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디포럼 2012] 신작 1 리뷰 : '매체의 특징들을 살린 기발한 상상력'
    카테고리 없음 2012. 6. 8. 07:26

    ▲ 인디포럼 2012 포스터 [사진 제공=인디포럼]

    다섯 편의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꽤 기발하고 매체 자체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하는 매체의 쓰임 역시 독특했다. 인디포럼의 경쟁작이 아닌 신작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시간은 관객과의 끈끈한 대화까지 이어졌고, 진지한 토론 같은 시간이 작품을 더욱 궁구하게 만들었다.

    상업영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탈영토화된 영역에서 작가들이 선택한 매체와 소재는 기존의 것에서 출발하지 않는 움직이는 만화 내지 이미지가 만드는 독특한 분절의 움직임의 리듬과 상상력을 선사했다. 곧 인디포럼이 더 많은 사랑과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바다.

    이명진, <화성인의 손> : 사진 콜라주 형식을 통한 사랑의 정의

    ▲ 이명진, <화성인의 손> [사진 제공=인디포럼]

    ▲ 5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이명진 감독

    사랑의 연약함에 대한 정의들을 중간에 삽입하는 한편 표층 레이어의 오브제들을 자연스레 현실과 연결했다. 가볍게 흩어져 가는 재즈의 불확정적‧유동적 리듬을 비롯하여 다양한 계열의 음악이 이미지의 단적인 접붙이기 형식에 떠돌며 접합되며 내레이션과 목소리 없는 공간에 일종의 목소리가 됐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미지들의 연결 방식의 작동을 구경하는 재미를 줬지만 이미지를 가위로 오려내 다른 곳에 두기와 같이 인물을 이미지로 대상화하는 가운데 존재, 가령 표정을 갖고 있는 존재의 자국 없이(그러니까 이미지 안에서의 변화는 없는) 욕망의 허무한 꿈꾸기 같은 짝사랑의 절절함과 구질구질함 따위를 전했다. 이미지들의 외부 세계가 이 이미지 공간의 메타 차원의 시선을 상정하고 있었으므로 이야기의 반전은 자연스러웠다.

    정금형, <레코드 스톱 플레이> : 기계가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방식

    ▲ 정금형, <레코드 스톱 플레이> [사진 제공=인디포럼]

    ▲ 5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정금형 감독

    눈은 사진기, 삼각대는 몸통과 팔다리를 형성하는 인간-기계는 찰칵 렌즈의 여닫음이 만드는 빛과 같은 번쩍임과 함께 꿈틀거림으로 이미지와 이미지를 바느질하며 자신의 세계를 분절된 리듬으로 이었다. 즉 이미지를 오로지 찍음의 생성의 순간적인 행위로만 성립시키며 또는 찍으려는 의지가 깃들게 되며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가 작동하는 순간은 이 기계와 이 기계를 포함한 세계를 하나로 엮는 공간을 창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이미지의 꿈틀거림은 이 기계가 세계에서 작동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삶의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했다.

    이 기계가 보는 시선은 거울과 연결된 자기 인식에서부터 출발해 기계가 보는 시선에서 기계가 보는 시선을 매개하는 스크린에서의 외부 시선이 중첩되어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교차되는데 이 외부에는 인간이 닿지 않는 하나의 빈 공간임을 드러내는 데로 소급되는 것 같다.

    인간이 목소리 없이 어떤 탄생의 주조자가 아닌 기계의 거울 속 모습 같았던 알 수 없음의 존재에서 둘이 만나 기계가 주도하는 섹스로 이어짐까지 인간은 대립되거나 주체이거나 하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로만 그려진다. 어떤 잔상과 같이 인간은 기계의 기억 속에 삽입된다. 흔들리는 섹스의 불투명한 화면은 무미건조하고 미약하게만 보인다.

    정금형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기억을 모니터로 보고자 하는 의지의 과정이라고 작품의 얼개를 설명하는데 그동안 각종 인형 등 기계와의 다양한 체위의 섹스를 독특한 형태들의 차이로 반복‧지속해 온 작가답게 영상에서는 이제 인간과 기계의 시선이 그리는 세계의 평면을 역전하고 기계의 생명으로의 탄생 시점을 쫓아 간 현재 작품의 프리퀼적 성격을 띤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공연계에서 영화계로 건너온 현장에서 질문들은 그 기계의 살아 있음에 대한 인간적 시선의 질문들, 곧 커다란 서사 차원 안에 있는 역할의 의미들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왔는데 그동안 인간과 기계가 결합하여 생성되는 독특한 리듬의 형성이 비-인간, 포스트 휴먼의 다른 차원의 존재를 상정하지 못하는 이해 차원의 결여에서 빚어지는 오해들에서 그것을 서사적으로 해결하는 이 영화에서 다시 인간적인 시선의 해석들이 주어지는 게 특이하게 생각됐다. 영화라는 환영의 실재성이 무대의 몸의 실재를 대리하는 가운데.

