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4.20 10:01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스콜 장면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 두산아트센터 기획연극 경계인 시리즈 4번째로,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가 오른다.
 
2012년 현재까지 시리아는 정부군의 압제로 인한 민간인 숫자가 7천 5백 명을 넘고, 감옥에는 수천 명이 불법으로 구금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독재 장기 집권에 대한 민주화 시위가 1년 이상 지속되며 정부의 무력 진압이 따른 것. 한편 정부군에 대항한 반군의 무장 세력의 출현으로 내전으로 변하게 되고, 국제 사회의 개입이 뒤따르는 복잡한 상황을 맞고 있다.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는 동명의 원작 소설의 구조와 이야기를 빌리고, 연출 오마르아부사다(mar Abu Saada)를 비롯한 제작진이 실제로 감금되었던 시리아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기록하고 증언을 수집해 작품에 녹여 냈다.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스콜 장면, 아마추어 영화감독 주인공 노라 역, 배우 난다 모함메드(Nanda Mohammad)

아마추어 영화감독 주인공 노라(Nora)가 불법 구류 됐던 시리아인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은 엄밀히 보자면 이들의 실제 행위에 대한 재현으로서, 작품 안에서 작품 바깥의 실제 텍스트를 기술하는 한편 환영 같은 모습으로 자기-서술적 기능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과 극과의 긴장감은 작품이 동시대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며 내지는 반영한다는 인지 작용에 의해, 이미 당도한(내지는 당도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체감을 현실과 극의 경계에서 작동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이 묘한 것은 그 당도하는 현실에 대한 긴장의 층위였는데, 이는 두산아트센터와 페스티벌 봄이라는 국내 두 기관의 공동 기획에 따른, 정치적 실험의 성격을 띤 작품이 만들어졌고, 이 작품의 현실적 진동이 시리아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가상의 형국 속에 첫 발현된다는 점이고, 마지막으로 그 긴장이 다시 그들의 조국으로 돌아갈 때 지금의 사실은 현실로 분명 연장이 된다는 것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스콜 장면, 자이드(Zayed) 역의 배우 아이함 아가(Ayam Agha), 구금됐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

17일 열린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들과 조우하며 이것들이 한국에서 이슈화되는 것(언론화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위험의 구덩이를 파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물음은 공연空然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 공연은 실상 시리아에서는 공연은커녕 연습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베이루트에서 두 번째 공연을 예정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 실험은 그들의 국내적 상황을 벗어나며 비로소 온전한 주체의 몫과 그로부터의 발언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은 국내적 상황을 가장 치열하게 점하며 벌이는 판임에도. 곧 이 작품을 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세계 시민의 한 주체로서의 몫을 가져가는 것이기도 하다.
 
20여 분을 봤을 뿐인데, 대강의 얼개를 비롯하여 분명히 파악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가령 카메라를 앞에 두고 스스로 인터뷰이가 되어 구금됐던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게 중간 중간 있었고, 현실에서는 노라의 정부의 눈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만류하는 오빠 가싼(Ghassan)과의 논쟁이 벌어지는데, 이러한 인터뷰의 매체적 반영과 소설의 연극적 전유는 두 다른 층위를 상정하며 매개된 실재와 바라보는 현재의 비대칭적 순환의 엮음을 보여줬다.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스콜 장면, 파라흐(Farah)가 화장실에서 구금의 기억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얼굴이 화장실의 벽면을 스크린을 확장되어 투사된다

칫솔질을 하며 화장실에 가려 보이지 않은 채 자기-서술하며 그로써 확장된 화면이 화장실을 가린 막을 따라 반영되는 파라흐(Farah)의 장면과 무대 가에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것을 바라보고 서술하는 자이드(Zayed)의 장면은 엄밀히 무대 바깥에서 서술하는 것에 가깝다. 카메라라는 보이지 않는 시선은 인터뷰어가 됐던 제작진의 시선을 지우고 관객의 시선으로 옮겨지는데, 이 시선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관객을 낳고, 무대를 지우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라는 장치는 곧 무대를 지우고 현실을 직접 보여준다는 트릭의 기능을 하는데, 또한 이들의 언어를 옮긴 제작진의 번역 행위와 시선은 배우의 연기가 아닌 그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극 중에서 그 매개 행위는 곧 카메라를 먼저 주어 준 노라 역시 사라지게 된다.
 
