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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장 자체를 실험한 '오토모 요시히데'의 퍼포먼스
    REVIEW/Performance 2012. 3. 16. 02:50

    ▲ 오토모 요시히데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백남준아트센터의 2012년 첫 번째 기획 전시인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가 지난 9일 개막했다.


    개막일에는 존 케이지의 악보가 연주된 데 이어 오후 6시경 두 번째 오프닝 무대를 이룬 오토모 요시히데의 연주는 급작스럽게 시작됐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보는 것과 다르게 사운드는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침범하는 것이다.

    큰 충격의 감각의 치밂, 이는 내 감각과 사운드의 일종의 팽팽한 장력의 긴장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즉 일차적인 감각은 제어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귀가 받은 충격과 그것을 보상하며 자신의 귀라는 매체를 원 상태로 되돌리려는, 그리고 이를 소음이 아닌 예술이라는 장 아래 해석해 보려는, 곧 받아들이거나 방어하거나 하는 양 극단에서 유동적으로 서 있음을 가리킨다.

    이는 소음을 어떤 사운드 내지 음악으로 감상 내지 해석하려는 판단의 기로에 서게 됨을 또한 의미한다. 어쩌면 소음인 것, 통제되지 않는 사운드는 그렇게 해석의 범위에 속하게 된다. 즉 우리는 공사장 소음에 귀를 막지만, 그보다 높은 데시벨의 연주에는 귀의 힘겨루기를 거부적인 수용과 해석적인 수용의 두 측면에서 가늠하고자 하는 것이다.


    견고한 공간은 유동적으로 자신의 몸을 허락했다. 공간의 해체가 일어나기보다 이 공간 전체에 대한 자각이 사운드를 통해 가능해졌다. 사운드는 공간을 휘젓고 다녔고, 전시장 곳곳을 뒤덮은 빈-주체로서 장치들은 어느새 일제히 또는 단속적으로 연주의 목소리를 얻었다. 어떻게 보면 전시라는 것이 ‘폐쇄 공간에 일종의 국소 마취를 시키는 전시품들의 분절 감각들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면, 이 공간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진정한 전시의 완성이자 전시 공간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자 공간 전체를 쓰는 것일지 모른다.

    그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단순했다. 뒤틀리거나 삐져나오는 사운드 흐름에서 특정한 공명음이 한 반자씩 뚜렷하게 들렸다. 이는 귀와 정확하게 동기화됐다. 여기에 해석이 따라 붙는다. 어떤 파국으로서 사운드 지형은 어느새 뚜렷한 하나의 지점들로 수렴되며 어둠에서 빛이라는 시각적인 잔상이 나타나는 듯했다. 사운드에서 빛이라는 영역이 나타남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인식의 영역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헬리콥터 같은 소리가 지나갔다. 이는 낯섦의 감각을 선물했다. 사운드가 상징계를 떨쳐 버리고, 실재계의 난입하는 징후들을 몸에 직접적으로 입히며 상상할 수 있는 여지까지 봉쇄한다면, 이 소리는 상징계의 기표로서 상상할 수 있는 해석할 수 있는 어떤 여지를 허락했다. 갑작스런 현실 층위로의 하강은 신선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현실 리서치 수집이 예술의 형태로 나타난 것일까. 사유가 쉽게 해석의 경로를 이끌어 내는 것에 불과할까.

    사운드가 일고 또 다른 사운드가 작가의 뒤에서부터 엄습해 오고 파편처럼 떠도는 사운드가 공간을 헤집고 다니다 다시 사운드와 만나는 온갖 사운드 파편들의 총체 경험은 시공간을 분절하며 입체적인 경험을 낳았다.

    사운드 아트와 전시장의 관계의 다양한 쌍을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Abstract Walking - 김소라 프로젝트 2012》를 보면, 전시 공간은 스피커들로만 이뤄져 있고, 중앙 공간 자체는 비어져 있다. 작품으로서 물질은 매체로 치환되어 있고(따라서 특정한 공간에 시선을 붙잡아 두지 않는다), 이는 동시적으로 집합되어 관객의 귀에 펼쳐지며 공간과 경험을 입체적으로 엮어 내게 한다. 경험 자체가 자신이 서 있는 곳, 그래서 귀를 기울이는 곳과 예상치 않게 뒤섞이고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것(장소)으로부터 임의로 재편된다.

    이와 같이 최근 사운드가 전적으로 전시를 매개할 때는 물질로 소급하지 않는 생성의 장 자체가 전시장을 새롭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17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아트선재 오픈 콜 #1 :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를 통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 가능할 것이다.
    우선 17일 토요일에는 4시, 5시, 6시 각각 최태현, 박다함, 이강일이 전시 공간을 새롭게 퍼포먼스로 구성한다. 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고, 후속 논의를 진행해 볼 수 있을 듯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예술에서, 그리고 사회나 학문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국내에서 펼쳐지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개막 다음날  오토모 요시히데의 렉처가 있었고, 이에 대한 중요한 부분 역시 이후 기사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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