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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M. Butterfly>(연출 김광보) 프리뷰 : ‘신비의 겹겹 속에 복잡 미묘한 사랑의 기호들’
    REVIEW/Theater 2012. 4. 28. 08:00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뚤롱’ 역의 배우 손진환(사진 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역 배우 김영민

    <M. Butterfly>는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가 현실과 극 바깥을 오가며 방백을 하는 화자로 나타나는 한편 조금 더 내밀한 목소리로 이 무대를 바깥에서 얕게 전유한다.
    말들의 바깥, 그 거리는 아련하다. 시간을 초월해 있는 화자에서 시간의 파편을 재현하는 주인공으로 분하는 배우 김영민은 진실의 기호들을 놓치고 있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 역 배우 김영민

    곧 서술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획득하는 그는 이 세상의 활기, 곧 자신의 매력에 따라붙는 여자들을 우쭐거리며 이야기하지만 무언가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여전하다. 여자들을 볼 때 그의 성욕은 이에 동하지 않는다. 그가 만나는 기호는 이제 해독해야 할 징후로 변한다. 배면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점점 쌓여간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송 릴링’ 역의 배우 정동화, 송 릴링은 르네 갈리마르와 사랑하면서 동시에 대칭을 이루는 역이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송 릴링’ 역의 배우 김다현(사진 중간),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으로 분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 릴링이 2층 무대에서 만나지 않는 평면으로, 또 영상으로만 등장하며 이 거리를 환영의 차원으로 바꾼다. 1964년 중국 베이징에서 프랑스 영사관 직원인 ‘르네 갈리마르’가 마주하며 그의 가볍고도 유쾌한 목소리는 그치게 된다. 이후 송 릴링과의 내밀하고도 은근한 긴 연애의 관계가 지속된다. 프레스 리허설에서 송 릴링을 맡은 두 명의 배우 김다현과 정동화가 교대로 역을 수행하며 각기 다른 개성의 한 역을 연기했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 사진 왼쪽)와 송 릴링(배우 정동화)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 사진 왼쪽)와 송 릴링(배우 정동화)

    “매혹 자체가 제국주의다.”, 송 릴링의 발언에는 이데올로기가 가로지르고 있고, 또 그 둘 간에 있어 순수한 사랑은 순수하게만 자리하지 않는데, 이 사랑함의 이유는 그 사랑의 감정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송 릴링의 르네 갈리마르에게 구사하는 언어 체계에는 서양이 갖는 동양에 대한 환상과 함께 그것을 내면화한 일반적인 주체의 시각과 그와 거리 두기를 하는 외부적인 주체의 시각을 동시적으로 내세우며, 동양과 서양 간에 성립하는 여성과 남성, 수동적과 적극적, 피지배와 지배, 타자와 주체의 이분법적 체계의 담론을 아우르는 메타 서술 차원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환상은 깨어지지 않고 그 매혹은 줄어들지 않고 이 매혹의 징후는, 곧 특히나 김다현의 여성성으로서의 환상은 관객에게까지 계속 되고 있다.

    이 묘연한 작품이 환영에서 온전히 추출한 어떤 서사일까 하면 그렇지만은 않은데,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David Henry Hwang)’의 동명의 원작 희곡이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가 중국 스파이이자 경극 배우인 여장 남자인 '쉬 페이부'에게 속아 사랑에 빠져 프랑스 국가 기밀을 유출했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극중극으로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송 릴링(배우 정동화)

    어쩌면 이는 송 릴링이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 국극을 보면 알지만 여성 국극에서 남자 역할의 여자 배우는 더욱 남자 같고,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여자는 상대적으로 더 여자 같은 느낌을 준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송 릴링 역의 배우 김다현

    송 릴링을 맡은 배우 김다현의 목소리는 전혀 울리지 않는다. 그 안으로 들어가야만 알 수 있을 듯한 목소리는 딱 거기까지만 드러난다. 울리지 않기에 이는 어떤 매질이나 질료로서 성질을 갖지 않고 딱딱하게 정체되고 유예되어 그 판단을 미룬다.
    더 이상 송 릴링과 르네 갈리마르의 동등한 관계의 양상은 맺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수동적인 것 같은 존재자는 이에 대한 접근의 갈망을 더욱 높이게 된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 사진 오른쪽)와 송 릴링(배우 김다현)

    이번 프레스 리허설은 주요 장면만을 선별하여 보여 주는 대신, 난해한 서사와 욕망의 구조를 지닌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특히 1993년에 제작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M. Butterfly>에서는 없는 부분으로 희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막 전부를 보여주는 길을 택했다.

