸의 형벌을 따라 힘들게 또 사력을 다해 안티고네에 따라 기입된다.

중간에 두 개의 실제 현실이 단상 위에서 차용되고 있다. 하나는 2000년 대구광역시의 한 나이트클럽 웨이터 전동창 씨가 6.15남북 정상 회담 직후 승용차에 북조선 인공기 그림을 그린 현수막을 걸고 사람들에게 "김정일 부킹위원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나누어 주었다가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현행범으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하룻밤 뒤에 풀려난 사건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원도 원주시 시정홍보지에 들어가는 만평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시사만화가 최 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 확정의 사례다.

표현의 자유가 법의 강제성 띤 검열에 부딪히는 성격의 두 사건은 소상히 그 사건들의 전말을 객관적으로 적어 놓은 실제 A4용지 유인물을 극장 입구에서 공유하고 공연에서 배우들이 읽는 것으로 드러난다.
연극은 이렇게 현실을 포착하고 또 그럼으로써 비로소 연극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며 다시 이 현실을 초과하는 연극만의 사유를 여는 역할을 한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가장 세속적이고 평범한 층위에서 비롯됨을 거부하는 일련의 두 사건으로 연극은 두 사건을 다시 조각하며, 법 앞에 무력하게 죄인의 누명을 쓴 안티고네의 욕설들을 어떤 자연스런 해소의 차원으로 또한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어떤 전복의 계기로서 왕과 안티고네의 동등한 죽음을 마치 하나의 판타지처럼 제시한다.

마지막 이 장면은(아직 공연 중이므로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조금 자극적일 수 있는데 안티고네의 광기는 현실을, 또한 극의 자연스런 흐름을 그렇게 여전히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곧 온갖 담론성의 말들이 난무하고 또 그 중간 중간에 쇼의 성격으로 관객을 매개하던 배우들의 행위들을 무색하게 할 만큼이나.

연극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이 연극은 꽤 재미있다. 관객을 매개하는, 직접 대면하는 쇼의 형식이 치열한 세속의 논쟁 쇼 속에서 그 진지함을 유희로 또 달랜다. 이야기의 재현이 아니라 이 이야기의 올바름, 권력이 또 국가가 모든 것에 선행할 수 있는가의 질문을 과격하게 또 급격한 층차 속에 그려 낸다.

객관적 거리두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극의 동화 작용을 비판적으로 전복했던 브레히트의 서사극은 이처럼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아닌 이야기로부터의 거리를 두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진단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지만 흔히 간과되는 바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은 장르의 혼융을 꾀하며 영상이나 음악 등의 여러 장치를 연극에 삽입했고 재미를 간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극을 균형 잡힌 틀에 잠식되는 것이라는 그래서 재밌거나 또는 지루하거나 했다면, 또는 현실과 너무 큰 간극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된다면, 극의 동화와 이화 작용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안티랜드>의 서사극적 양식에 현실에 대한 의문을 갖는 동시에 관객이 하나의 사유 주체가 되는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축제 개요]
축 제 명   100페스티벌 2012 –연극, 정치를 말하다.
공연기간   2012년 7월 3일(화) ~ 8월 12일(일) (6주간)
공연장소   나온씨어터
공연시간   평일 20:00 / 토 16:00,19:00 / 일 16:00 (월 쉼)
주    최   100연극공동체 / 나온컬쳐
주    관   100연극공동체 / 나온컬쳐 / Who+(후플러스)
후    원   사)서울연극협회 / 나온컬쳐 / 키스포토 / 한국사보협회
협    찬   대학로 포크랜드, 서커스 싸구려 관람석
티켓예매   대학로티켓, 미소나눔티켓, 인터파크, 옥션 외
문    의   0505-894-0202 / whoplus@daum.net
티켓가격   일반 20,000원 / 학생 10,000원
<문화패키지>
40,000원 : 오프라인 판매용 6개공연 1인용 패키지티켓
60,000원 : SNS 판매용 6개 공연 2인용 패키지티켓
80,000원 : 오프라인 판매용 6개공연 2인용 패키지티켓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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