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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 : '삶을 지속케 하는 저마다의 커튼콜'
    REVIEW/Theater 2012. 4. 11. 13:41

     

    ▲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 장면(이하 상동), '우람'이 '반지'에게 안기고 반지가 그런 우람을 품어 준다.

    ▲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 장면(이하 상동), 늘 밝은 모습의 '정란', 슬픔을 잊는 방법이기도 하다

    15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 오르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제작, <서글퍼도 커튼콜>(김슬기 작, 오유경 연출)은 신춘문예 희곡분야 당선 작가와 연출의 만남으로 제작되는 ‘봄 작가, 겨울 무대’의 2011년도 겨울에 제작했던 4작품 가운데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접하게 됐다. 두 번째 관람은 시간의 순행과 속행을 가능케 한다. 두 가지에 초점을 두어 보게 되었다. 하나는 희곡과 연극의 관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갈등에서 파열로 넘어가는 부분.

    가령 희곡이 무대에 오른다고 할 때 우리는 연극의 대사의 기능을 절취해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기본적인 태도가 그러할 것이다. 희곡에서 막 나온 희곡을 벗지 못한 연극, 연극이 되어 가고 있는 희곡 따위의 생각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형성되는 내면(책을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특수한 시각 역시 그러하다)과 배우의 읽기는 어떻게 다른가, 또는 일치하는가. 아니 그 읽기는 배우의 말과 다른가, 또 같은가. 다름이 당연하다겠지만 왠지 모를 같음이 전제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학(희곡을 크게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확장해 보자)으로 환원되는 무대는, 무대에 대한 생각은 단지 환영일 뿐인가.

    끝나고 기자간담회 겸 출연진과의 만남의 자리가 열려 개인적으로 김슬기 작가에게 이 무대가 왠지 문학적이라는 혐의를 무턱대고 씌우고 말았지만, 실상 불가능한 질문이었다. 이는 이중의 질문이자 이중으로 불가능한 질문이었다. 곧 이는 왜 연출이 문학적인 영상들을 무대에 조각해 냈느냐의 질문을 감추고 있었다.

    그런 혐의는 작가에게 왕왕 따라 붙는 혐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는 극복되어야 할, 과제의 측면일까. 그런데 희곡은 무대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무대를 만드는 것은 연출자의 몫이다. 희곡을 쓰는 작가는 상상의 극장을 열 수 있겠지만, 무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연극은 상연이라는 점에서 비문학적이라는 말은 그러나 너무 단순하다. 결국 말에서 말로의 이전의 측면을 버릴 수 있는가. 그래서 조금 더 생산적으로 말해 보자면 문학의 내밀함은 무대에서 살아날 수 없을까.

    책을 펼쳤을 때 드러나는 영상들, 그리고 목소리들은, 우리가 실상 배우가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관객을 보지만 뚜렷한 시선의 일치 없이 존재하는 텅 빈 몸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 같은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역할을 본다. 여기에 배우는 없다. 실상 배우는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역할이라는 잠재성의 파도에 몸을 던지는 배우와 그 파도에서 배우가 아닌 어떤 흐름을 느끼는 관객이 따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빈 몸의 배우는 실상 이 파도를 헤엄치는, 잠재성과 맞닥뜨린 스스로를 보는 것에 가깝다. 그런데 이 나는 이전의 나는 아니다. 그리고 이 역할은 물론 희곡에서도 존재한다.

    <서글퍼도 커튼콜>에서는 재미있게도 연극 놀이가 펼쳐진다. 연극이란 재현의 큰 틀 아래 또 다른 재현이 뒤따르는 것.

    퍽퍽한 말투와 도무지 뭘 먹지 않는 것, 구애에 꿈쩍하지 않는 태도의 ‘반지’, 한없이 밝은 우람의 엄마 ‘정란’, 곧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것, 현실의 어떤 짐도 거부한다는 것, 그리고 연약한 자아를 위악과 뜨거움으로 드러내며 위태위태하게 삶의 한 순간에 서 있는 ‘우람’, 이 세 사람이 갖는 결여의 측면은 우람의 엄마가 반지의 엄마로, 또 그의 친구로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며 서로를 보듬는 유대의 측면을 형성하는 반면, 우람의 어머니는 우람이란 존재의 탄생에 그를 키우는 현재 주어지는 필연적인 과제를 회피하고자 했기 때문에, 우람의 상처가 덧나고 혼자 감추어 두어야 했던 시간만큼의 간극이 두 사람 간의 거리로 나타난다.

