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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 리부 사진전 : '흑백 사진에 담긴 시간의 대기들'
    REVIEW/Visual arts 2012. 6. 7. 12:09

    마크 리부

     

    <에펠탑의 페인트공> [사진 제공=코바나콘텐츠]

    <에펠탑의 페인트공> 연작 시리즈는 마크 리부가 1953년 당시 파리 에펠탑 주변을 산책하다가 에펠탑 위에 올라 페인트칠을 하는 페인트공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 자신도 에펠탑 위에 올라 담은 사진들이다.
    페인트공의 위태한 모습들은 마치 서커스 곡예처럼 보이지만, 실은 몇몇 사진에서 드러나는 흐릿한 도시 풍경, 곧 에펠탑의 격자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아웃-포커스된 풍경이 그 아득한 높이를 짐작케 한다.

    격자무늬는 사진만의 현실, 곧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한편 그 속에서 인물은 구조를 연결하는 하나의 장치처럼 수동적으로 지배당하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그 구조물을 매개하는 수행적인 예술의 몸짓은 그것을 기계적으로 전유하는 활달한 하나의 인간상을 전하며 사진들은 그 부정과 긍정의 양 느낌 사이에서 진동한다.

    마크 리부 사진전 전시장에서, 벽면에 쓰인 마크 리부의 문구

    두 번째 테마인 ‘마오시대의 중국과 일본’에서는 하나의 영화 속 프레임을 캡처한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1958년 당시 사진들은 행복한 가정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기차 안에서>라는 작품에서 여자는 다소곳이 잠에 든 모습인데 리부는 이렇게 자연스럽고도 특징적인 한 순간을 잡아내며 친숙한 장면의 독특함이 돋보이는 광경을 담았다.


    1958년 도쿄타워의 모습에서 에펠탑이 고스란히 연상되며 여기서도 위험스레 작업하는 인물의 장면을 역동적으로 화면에 담았다.

    1957년도의 중국의 사진들에서는 중국의 일상의 한 현실에서 프레임을 살짝 벗어나 있지만 오히려 최종적으로 눈을 사로잡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이 적용되기보다 오히려 그 순간의 공기를 포착하는 데 더 집중된 듯 보인다.

    마크 리부 사진전 전시장, 전시를 본 사람들이 감상을 적는 벽면에 쓰인 문장들

    세 번째 테마인 ‘파리의 사랑’은 리부가 리옹을 떠나 1953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문학‧음악‧연극 등 예술 활동이 집중되어 유럽의 문화 중심지가 된 파리를 입성해 파리지엥들의 낭만적인 일상의 순간을 찍기 시작하며 남긴 작품들이다.

    퐁데자르의 연인 같은 경우 인물에 집중되기보다 인물을 품고 있는 어렴풋한 대기의 느낌을 더 전하며 리옹역의 광경들은 가깝게 사람들에게 다가서 친숙함을 전한다.

    네 번째 테마인 ‘여성미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에서는 아프가니스탄‧탄자니아‧나이지리아‧가나‧알제 등 다양한 국가들의 다양한 복식과 인종의 사람들이 담겨 있다.

    1960년도 나이지리아에서 독립기념 무도회 사진은 유리에 비친 나이지리아 여자의 심각한 표정과 그 겹친 프레임에 무도회의 화려함이 대비를 이루는 묘한 사진으로, 계급적 시차가 가로지르는 듯하다.

    1971년 인도는 방글라데시아의 최대 지원국으로, 많은 전쟁 난민들이 인도 콜카타로 유입이 됐고, 이로 인해 슬럼화된 상황 하에 있던 콜카타에서 거리의 노숙자들을 찍은 사진들 중에는 난민수용소의 어린 아기엄마를 찍은 사진도 있다.

    마크 리부 사진전 전시장 벽면에 쓰인 마크 리부의 문구

    다섯 번째 테마인 ‘시대의 목격자’에서는 여러 명사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1956년 달라이 라마의 이십대 사진은 인도 콜카타에서 찍었다. 리부가 가장 평화로운 사진으로 기억하는, 지금의 달라이 라마와는 꽤 다른, 엄격하고 근기 있고 명철한 모습의 달라이 라마를 목격할 수 있다.

    1964년 비틀즈를 담은 사진은 한 열로 앞사람의 머리 가에 코를 대고 있는 재치 넘치는 사진이다. 1967년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장 폴 사르트르가 찍힌 사진도 있다. 1963년 당시 피델 카스트로, 1979년 이란 테헤란에서 호메이니의 사진과 초상도 볼 수 있다. 1994년 당시 밥 윌슨과 피에르 술라주의 중간에서 미소 띤 이자벨 위페르의 모습은 매우 앳되다. 1993년 공리 역시 마찬가지.

    <꽃을 든 여인>> [사진 제공=코바나콘텐츠]

    마지막 ‘세상 속으로’ 테마에서는 마크 리부 사진전 중 <에펠탑의 페인트공>과 함께 가장 이목을 끄는  <꽃을 든 여인>으로, 1967년 미국 워싱턴디씨에서 베트남 반전시위로부터 펜타곤을 지키던 군인들 앞에 나타난 17살 소녀를 찍은 사진이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어 어떤 평화적 시위의 제스처를 인위적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데, 군인들은 어떤 역량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에 비해 꽃을 든 소녀는 반전시위를 펼치는 무대 위의 배우로서 이들을 말할 수 없는 관객으로 만드는 절대 역량을 갖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존 레논도 이 사진을 보고 평생 평화 운동에 더 진력하게 된다.

    1962년 7월 2일 어린아이들이 국기를 들고 뛰어오는 대규모로 기쁨을 누리는 알제리 독립 광경이 포착된 사진도 인상적이다. 들고 있던 독립운동 당시의 깃발은 후에 알제리 국기가 된다.

    마크 리부 사진전은 6개의 다양한 테마 아래 담담하게 시대와 사람들을 관찰한 마크 리부의 시선이 은근하게 배어나며 편안하게 감상자를 이끄는 힘이 있다. 사실적인 사진들이 증언하는 시간의 대기는 그 시대를 순간적으로 우리 앞에 당도하게 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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