    김진만 <오목어> : 국수 가닥이 만드는 심미적 장면들

    ▲ 김진만 <오목어> [사진 제공=인디포럼]

    ▲ 5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김진만 감독

    샌드 애니메이션과 같이 보이는 수많은 얇은 입자들이 표면을 만든 환경에 음각으로 무늬를 새겨 어묵어인가를 만들고 바다 환경에서의 적응과 성장을 그린다.

    사실 국수들로 만든 작품인데 처음 다른 작품으로 시작했을 때 들었던 2만 원 정도의 국수 량에서 영화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약 35만 원 정도의 국수 량으로 갔다고 한다.

    1초를 찍는 데 하루 여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씩 이틀이 걸리고 총 작업하는 데 1년 반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내레이션도 대부분 작가의 몫이었다.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청계천에서 구한 장비들을 조합해 모션 컨트롤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여 찍었다.

    오수형, <사과 먹는 법> : 시간을 삼키는 위트의 장면

    ▲ 오수형, <사과 먹는 법> [사진 제공=인디포럼]

    아주 짧은 단편으로, 사과에서 빠져 나온 머리 없는 이미지가 순간적인 시차로 사과에게 먹히는, 이빨자국이 남은 다 먹은 사과쪼가리로 남는데 이미지의 탄생과 사라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순간적인 시간을, 시간의 순서를 역전시킨 것 같은 착시를 안기는 듯했다.

    조주상, <픽토그램 인사이드> :  '혼재된 현실 광경'

    ▲ 조주상, <픽토그램 인사이드> [사진 제공=인디포럼]

    ▲ 5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조주상 감독

    픽토그램(pictogram)들이 인간의 눈에 드러나는 전형적인 코드화된 이미지로 현실 표면을 잠식하는 것에서 그 내부의 세계가 존재하며 이 고정된 하나의 자세를 실제 움직임의 멈춤으로 구현하며 그를 위해 계속 군대식으로 훈련 받고 교대로 그 멈춤의 힘든 노동을 수행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구현한다.

    이들의 세계는 우리를 둘러싼 가상계라기보다 오히려 우리와 함께 진행되는 또 다른 평행 세계라고 볼 수 있겠다. 픽토그램들이 인간화되고 이미지에서 존재가 되는 형국은 인간에게 부여된 질서의 멈춤의 강제를 인간 삶의 노동과 연결 지으며 픽토그램이 일종의 질서의 코드화 장치임을 또는 그 무의식적인 기제가 묻어남을 메타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인디포럼2012 개요]
     명칭: 인디포럼2012 (Independent Film & Video Makers' Forum 2012)
     주최, 주관: (사)인디포럼 작가회의
     기간: 2012. 05. 31.(목) ~ 2012. 06. 07. (목) 8일 간
     장소: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종로)
     성격: 국내 비경쟁 독립영화제
     후원: 영화진흥위원회, 서울문화재단, 시네마달,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ipTIME, 무비꼴라쥬, 아프리카TV, 부천영상미디어센터, 한국독립영화협회, 선경프린팅, 진미디어, 인디스페이스
     협찬: 서울우유, 문학동네, 열린책들, 비즈앤비즈, 인디스토리, 케이비코리아(주), (주)그래미, 바보사랑, 안테나샵
     미디어후원: 파운드매거진, 오보이진, 지콜론
     규모: 신작 69편(단편 61편/장편 8편), 초청전 9편, 총 78편
     부대행사: 감독과의 대화(GV), 인디포럼 작가의 밤, 두근두근 독립영화, 독립영화 포차파티

    신작1 (53분) Indieforum Choice 1_ G
    6.1(금) 20:00_롯데시네마 피카디리 2관 GV
    6.5(화) 13:30_롯데시네마 피카디리 2관 GV

    화성인의 손 Martian hands
    이명진 Yi Ming-Jin | 2011 | DV|25min 35sec l Stereo l ColorㅣExperimental (S: English)
    레코드 스톱 플레이 RECORD STOP PLAY
    정금형 Jeong Geum-Hyung | 2012 | HD | 8min 3sec | Stereo | Color | Experimental
    사과 먹는 법 How to Eat Your Apple
    오수형 Oh Erick | 2011 l HD | 1min 30sec | Stereo | Color | Animation
    오목어 Noodle Fish
    김진만 KIM Jin-Man | 2012 | 9min 46sec | Stereo | Color | Animation (S: English)
    픽토그램 인사이드 Pictogram Inside
    조주상 Jo Joo-Sang | 2011 | DV|7min 13sec | Stereo | ColorㅣAnimation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