이 실재는 극 속에서 관찰된다거나 직접 마주할 수는 없는 듯 보이는데, 이 실재를 무대에 기록하는 배우들은 트라우마들을 끄집어내는 차원이 아닌, 그 말에 담긴 진실성의 가치를 함께 전해 듣는 것으로 공통의 감정과 인식의 양태를 만들게 되고, 곧 이 안에는 배우가 있는 게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실재는 그 내밀함이 허락될 때(누군가의 시선이 없을 때) 성립한다는 전제가 전제되는 셈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의 연출을 맡은 오마르 아부 사다(Omar Abu Saada)가 프레스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쩌면 죽음의 경계와 신체 없음의 상태로까지 치닫는 살벌한 장에서 목소리는 오직 현실에 대한 직접적 반영의 형태로 나타났어야만 했다. 누군가의 목소리는 무대에 그대로 기입되었어야만 했다. 연출자 역시 ‘그들의 경험이 객관적인 경험처럼 기록되어야 하고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이는 말해지지 않은 목소리이며 객관화되지 않은 목소리의 형태를 띤다. 따라서 이것이 실제 시리아에서 상연된다는 가정을 한다면, 이는 무조건적으로 실제의 목소리로, 내부(관객)와 외부(정부군)에 참여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매개하는 매체가 있기에 실재가 드러난다는 것은 오히려 연극보다 증언으로서 목소리가 더욱 현실에 근접한다는 전제를 낳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 매체를 거르지 않고 실재를 전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전제를 배면에 깔고 있다. 그리고 이 실재의 파열이 이를 옮기고 또 그 현실을 해석하는 두 주체, 노라와 가싼의 경우로 옮겨지며 구금자들이 아닌 그것을 보고 듣는 사람, 또는 그것과 동떨어진 간격에 있는 사람들의 몫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를 갖는 사람까지의 다른 위치들을 담론의 형태로 파생케 한다는 것이다.
즉 연극은 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매개의 근거를 비친다. 동생과 오빠의 입장 차를 전하며.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스콜 장면, 가싼(Ghassan) 역의 자말 쇼케르(Jamal Chkair)

오빠 역을 맡은 자말 쇼케르는 분노의 눈빛을 강력하게 무대에서 품었고, 간담회에서는 비분강개한 눈빛으로 이 현실이 연극을 초과하고 있음을 그래서 그 연극 역시 하나의 진정성의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그에 반하는 연기를 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했다.
어떻게든 연극은 현실을 떠나고 있지 않다. 떠날 수 없다. 아니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연극은 현실의 첨예한 부분에 민감하게 속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간극을 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그것과 동떨어진 환경 속의 사람들로 향하는 연극에 그 낙차는 한결 크다.

이 연극을 초과하는 현실과 연극의 현실 매개 기능(하나의 의무에서 비롯된 형식)의 뒤따름은 일견 이들이 한 축으로서 토대로 한 인터뷰라는 것에 대한 물음을 일견 지우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 질문을 하고자 했는데, 하지 못했다. 대신에 27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포럼의 자리를 활용할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들이 갖는 현실에서의 정치적인 면의 첨예함과 작은 부분이었지만 무대에 대한 순수 예술적 물음 정도가 다였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스콜 장면, 아마추어 영화감독 주인공 노라 역, 배우 난다 모함메드(Nanda Mohammad)

기억의 재구성의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이들은 구금자들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이들 앞에 현시하는 공포의 영상을 잡아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갖는 끄집어내기 힘든 기억들, 그리고 그것의 온전한 사실과의 차이, 또 재현의 부분에서의 차이 등이 거론될 수 있다. 또한 인터뷰가 상처를 환기시키고 치유하는 기능을 갖는가, 아니면 오히려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인가의 물음은 이것이 다시 극에서 모두의 마음에 대한 치유가 될 것인가 또는 분노의 참여를 가속화시킬 것인가의 측면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남겨 두고 있다.

실상 정부에서 이들 극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물론 알게 될 때 위협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들의 예술 행동은 하나의 정치적 테제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드러날 수 없는 강력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 (사진 좌측 상단에서 시계 방향으로) 배우 자말 쇼케르(Jamal Chkair), 루나 아보 데르하민(Luona Abo Derhamen),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은 비산 알 샤리프(Bissane Al Charif), 조연출 위라드 카도(Wirad Kaddo),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의 기자간담회 현장.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은 비산 알 샤리프(Bissane Al Charif)는 시대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건과 우리 친구들이 매일 겪는 현실을 공연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신들이 겪는 현실을 무대로 보여주는 게 자신들의 한 현실임을 전했다.
 
가싼 역의 자말 쇼케르(Jamal Chkair)는 시리아에 많은 사람이 수감되어 있고, 다른 나라에 명확히 의견 표명하는 것을 바라 왔고,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전하고자 했으며, 이에 진정한 행복한 삶은 자기의 삶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삶이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29일까지 계속되는 공연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연극을 통해 현실의 목소리를 내는지, 연극은 현실을 진정 매개할 수 있는지, 삶의 새로운 조건을 사유케 할 수 있는지 경험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연 개요]
일시 : 2012년 4월 17일(화) ~ 4월 29일(일)
화수목금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 월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기획 : 두산아트센터, 페스티벌 봄
제작 : 두산아트센터
작 : 모함메드 알 아타르(Mhammad Al Attar)
연출 : 오마르 아부 사다(mar Abu Saada)
출연 : 난다 모함메드(Nanda Mhammad) 자말 쇼케르(Jamal Chucker)
아이함 아가(Ayham Agha) 루나 아보 데르하민 (Luna Ab Derhamen)
번역, 아랍문화 자문 : 구미란
무대,의상디자인 : 비산 알 샤리프(Bissane Al Charif)
조명디자인 : 하싼 알발키(Hassan Albalkhi) 영상 : 림 알가지(Rreem Alghazi)
음악 : 칼리드 오므란(Khaled mran) 조연출 : 위라드 카도(Wirad Kadd)
가격 : 일반 30,000원 / 두산아트센터 회원 24,000원 *특별할인 대학생 15,000원 / 중고생 10,000원
문의 예매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www.dsanartcenter.cm 인터파크 1544-1555
*한국어 자막 제공(아랍어로 공연)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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