    곧 정란과 우람이 마주하는 순간은 보지 않았던 의무와 상처가 인식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란과 반지는 슬픔을 덮어 두고, 현재에 살갗을 대기 위한 용기를 연극을 통해 시험한다. 연극을 재현하지만 여기에는 필시 관객이 있다. 환영적으로 비치는 이 연극 속의 연극은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 자신을 관객으로 인식하게끔 한다. 더 정확히는 이 관객을 인식하는 저 둘의 모습에서 자신을 찾는 것에 가깝다. 즉 저들이 바라보는 관객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여기에 무대는 무대 이상의 밝음이 수여되는데, 무대 바깥에는 꽃들이 만발해 있다. 밝음의 태도와 빛은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되는 곧 무대에 서는 환영을 제공한다.
    이러한 빛의 환영 너머에는 무대의 어둠을 맞으며 트라우마로서 기억들은 다시 솟아오름이 있다.

    셋은 딱 한 번 무대에서 교차하는데 거리를 두고 삼각형의 구도를 형성한다. 시선은 마주치지 못하고 팽팽한 장력으로 서로를 향하고만 있다. 셋의 다가서지 못하는 거리, 서로는 서로에게 낯설다. 저 거리만큼. 말을 할 수 없는 순간. 너의 아픔은 그것이 신체에 깃든 하나의 단단한 실재임을 인식하는 순간은 나의 아픔이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낯섦임을, 그리고 그 낯섦은 실은 자신을 따라붙는 하나의 친숙한 것임을 알 때 객관성의 평면이 만들어진다.

    너의 고통을 통해 나를 보고 나를 보며 다시 나란 환영을 놓아 버린다. 관계는 상처를 바라보고 상처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파열의 순간을 만들지만, 여기서 상처는 말 못 할 신체의 고통에 대처하는 수동적 자세로부터 파열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은 다시 기억으로 떠오른다. 유일한 실재의 한 순간은 그렇게 다시 꿈만 같다. 자신 앞의 현실의 광경이 문학적인 것 같다는 반지의 말마따나.

    상처의 기억은 잊을 수 없기에 잊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삶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기꺼이 어느 순간 무대 위에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 더 담담해질 수 있는 여지를 너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작품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무대에 선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들에게서 얻고 있는 것 아닐까.

    ▲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오유경 연출, 이번에는 무대 뒤에 꽃들이 만개한 정원을 설치해 무대의 변화를 모색했다. 커튼톨이 벌어지는 무대를 등장인물들의 '마음의 공간'으로 두고자 했다.

    ▲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김슬기 작가

    작가는 단막극으로 데뷔해, 장막을 써야 한다는 부담 아래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버려진 카페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의 공간을 상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됐다. 평소에 작가는 개개인 각자의 상처를 소홀히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이 연극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 배우 이혜진, 송인성, 김현진, 안중권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공연 개요]

    공연명 | <서글퍼도 커튼콜> - 봄 작가, 겨울 무대 2011년도 최우수 선정작
    일  시 | 2012년 4월 6일(금) ~ 4월 15일(일)
    장  소 | 한국공연예술센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제작ㆍ주최 | 한국공연예술센터
    연    출 | 오유경 (혜화동1번지 3기동인, 그룹 동시대 상임연출 / 2010 은미노래방 / 2011 서울연극제 <변태>, <아가멤논家의비극>, <박제 갈매기>)
    작    가 | 김슬기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 2011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당선 / 2011 신춘단막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출    연 | 송인성(유정란), 이혜진(은반지), 안중권(최우람), 김현진(그들의 그림자)
    공연시간 | 2012.4.6(금)~4.15(일) 총 9일, 11회 공연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관 람 료 | 일반 20,000원 / 청소년, 학생 15,000원 (만 24세 이하)
    예    매 | 한국공연예술센터 (http://www.hanpac.or.kr / 02-3668-0007)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YES24, 사랑티켓, 미소티켓, 나눔티켓
    관람연령 |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 90분(인터미션 없음)
    공연문의 | 한국공연예술센터 02-3668-0007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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