    우선 김광보 연출은 르네 갈리마르가 ‘버터플라이’를 뜻하는 송 릴링을 중국에서 만나게 되고, 환상 속에서 사랑을 쟁취하려고 하지만, 환상의 대상으로 그녀를 소유하고자 하다 송이 갈리마르를 가지고 노는 역전의 상황이 빚어지며 비극적인 파국을 만들어가는 연극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비교적 최근에 본 <주인이 오셨다>에서 <지하 생활자들>, <루시드 드림>의 순 정도로 작품들을 개괄해 본다면, <주인이 오셨다>가 꿈과 현실 같은 꿈 내지는 무의식과 의식 간에서, 내지는 꿈의 여러 층위의 경계를 가파르게 오갔다면, <지하 생활자들>은 정상과 비정상, 집단과 개인, 이질적인 타자로서 나와 친숙한 나로서의 타자 간의 간극을 흐트러뜨렸다면, <루시드 드림>이 꿈과 현실, 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미 자신 앞에 당도해 있는 진실과 현실을 뚫고 가며 강력히 자신을 사로잡는 환영 간의 충돌이 벌어졌었다면, 이번에도 역시 무대(무대 바깥에서 무대를 이야기한다는 점)와 현실(에피소드들의 재현과 사건) 간을 오가며 동양과 서양의 서로 간의 시각의 간극을 이야기하며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적으로 꺼내 남자와 여자라는 표면적 성의 구분을 무색케 하고 있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직후 기자 간담회: 김광보 연출

    이에 대해 김광보 연출은 스스로가 “경계인인 모양이다. 줄타기를 하는 인간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게 (자신의) 성향(과 만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는 답을 이었다. 탐구해 왔던 양식적인 측면, 주제적인 측면도 그렇고, 깊이도 그렇고, 자신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진, 참 기가 막힌 작품을 연기하게 되는구나 생각을 했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직후 기자 간담회: (사진 상단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정동화, 김다현, 정수영, 김영민

    송 릴링의 여성성은 작품에서 여성성이 강조되는 게 아니라 ‘남성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성’이라고 소개했다. 24일 열린 프리뷰 공연에서 송 릴링을 맡은 김다현이 남자로 다시 변하는 장면에서 관객의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송 릴링은 태생적 배경으로 인해 소심한 인물로, 경극 배우인 여장을 하고 있던 남자이기 때문에 묘한 중성성을 가지고 있다. 르네 갈리마르 역시 중성성을 같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거울을 보는 것이고, 동질감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의 없는 부분을 그에게서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 사진 오른쪽)와 그의 배우자 헬가(배우 정수영)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 사진 오른쪽)와 마르끄(배우 한동규)

    무대는 엄청난 산고 끝에 탄생했는데, 같이 했던 디자인이다. <주인이 오셨다>와 <지하 생활자들>을 같이 했던 무대 디자이너(김은진)가 맡았는데, 원래 이전 작품들에서는 무대를 비우고 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디자인(시안)을 다섯 번 정도를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디자이너에게 제일 강조했던 게 분할과 통합의 개념이 공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대는 르네 갈리마르의 역할 놀이에 의해서 연극 놀이를 하기 위한 공간이며 환상과 현실이라는 경계 등 모든 대비 구조 속에서 작품의 모든 것이 다 이뤄지는, 전체적으로 무대를 꿰뚫고 있는 개념으로 ‘분할과 통합’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배우 김보정

    ▲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M. Butterfly> 프레스 리허설 장면: 르네 갈리마르(배우 김영민, 사진 오른쪽)와 송 릴링(배우 정동화)

    이는 새장으로 표현되게 됐고,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을 이 세상 속에 가두려고 한 것에서, 결국은 송 릴링이 자신을 가둔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아내게 된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 이르는 데 조명의 분할 역시 역할을 더한다.

    그동안 대중에게 연극을 알리는 차원에서 주로 대중성에 방점을 두며 화제작들을 양산해 온 <연극열전> 시리즈 중에서 <M. Butterfly>는 예술성이 깊이 배어 있는 작품으로, 유독 눈에 띄는 선택으로 보인다. <M. Butterfly>는 이데올로기와 사랑이 교차하는 복잡 미묘한 텍스트이자,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된 무대화의 시도가 일어나지 않은 작품으로, 말 그대로 경계에서 사유하고 작동하는 김광보 연출의 손을 거쳤으며 오는 5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 <연극열전4> 두 번째 작품 <M. Butterfly>
    공연기간 : 2012년 4월 24일(화) ~ 2012년 5월 31일(목)
    공연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시간 : 화, 수, 목, 금 8시 / 토, 일, 공휴일 3시, 6시 / 월 쉼
    티켓가격 : R석_60,000원, S석_40,000원
    관람등급 : 17세 이상
    관람시간 : 1시간 50분 (예정)
    작 : 데이비드 헨리황 (David Henry Hwang)
    번역 : 기신정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김다현/정동화, 손진환, 정수영,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
    제작 및 공연문의 : ㈜연극열전 02-766-6007
    홈페이지 및 트위터 : www.thebestplay.co.kr, @thebestplays
    예매 : 인터파크(1544-1555), 연극열전(www.thebestplay.co.kr)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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