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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풍선> 리뷰 : ‘상상적인 것’이란...
    REVIEW/Theater 2012. 3. 12. 11:33

     

    ▲ 3월 2일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풍선>의 상상적인 것은 상징적인 것을 초과한다. 한편 <풍선>이 떠올리게 하는 연극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인데, 이 연극이 보이체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놀아나는 것에 대한 분노의 정념과 이성의 강제 아래 인간의 감정이 소거되는 듯한 전유적 시선이 보이체크의 영혼을 말살하는 과정의 두 축으로 그래서 비극을 향해 전개된다면, <풍선>은 고환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군인이 그로 인해 군대 내 국가 기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험 대상이 되어 통제된 삶을 사는 한편 그로써 어머니와의 관계가 희미하게 유지되며(이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염원의 두 존재를 낳으며) 결국 비극의 결과로 치닫고 있다. 여기서 공통된 것은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 주인공의 모습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세계 내 의지를 실현시킬 수 없는 무력한 대상으로 자리한다는 점.


    실제적으로는 보이체크가 정념과 정동을 간직한 채 대상화되는 측면과 남긍호의 마임이 만드는 어둠 속 영상은 매우 기괴한 신체로 대상의 닿을 수 없는 자취를 그린다는 점의 측면이 그러하다. 마치 통제되어 있던 신체의 무의식적 결이 나타난다거나 내지는 그 저항이 드러나는 지점에서 유사성이 있다(<풍선>은 희극배우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그 위치가 전도됨으로써-가령 희극배우가 희극을 보는 단계로 나아감으로써- 희극의 존재에 대한 대상적인 고착을 벗어난다).

    ‘풍선’은 주사로 인해 점점 커지는 남자의 고환을 의미한다. 고환과 풍선은 형태적 유사성을 띠지만 그 부풀어 오름의 현상에서 극과 마주하는 풍선의 이미지가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풂은 그 꼭지를 매듭지음으로써 일단 멈추고, 그 속은 실은 텅 비어 있는 대신 풍선은 떠오르며 위에 장애물이 없는 이상 대기로 올라 터지게 되어 있다. 고환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설정 자체부터 상상적인 것의 귀환을 부른다.

    전자가 실제적인 것 곧 숨을 채움으로써 완성되는 부풂이라면 후자의 부풂은 이 하늘을 환유케 하는 공간의 확장을 부르는 풍선과 대기 간의 조응에 의한 행위의 완성이다. 부풂 현상 내지 팽창 현상은 실상 자본주의에 대한 우의로 보인다.


    우리는 무한정 소비 가능하다고 진단하며 상품의 시뮬라크르인 광고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자율적인 선택의 기저에서 생산은 무한정 부족분 없이 확장되고 있다는 전제를 무의식적으로 용인한다. 또한 이 부풂은 현실을 초과하는 각종 현실에 대한 담론과 이차 생산되는 언어들 그리고 미디어의 현실에 대한 시뮬라크르까지를 포함한다. 이 무형적인 것이 지탱하는 풍선은 하나의 지구화가 진행되고 있는, 그렇다고 생각되는 미디어의 소비에 의한 하나의 세계 자체의 은유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무형적인 것을 소비(소비하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consume는 ‘소진’을 뜻하는 라틴어 consumere에서 왔다)하며 오히려 채워지는 곧 자본주의의 끝없는 과정은 실은 소모와 소진의 과정으로서 일시적인 카타르시스의 접점들로 삶을 패턴화한다.


    그리고 풍선은 이 상징계로 상정되는(권위의 말과 위계질서를 갖춘 군대는 정확히 상징계의 한 상징이다) 군대에서 그것을 초과하는 것은 이 원천 자본인 정자이다. 여기서 추출한 지오디신은 치료제로, 독자적인 특허의 상품 가치로 치환된다(여기서 황박사의 소위 신체에서 추출한 약 개발과 생명 연장의 꿈과 세계 최초의 특허 등록은 인간의 꿈보다 국민의 꿈으로 더 큰 보편성을 얻는 그것의 미메시스로 여겨진다).


    지오디신은 죽은 神의 현대적 이전移轉으로서 신이다. 이 지구화에 발맞춰 확산되는 정자와 팽창되는 상상력은 우 일병이라는 존재에 쓰이는 엔터테인먼트의 제시(‘비욘세’ 군단이라는 그의 고환 팽창을 위한 기쁨조의 출현)는 아예 우 일병이라는 존재가 없는 빈 공간으로 둠으로써, 단순히 보는(사건들을 무의지적으로 지켜보는) 대상으로, 또한 보이는 (실험) 대상으로 남겨져 있던 우 일병의 희미한 의식 상태가 어느새 완전히 소거되어 있다. 이 팽창은 곧 지구화된 것이고 관객석 너머까지 번져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적인 것의 환유는, 상상적인 것이 만드는 실재는, 이 빈 무대에서 완전한 소진만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시선은 우리의 몸을 타고, 몸을 넘어 감각되는 상태에서 이 소진과 함께 더욱 특별해진다. 곧 아무 쓸 데 없는 것 같은 잉여된 시간은 이 엔터테인먼트를 관객의 감각으로 실재로 바꾸는 필요적이자 필수적인 과정이 된다.


    [공연 개요]
    공연명  <풍선> 
    프리뷰  2012년 3월 1일 3시, 3월 2일 8시 [2회] 
    본공연  2012년 3월 3일(토) ~ 3월 23일(금) [총 21회]         
    시간   화~금 20시/ 토 15시, 19시/ 일 15시/ 월 쉼  
    장소  소극장 판 
    작  고재귀 
    연출  이상우 
    스태프  무대 박상봉/ 조명 이상봉/ 작곡 장영규/ 안무 류장현 / 소품 김수희 / 무대감독 이준우/ 조연출 김남건 / 조연출보 이현주/ PD 손신형 
    출연  남긍호, 오대석, 이창수, 임종완, 조형준, 안병찬, 변민지, 양정윤 
    예술감독  손진책 
    제작.주최  (재)국립극단 
    관람료  프리뷰: 전석 1만원  일반 2만원 | 청소년(만 24세미만) 1만5천원  국립극단 다솜석 3만원 
    공연문의  02-3279-2233 
    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1544-1555  국립극단 www.ntck.or.kr l 02-3279-2233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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