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2.04 09:43

▲ 2월 2일 열린 '서울노트' 프레스콜 장면들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은 일상을 회화會話로 포착해 낸다. 그는 일상을 연극에 옮겨 일상적인 연극을 구현하고자 하는데 이와 같은 보이는 것과 정보량을 차이를 통한 회화를 진행하며 이 정보들이 쌓여 나가며 일상의 단면을 그리고 일상의 어떤 총체를 그려내는 것 사이에서 모방과 구성이 갖는 트릭의 간극이 있다. 곧 일상은 구성된 것이라는 것.

우리는 일상을 보지만 갑자기 집요해지는 회화에, 갑자기 떠올라(영감) 정보를 제공하는 일상의 말에 정녕 질문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곧 일상의 고스란한 재현이 아닌 일상의 집요한 현미경적 분석 그리고 미리 상정해 놓은 정보들에 대한, 각각 작가의 시선과 생각·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정보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와 또한 이 정보가 작가의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 도출됐는가 하는 점과 현실과 어떤 식으로 관계 맺기를 수행하고 있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이 극작의 과정에서는 일견 생략되고 은폐된 것으로 남는다.

작가는 이 일상에 대한 현미경적 수집과 표현에서, 그러니까 이제까지 분석을 통해 이것이 하나의 작가의 방법론이라는 것이 명확해진 상태에서 작가는 이 방법론에 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방법론이 현실에 가닿는 측면, 동시에 현실을 은폐하는 측면은 무엇일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 분석에 단순한 문제제기만을 상정해 둘 뿐이다.)

‘도쿄노트’는 아니 ‘서울노트’는 과연 우리의 텍스트로 정확히 또한 적확히 번역되었는가, 어쩌면 도쿄노트가 서울에 상연된다는 의미, 그렇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도쿄든 서울이든 상관없는 가운데 서울노트로 이름을 정하는 게 왠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서울노트를 여기에 있게 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미술관은 무대 뒤 배경으로 제시되어 있고 사실상 미술관은 나오지 않지만 상상의 영역으로 상정되고 있다. 그리고 미술관을 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미술관에 갔다. 온 사람들, 여타 미술관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의 회화를 통해 이야기가 연결되고 이 회화 그룹이 양분될 시 회화의 내용은 겹친다. 사실 이점이 얼마 전 상영했던 또 다른 히라타 오리자의 ‘혁명일기’와 다른 점이다. 반면 이 점이 탁월하다. 적어도 지루함을 없애는 측면에서, 한편 지루해질 틈에 내지는 여러 정보가 동시에 겹쳐지며 그것들을 조율하는 경험의 입체성(신체-사운드의 기계적 조율 내지 두 회화 집단이 소리가 조율되는 경우)을 도출하는, 한편으로 두 집단의 동시성을 요리해 내는.

두 (다른) 회화 집단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사실상 회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대화로 나아가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회화는 익숙한 사람들 간(하나의 집단을 이루는)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화는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에서의 짧은 회화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어떤 다른 매개 수단을 통해서 확장된 시선을 갖는다 해도 실상 그 반대편에서 이곳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변호사를 통해 강조되어 표현된다. 이는 타자의 응시를 통한 객관화의 평면이 내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음을 뜻한다.

전쟁을 이곳에서 체감하는 것과 그 쪽에서 어떤 말의 접점도 실제 생겨나지 않는 이 연극의 현 상태를 아마도, 확실하게 언급하는 바가 아닐까.

회화 집단이 하나로 모아질 때 다른 집단은 일종의 대상이 된다. 이 말은 보는 것 내지는 보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으로 변한다. 이 점 역시 히라타 오리자의 극에서 ‘혁명일기’와는 다른 독특한 지점이다.

극단 파크의 레퍼토리로는 관객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들을 선택했던 반면 2003년 초연된 ‘서울노트’에 대해 배우 박원상이 故 박광정 연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기존 작품 경향과 조금 차별화된 공연에 대한 시도였다. 박광정 연출에 대해 배우들은 디렉션이 별로 없는 연출자로 입을 모았다.

이 작품을 번역했고,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성기웅 연출은 극단 파크가 200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식 참가작으로 히라타 오리자의 청년단과 한일 합동 공연에서 이어 2005년, 한일우정의해 기념 초청 공연으로 도쿄 아고라 극장에서 한일 합동 공연을 했던 현장을 함께 했었다. 성기웅 연출은 한국 사람들의 기질 때문인지 연습과정에서도 느꼈던 바인데, 한국 배우들이 조금 더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반면 일본 배우들은 약속이 더 많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바꿔가고 애드리브가 거의 없다고도 느껴졌다고 전했다.

청년단의 ‘도쿄노트’를 봤었던 극단 팬들이 많이 보러 왔는데, 더 활기가 있고 감정 표현 등을 더 솔직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서울노트’는 한국 배우들한테는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는 바도 있다. ‘서울노트’로 이름을 바꾼 것은 박광정 연출의 생각이었는데, 또한 여기에는 정확치는 않지만 김광림 연출가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확실한 건 성기웅 연출이 번역 당시 원제를 바꾸지는 않았다는 것.

배우들이 이렇게 지루함을 느낀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그렇게 진지하게 또는 현실적으로 잘 그려낼 수 있는 것일까(즉 관객이 느끼기에) 하는 의문을 남기며 히라타 오리자에 대해, 그리고 통속적인 사실주의 연극과는 다른 차원의 연극에 대한 대안들을 찾아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글을 일단 마무리한다. ‘서울노트’는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꼭 추천하는 바다. 또한 ‘서울노트’에는 TV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배우들의 모습을 짤막하게나마 만날 수 있다. 변호사 역의 권해효나 박원상은 더블 캐스팅이다. 故 박광정과의 우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


▲ 기자 간담회 정경

▲ '서울노트' 출연진 단체사진

[공연 개요]
공 연 명     우리는 박광정을 기억합니다! 연극 서울노트
공연장소     대학로 정보소극장 
공연기간     2012년 2월 2일(목) – 2012년 2월 12일(일)
공연시간     평일 8시ㅣ토 3시, 7시ㅣ일 3시ㅣ쉬는날 없음ㅣ총 13회
티켓가격     전석 25,000원
제    작     박광정을 기억하는 사람들
공연문의     ㈜[이다.]엔터테인먼트 02)762-0010
공연예매     인터파크, 옥션티켓, 클립서비스  

원    작     히라타 오리자(원제:도쿄노트)
번    역     성 기 웅
번    안     박 광 정
연    출     성 기 웅
무    대     김 용 현
조    명     최 보 윤
음    악     한 재 권
의    상     홍 문 기
무대감독     주 지 희
조 연 출     강 경 호
             장 은 실
총 진 행     유 연 수

출    연    최용민, 권해효, 김중기, 임유영, 민복기, 신덕호, 이성민, 정해균, 박원상, 최선영, 정석용, 최덕문, 박지아, 이지현, 오용, 한승도, 문경태, 권민영, 마두영, 윤영민, 남승혜, 한인수, 송유현, 임유나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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